예로부터 집안이 화목하려면 여자, 즉 며느리가 잘 들어와야 한다는 말이 있다.
남자 형제들 사이에 사소한 일로 얼굴 붉힐 일이 있어도 동서들이 현명하게 처신하면 분위기 전환이 가능하다.
어느 집이나 맏이의 역할은 대단히 중요하고 또 비중이 크다. 부모를 극진히 봉양해야 하고 또 부모가 돌아가신 후에는 제사를 모셔야 하는 막중한 책임이 있다.
뿐만 아니라 형제를 잘 다독이고 우애 있고 화목하게 잘 지내도록 때로는 조정해야하는 역할도 해야 한다.
그래서 부모가 유산을 상속할 때 맏이와 아래 동생들과는 차등을 두었을 것이다.
그런데 형이 동생보다 사는 게 좀 낳으면 동생을 돕기는 쉽지만, 동생은 형과 같은 생각을 하기가 쉽지 않다.
그 이유가 바로 옆에 있는 부인들이 장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부모 재산 때문에 형제사이에 다투고 조상 제사는 고사하고 길흉사에도 서로 왕래조차 하지 않는 것을 우리는 주위에서 간혹 본다.
더러는 송사문제로 일이 확대되어 법의 심판을 받는 꼴사나운 광경을 목격하기도 한다.
형제가 많을수록 일이 더 꼬이기도 한다.
거기에도 분명 동서들 간에 보이지 않는 알력이 작용한다고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처럼 남에게 꼴사나운 모습을 막는 길은 부모 생존 시에 자녀들 다 모아놓고 합리적으로 유산상속을 하는 것만이 송사까지 가는 추한 모습을 안 보이는 길이다.
그리고 맏이는 동생들에게 아량을 베풀어야 하고 동생은 맏이의 책임과 권위를 인정해야 하겠다.
형제라도 각자의 욕심만 챙기다 보면 늘 평행선이다. 형은 동생들에게 베푼다는, 보다 넓은 마음을 가져야하고 동생은 형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면 존경심이 우러나온다.
그런 모습을 배우자들에게 보여줌으로서 동서들 간에도 우애가 두터워질 것이다.
여러 형제 중에는 형편이 다 같을 수는 없다. 형편이 좀 나은 형제와 어려운 형제 사이에 혹시 돈 거래가 있다고 보면 나은 쪽에서 못 받을 각오하고 빌려줘야지 꼭 받으려 한다면 그로인해 형제 사이가 벌어질 수도 있다.
가령 부모상사(父母喪事) 때 여러형제가 각자의 지인들로부터 조의금이 들어올 것이다.
그 경우 동생들에게는 한마디 상의 없이 맏이가 모두 가진다고 가정해보자.
그것도 형제 불화의 씨앗이 될 것이다.
그럴 경우 맏이가 형제들을 다 모아놓고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정확하게 세분 할 수는 없더라도 동생보고 온 조문객을 어느정도 구분하여 돌려주는 것이 마땅할 줄 안다.
부조는 품앗이라는 말이 있듯이 당사자가 갚아야 할 테니까.
그런 문제로 돌아가신 부모님에게 욕을 보여서야 될 말인가.
나는 집안의 장남이다. 어머니는 늑막염으로 입원한지 18일 만에 세상을 떠나셨다.
돌아가시기 전 어머니는 큰 아들 부채가 30억 원이라고 떠도는 헛소문을 듣고 그 말을 믿으신 것 같다.
빚 많은 큰아들이 싫어서 손녀와 집을 보러 다니기도 했고, 동생 집에서 한 달간 살기도 하셨다.
헛소문이 모자간의 정을 다 뗀 어처구니없는 결과다.
그보다 더 울화가 치미는 것은 나의 제수씨가 입원한 어머니에게, 무슨 험한 꼴을 보려고 호촌리 땅을 시숙한테 이전해주느냐고 난리 법석을 부린 모양이다.
이래서 집안에 여자가 잘 들어와야 한다는 말이 있는지 모르겠다.
명절을 사흘 앞두고 결국 어머니는 돌아가셨다.
조의금 내역을 복사하여 형제들에게 돌리고 해당금액은 각자 돌려줬다.
더 이상 형제들과 반목하지 않아야겠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