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렁이 속을 헤매고 다니는 친구가 있다.
아무른 두려움 없이 천사처럼 하늘에서 구릉이 속을 통하여 땅위로 내려온다. 정글을 헤치고 또다시 하늘을 오르며 두발을 냅다 뻗어본다. 손오공보다 날렵한 모습으로 공중재비를 돌고 돌아 철퍼덕 땅바닥에 내려앉는다. 두 눈엔 이슬이 맺히지만 울지는 않는다.
어린친구는 엄마의 지켜봄이 있는 한 영원히 내 달릴 것이다.
이무기는 하늘을 오르려고 노력을 하다가 용(龍)이라는 조금 못난 친구에게 양보하고,  조그마한 보금자리 곁의 찬물 솟아나는 우물 안에 웅크리고 앉아 있다.
요즘 세상에 할 수 없는 일이 없으련만 모두가 본인의 길을 연마하는 것이 아니라 남들이 각고의 노력으로 개척해 놓은 지름길만 찾으려니 모두가 이무기가 되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보잘 것 없는 촛불을 길잡이로 삼고 걸어가고 있는 筆者곁의 친구 중에, 이번 육사선거를 줄타기한 이가 몇 사람 된다. 그래도 운이 좋아서 반타작은 한 것 같다. 여섯 중에 셋은 당선되고 셋은 두문불출 칩거생(蟄居生)이 되었다.
용 못된 이무기 중에 한 녀석은 칩거가 종착역인양  근 보름을 술만 벗하며 있다고 그이의 안식구가 전화를 해 왔다. 평소 연락도 별반 없다가 筆者에게 부탁함을 보니 조금 심각한 듯하여 꾸중이라도 하고 와야겠다고 길을 나서본다.
당선된 사람을 찾아가 눈도장 찍는 것이 평범하겠지만, 언제 筆者가 이 세상에 연연하는 사람인가? 그렇다고 겉치레 인사를 할 요량이면 시간이 아까울 듯하여 극단의 처방을 하리라 큰맘 먹고 행차를 하였다.
옛날 “허목과 송시열” 약방문(藥方文)을 응용하려 상처 입은 이무기를 만나보니 모습이 볼만했다. 녀석은 그래도 민망했는지 筆者를 인근의 놀이터로 안내하면서 엄청 많은 이유로 자기의 실패를 설명하고 있지만 筆者의 귀에는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았다.
열 살도 못 채운 어린친구들이 여름철 해수욕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놀이터를 뛰고 구르고 달리고 있다. 무심히 지나쳤던 놀이터를 살펴보니, 바닥은 완충이 잘된 두꺼운 매트로 되어 있고 시소, 그네, 미끄럼틀을 비롯한 놀이기구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筆者의 호기심은 미끄럼틀이었다. 오르는 방법도 평범하지 않고, 정글을 응용한 무수히 많은 모험이 호기심을 유발하게 하며, 어린이 드라마 주인공 캐릭터를 모형화하여 장식한 모양세가 동화속의 왕자님들이 사는 세계로 안내하고 있다.
어린 친구들의 엄마들인 젊은 아낙네들이 없다면 같이 뒹굴고 싶은 충동을 억제하기 힘겨웠다.
또 그렇게 긴 시간을 어린친구들 재롱에 쏟아 부으면서 이무기 녀석에게 이별의 인사도 없이 훌쩍 하늘로 오르고 싶다. 정말로 손오공이 되고 싶다 지금은. 아니 소나기라도 한줄기 내리길 기도한다. 하늘로부터 예쁜 무지개다리가 걸리면 내 영혼 창공을 거닐 수 있을 듯하다.
 “여보게. 자네는 처음부터 이무기도 못되는 지렁이였음을 생각하게나. 조상의 은공으로 낚시밥 신세 면하고 이무기 흉내라도 내는 걸 다행으로 생각하고 감사하게” 하는 처방전을 그이 앞에 내밀 용기가 도저히 없었다. 마음다짐을 하고 왔건만.
구렁이 뱃속을 헤매고 다니는 나의 친구가 있다.
마음이 탐욕과 거리가 있는 천사이니 억울함도 분함도 없이 노닐 수 있는 어린 친구들처럼 가벼우나 무게감 있는 미소를 못난 이무기에게 던지고 싶었다.  모두가 용이 되면 하루살이 파리와 뭐가 다르냐고 묻고 싶었는데 어린친구가 주는 보조개 앞에서 말문이 모두 닫쳐 버린다.
아무른 의심도 없이 천사들이 구릉이 속을 거쳐서 땅으로 내려온다. 우리는 또 저렇게 살 수 없을까?  두 눈에 이슬이 맺히지만 울지 않는 어린 보조개처럼. 
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