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도 인접한 자치단체 간 다양한 갈등이 야기되고 있고 이로 인해 양 자치단체 발전에도 걸림돌이 되는 사례가 빈번하다. 이 같은 현상은 고령군에서도 마찬가지 현상이지만 최근 고령군은 이 같은 인접 자치단체와의 갈등 해소를 위한 다양한 시도와 노력을 통해 상호 협력의 방향으로 전환해가고 있다. 특히 고령군의 경우 인근 성주군과는 전국적인 이슈가 되었던 가야산 골프장 건립문제를 비롯해 여러 가지 문제로 인해 상당 기간 갈등을 빚어왔다. 뿐만 아니라 성주군 쓰레기매립장 건립문제 등도 상당 기간 양 자치단체의 갈등을 불러왔다.
하지만 지방자치제가 성숙해지면서 최근 들어 고령군은 성주군을 중심으로 지금까지 많은 갈등을 빚어온 자치단체들과 상생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이는 인근 자치단체와의 유기적 협력 없이는 자치단체의 발전도 어렵다는 현실적인 필요성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고령군의 경우 지난 2005년 전국에서는 최초로 광역자치단체를 뛰어넘어 5개 광역시·도 내의 기초자치단체를 묶는 가야문화권 지역발전 시장·군수협의회를 구성해 같은 문화권의 공동발전 모색에 나섰으며, 최근 성주군과 공동으로 ‘행복생활권’ 선도사업을 공모해 선정되는 등 인근 자치단체와의 협력이 활발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기획취재에서는 고령군의 타 자치단체와의 다양한 협력 노력을 알아보고 이런 노력들이 어떻게 자치단체의 발전이라는 열매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인지를 파악해 이를 군정에 적극 반영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자 하며, 이번 호에서는 ‘인근 자치단체와의 갈등 사례들’을 살펴본다.

▲가야산 골프장 조성 갈등
고령군이 인근 자치단체와 빚은 갈등 가운데 규모면에서나 기간면에서나 가장 주목되는 사건이 성주군과 빚은 가야산 골프장 조성 논란이었다. 당시 전국적인 이슈로 떠올랐던 가야산 골프장은 지난 1991년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주)가야개발에 골프장 시행을 허가하면서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고령군 덕곡면의 상류지역인 성주군 수륜면 백운리 일대에 골프장 조성이 추진됨에 따라 덕곡면민을 중심으로 골프장 건립 반대추진위(이하 반추위)를 구성해 본격적인 반대운동에 나서게 된다. 당초 고령지역 주민들로만 구성됐던 반추위의 골프장 건립에 대한 반대명분은 단순했다. 덕곡면은 예로부터 임금에게 바치는 진상미를 생산하는 청정지역으로 골프장이 조성된다면 하류지역인 덕곡의 생활용수 및 농업용수의 오염으로 청정지역의 이미지가 훼손될 것이란 논리였다. 여기에다 당시에는 현재와 같이 골프가 대중화된 시기가 아니어서 농촌지역민과의 위화감 조성도 하나의 명분이 되었다.
처음 덕곡면민을 중심으로 시작됐던 골프장 반대 움직임은 이후 환경단체는 물론 해인사를 중심으로 한 대한불교 조계종 차원의 반발 움직임이 일면서 반대 집회 규모 또한 만만찮은 상황이어서 전국적인 관심으로 떠올랐다. 특히 골프장 건립 예정지가 국립공원 가야산 내여서 국립공원의 다양한 생태계를 파괴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일어 반대 분위기가 강해지면서 사업시행이 늦춰졌고, 결국 지난 1997년 골프장 사업 허가 만료로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골프장 허가 재연장 불허방침을 내렸고, 이에 반발해 사업자 측에서 제기한 소송에서도 2003년 대법원이 ‘골프장 허가 연장 불허 합헌’ 판결을 내림에 따라 골프장 건립이 일단락되는 듯했다.
그러나 2010년 가야산 골프장은 새로운 논란의 대상으로 부상하게 된다. 당초 사업자였던 가야개발이 (주)백운으로 상호를 변경하고 환경영향평가, 주민설명회 개최 등 골프장 재추진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가야산 골프장 문제가 완전 해결되었다고 생각했던 주민들은 또 다시 환경단체와 함께 대책위를 구성해 반대시위를 펼치는 등 ‘제2라운드’에 돌입하게 된다.
하지만 대책위의 강력한 반발 움직임과 사회적 분위기는 결국 주민들의 손을 들어주는 계기가 된다. 허가부서인 환경부는 2011년 7월 21일 관보를 통해 “가야산국립공원 내 골프장 건립계획의 폐지를 결정한다”며 공원계획 변경 결정을 고시했다. 그 이유는 지난 1991년 수립된 골프장 건립 계획이 지난 20년간 방치된 채 장기간 조성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당시 추진되고 있던 치악산국립공원 내 골프장 건립 계획 또한 같은 이유로 폐지가 결정된다. 이 같은 환경부의 결정에 대해 그동안 반대운동에 나섰던 조계종 환경위원회와 불교환경연대, 인드라망생명공동체,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환영의 논평을 발표했다. 이들은 논평에서 “지난 1996년 자연공원법 개정으로 국립공원 내 골프장 건립은 불가능한 사업임에도 공원계획이 살아있다는 이유로 20년 넘는 오랜 세월 동안 망령처럼 떠돌던 가야산국립공원 골프장 논란은 완전히 마무리됐다”며 “가야산국립공원을 사랑하는 국민들과 지역 주민 모두는 환경부의 결정에 큰 박수를 보낸다”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로써 20년을 끌어온 가야산 골프장 조성 사업은 최종 마무리된다. 하지만 이로 인해 지역주민들과 성주군과의 갈등은 물론 지역 내 주민들 간에도 갈등을 초래하면서 적잖은 후유증을 남기게 된다.

▲성주 작은리 쓰레기매립장 논란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각 자치단체마다 후보지 선정에 골머리를 앓고 있고 후보지 주민들의 반대가 집단이기주의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쓰레기매립장 문제가 가야산 골프장으로 갈등을 겪고 있는 시기에 고령군과 성주군의 또 다른 갈등의 불씨로 떠오른다.
성주군은 기존 쓰레기매립장의 포화로 지난 2004년부터 새 매립지 선정을 추진해온지 7년이 지난 2001년 7월 쓰레기매립장 입지선정위원회를 열어 자체예비후보지로 선정한 용암면 죽전리, 수륜면 작은리, 금수면 후평리 등 3개소를 전문용역업체에 의뢰해 고령군 운수면과 인접한 수륜면 작은리를 최종 후보지로 선정함에 따라 인근 고령군 운수면민을 중심으로 또 다시 갈등을 빚게 된다.
성주군은 최종 후보지로 선정된 수륜면 작은리 산 216 일대 18만7천여㎡에 5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소각시설, 재활용 창고, 침출수처리시설 등을 설치, 40년간 사용할 수 있는 쓰레기매립장을 건설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당장 쓰레기매립장 후보지인 작은리 주민들이 반발한 것은 물론 고령군 주민들, 특히 군 의회는 임시회를 열고 ‘성주군 작은리 쓰레기매립장 조성사업 반대성명서’를 채택하는 등 강력한 반대의사를 밝혔다. 군 의회는 반대성명서에서 “수륜면 작은리 수계는 고령지방상수도 취수원과 멀리 떨어지지 않은데다 표고 500m 산정상에 위치해 수질오염 발생 시 1시간 이내에 취수원이 오염될 우려가 크다”며 반대입장을 나타냈다.
이처럼 고령군과 인접한 지역에 성주군의 쓰레기매립장이 들어선다는 계획이 알려지면서 고령주민 수천 명이 성주군청을 찾아 “광역쓰레기매립장 건설과 관련한 후보지를 다른 장소로 이전하라”며 시위를 벌이는 등 강력한 반대에 나섰다.
이런 가운데 쓰레기매립장 문제는 반대 주민이 매립장 후보지를 매입함으로써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매립장 예정지인 작은리 주민들과 고령군민들이 함께 매립장 부지를 매입한 것이다. 주민들이 공공개발사업을 막는 일명 ‘내셔널 트러스트(National trust)’ 운동이 일어난 것이다.
해당 현지 주민들은 “청정지역에 오염시설이 들어서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어 뜻을 모아 일부 주민들이 돈을 내 부지를 매입하고 공동 등기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성주군의 매립장 건설이 어려워지자 성주군청 관계자는 “공익사업에 사용하려고 사전 협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땅주인이 부지를 팔아넘긴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지난 7년 동안 끌어온 매립장 문제 해결을 위해 입지선정위원회가 전문업체의 타당성조사 등을 거쳐 후보지로 결정한 것인 만큼 토지 수용령 발동 등 대책을 강구하겠다”며 강력한 추진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결국 성주군은 작은리 주민들과 고령군민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쓰레기매립장 후보지를 다른 곳으로 선정할 수밖에 없는 입장에 놓이면서 이 문제는 일단락된다.

▲그밖의 갈등 불씨들
이밖에도 고령군과 성주군의 갈등불씨로 남아있는 것은 가야산국립공원에 속하는 성주군 수륜면 백운리 일대의 생활오폐수 문제다. 덕곡면의 상류지역인 백운리 일대에는 많은 음식점들이 밀집되어 있어 하류인 덕곡면의 하천을 오염시키는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곳은 지속적으로 수질검사 등을 실시하고 있으나 오염방지시설 설치 및 가동 등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고령군 쌍림면의 상류지역인 경남 합천군 야로면 일대에는 돈사가 밀집해 있어 해마다 우기에는 하천을 통한 돼지 분뇨의 불법 방류로 인해 하류 고령지역 하천 오염이 논란과 갈등의 요인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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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공동취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