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도 인접한 자치단체 간 다양한 갈등이 야기되고 있고 이로 인해 양 자치단체 발전에도 걸림돌이 되는 사례가 빈번하다. 이 같은 현상은 고령군에서도 마찬가지 현상이지만 최근 고령군은 이 같은 인접 자치단체와의 갈등 해소를 위한 다양한 시도와 노력을 통해 상호 협력의 방향으로 전환해가고 있다. 특히 고령군의 경우 인근 성주군과는 전국적인 이슈가 되었던 가야산 골프장 건립문제를 비롯해 여러 가지 문제로 인해 상당 기간 갈등을 빚어왔다. 뿐만 아니라 성주군 쓰레기매립장 건립문제 등도 상당 기간 양 자치단체의 갈등을 불러왔다.
하지만 지방자치제가 성숙해지면서 최근 들어 고령군은 성주군을 중심으로 지금까지 많은 갈등을 빚어온 자치단체들과 상생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이는 인근 자치단체와의 유기적 협력 없이는 자치단체의 발전도 어렵다는 현실적인 필요성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고령군의 경우 지난 2005년 전국에서는 최초로 광역자치단체를 뛰어넘어 5개 광역시·도 내의 기초자치단체를 묶는 가야문화권 지역발전 시장·군수협의회를 구성해 같은 문화권의 공동발전 모색에 나섰으며, 최근 성주군과 공동으로 ‘행복생활권’ 선도사업을 공모해 선정되는 등 인근 자치단체와의 협력이 활발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기획취재에서는 고령군의 타 자치단체와의 다양한 협력 노력을 알아보고 이런 노력들이 어떻게 자치단체의 발전이라는 열매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인지를 파악해 이를 군정에 적극 반영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자 하며, 이번 호에서는 ‘자치단체 간 갈등이 남긴 후유증’에 대해 알아본다.

이번 기획기사 1회에서 밝힌 것처럼 고령군은 인근 자치단체 특히 성주군과의 다양한 갈등을 겪어 왔고 특히 20년을 끌어온 가야산골프장 문제는 전국적인 이슈가 되면서 타 지역의 국립공원 내 골프장도 불허되는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가야산골프장의 경우 사업추진 과정에서 사업자 측에서도 여러 차례 부도 등으로 사업이 중단되는 등 많은 후유증을 낳았다. 특히 가야산골프장 반대추진위 중심에 섰던 덕곡면 주민들은 골프장 반대 추진 당시에는 물론이고 지금까지도 그 후유증이 쉽사리 사라지지 않고 있다는 증언이다.
하지만 이 가야산골프장 반대 추진과정에서는 단순히 덕곡 주민들뿐만 아니라 이와 직·간접적인 많은 관계자들도 적잖은 곤욕을 치렀다.
그 한 가지 예를 들자면 지난 2005년 9월 대법원장 후보로 지명돼 국회 청문회가 진행되고 있던 이용훈 전 대법원장에 대해 해인사 측을 비롯해 대구환경운동연합, 덕곡반대대책위 등은 해인골프장(가야산골프장) 사업을 지지한 이용훈 후보자의 대법원장 임명동의를 반대하는 성명서를 발표해 논란이 됐다. 당시 성명서 내용은 다음과 같다.
「현재 국회에서는 대통령이 지명한 이용훈 대법원장 후보의 청문회가 진행되고 있다. 문제는 현재 거론되고 있는 대법원장 후보가 해인골프장 사업자인 주식회사 가야개발의 소송대리인이었다는 것이다(사건 2001두1451 공원사업시행기간연장허가재신청불허처분취소). 아시다시피 해인골프장은 불교계, 시민사회단체, 지역주민이 지난 10여년 동안 강력한 반대운동을 펼쳐 2003년 1월 24일 대법원이 “이 사업으로 인해 얻을 사익보다 보호를 함으로써 얻을 공익이 크다”는 취지의 판결로 무산되었으며, 반대운동 당시 전국적으로 전개된 백만인 서명운동은 불과 세달 만에 1,020,681명이 참가하는 등 대다수 국민이 반대하였던 사업이다. 대법원장 지명자의 여타 자질 여부 및 변호사로서의 직업적 상황 여부를 떠나 국립공원 가야산과 세계문화유산 팔만대장경과 장경각을 소장한 해인사의 가치를 망각하고 개발업자의 이익만 대변하고자 했던 자가 사법부의 수장이 된다는 것은 법의 가치를 훼손시키는 것으로 어느 국민도 납득할 수 없을 것이다. 최근 해인골프장 사업이 다시 추진되고 있다. 가야산 국립공원과 세계문화유산 해인사가 또다시 위기에 봉착한 것이다. 이러한 시점에 국민 대다수가 반대했던 해인골프장 사업을 변론했던 자가 대법원장 후보로 지명받아 청문회 절차를 밟고 있는 것은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며,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는 대다수 국민의 뜻을 반영하여 대법원장 지명자 동의를 부결시켜야 할 것이다.」
이들의 적극적인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국 이용훈 후보자가 대법원장에 임명되기는 했지만 이로 인해 당시 이 후보자 입장이 곤란했을 것이란 것은 분명해 보인다.
1991년 시작돼 2003년 1월 대법원의 불허 판결로 일단락된 듯하던 가야산골프장 문제가 재추진되면서 지역 출신 인사와 주민들간의 갈등을 촉발시키기도 했다. 재추진 당시 성주 출신으로 대구시장을 지냈던 이상희 전 내무부장관이 이 사업의 소위 얼굴마담으로 나서면서 본격 재추진이 진행됐다. 이때 이 전 시장과 함께 고령 주민들을 대상으로 설득에 나선 인물이 대구시에서 국장을 지낸 고령출신의 서상택 씨다. 그는 지역의 영향력 있는 다양한 인물들을 찾아다니면서 골프장 건설과 관련한 설득 등에 나섬으로써 고향 주민들과의 갈등을 낳게 된다.
이와 관련 대책위 김병환 총무는 당시 “겉으로는 이상희 씨와 서상택 씨가 해인골프장 건립사업을 추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피홍대 씨 등 재일교포 4명이 추진하는 것으로 들었다”면서 “법적으로도 안 되고 주민들이 이렇게 반대하는 사업을 왜 추진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의구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또 당시 대구환경운동연합 문창식 운영위원장은 “해인골프장 건설사업은 대법원의 불허판결뿐만 아니라 3개월 동안 전국적으로 100만명 이상의 반대서명을 받아내는 등 환경운동사에 성공적인 사례로 손꼽히고 있는 일”이라며 “지역개발이라는 미명하에 가야산국립공원을 파괴하려는 계획은 반드시 막을 것”이라고 밝혔다.
가야산골프장 추진으로 인해 가장 많은 후유증을 안게 된 것은 누구보다도 건설반대의 중심에 서 있던 덕곡면민들 일 것이다. 특히 초대 최원길 위원장에 이어 가야산골프장 제2대 반대추진위원장이었던 도영환 위원장의 갑작스런 사망은 당시 함께 반대운동에 적극 나섰던 덕곡면민들에게는 적잖은 충격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당시 고 도영환 위원장의 사인은 간암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나친 음주가 주원인이었던 것으로 추측되고 있지만 그토록 몸을 상할 만큼 음주가 과다했던 것 또한 가야산골프장 문제와 무관치 않다는 것이 그를 잘 아는 지인들의 지적이다.
고 도 위원장과 함께 반대추진위에서 활동했던 관계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당시 그가 위원장을 맡은 이후 끊임없이 사업자 측의 회유와 협박에 시달렸다는 것이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휴대전화기가 없던 시절이어서 주로 집 전화를 통해 밤과 낮을 가리지 않고 회유성·협박성 전화가 걸려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대책위 한 관계자는 “고 도영환 씨가 위원장을 맡고 난 이후 각종 협박성 전화에 시달리고 있다는 얘기를 자주 들었다”면서 “그로 인해 많은 스트레스를 받아왔으며, 이것이 지나치게 음주로 빠지게 된 원인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결국 가야산골프장 반대의 중심에 서게 됨으로써 이로 인한 과도한 스트레스와 음주가 사실상 고 도영환 위원장을 사망으로 몰고간 원인인 것으로 주변인들은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위원장 임무 수행 중 사망한 이 사건뿐만 아니라 반대의 중심인 덕곡주민들은 당시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많은 후유증에 시달렸다. 반대집회 등을 위해 각 마을단위로 자금을 갹출하고, 각 단체, 출향인 등을 통해 출연금을 모금하기도 했다.
특히 성주군 수륜면 백운리 사업장의 사업 강행에 대비해 각 마을별로 감시단을 구성해 감시에 나서는 등 막대한 인력동원에 따른 손실도 적지 않았다.
가야산골프장 마지막 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창기 씨는 “농촌에는 그러잖아도 젊은 노동력이 부족한 상태인데다 당시 공사강행을 감시하고 방지하기 위해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거의 1년 동안 사업장 감시에 나서는 등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회고했다.
가야산골프장 문제는 완전해결에 20년이라는 긴 시간이 소요됨으로써 경제적으로도 많은 손실을 입은 사건이었다.
당시 한 관계자는 “매번 집회 시마다 들어가는 경비는 물론 재판에 들어간 비용, 인원동원으로 인한 농사피해 등 수치화할 수 없는 간접적인 부분까지 합친다면 수십억 원의 피해가 발생했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가야산골프장 문제는 이를 반대했던 이해당사자들의 경제적 손실뿐만 아니라 잘 알려지지 않았던 작은 시골마을이 전국적인 관심지역으로 떠오르는 사례로 남기도 했다.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지방의 언론은 물론 중앙언론까지 관심을 가지면서 덕곡이라는 작은 마을이 전 국민의 관심을 끌게 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한 사안을 두고 가야산골프장 사태처럼 다양한 곳에서 집회를 가진 경우도 드물 것이다. 사업장에서는 물론, 개발사업지 행정관청인 성주군청, 개발허가권자인 국립공원관리공단, 국회의사당, 고령군청, 경북도청 등을 항의 방문해 집회를 갖는 등 단일 사안을 두고 총 50여회의 집회를 가지는 기록을 내기도 했다.
당시 반대대책위 한 관계자는 “가야산골프장 문제는 여러 모로 주민들에게는 많은 후유증을 남긴 사례가 되고 있고 특히 당시 이로 인해 위원장이 도중에 사망하는 사례까지 발생했기 때문에 이후에 누구도 대책위원장을 맡지 않으려는 현상이 발생하는 등 어려움이 많았다”면서, “앞으로도 유사한 공동의 문제가 발생할 경우 누가 나서서 해결하려 할 사람이 있을 지 걱정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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