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는 끝났다. 세월호 참사 때문에 여느 선거 때보다 외형으로는 전에 없던 조용한 선거였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시답잖은 네거티브로 얼룩진 것이 큰 흠으로 남았다.
선거 결과를 두고 여야의 균형이 절묘하다고 하여 안도하기도 했지만 결코 그럴 수만은 없는 사안이 교육감이다. 성향으로만 봐서 진보와 보수 비율이 13:4이니 교육 정책을 두고 한바탕 요동을 칠 일이기 때문이다. 취임도 하기 전인데 벌써 여기저기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다.
교과서 채택 문제로 온 나라가 분란에 휩싸이더니 학기가 시작되면서 자연스레 진정됐는 줄 알았는데 선거 결과가 진보가 석권했으니 부딪히게 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이 갈등.분란을 어찌하랴. 써클 모임(?)이듯 회동을 가지며 인사권을 지키자, 관료에 휘둘리지 말자 등을 보면 정말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백년대계가 아니라 ‘혼돈(混沌.Chaos)의 백년대계’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당선이 확정되기가 무섭게 제1성 수월성(秀越性)교육 기관인 자사고 폐지이고 평등을 지향하는 전교조식 모델인 혁신학교 확장이다. 다음으로 박대통령 퇴진하라는 교사들의 1.2차 시국선언 징계 문제를 두고 표현의 자유로 엄호(掩護)하고, 전교조의 법외노조 문제, 사우이법에 위배된다는 학생인권조례, 유아원과 고교 무상교육시리즈의 확대, ‘친일.독재’에 대항하는 대안교과서 제작, 더 나아가 교육청 단위로 교사용 교과서를 따로 만들어 활용하겠다고 하니 이게 어디 교육 정책이며 이 혼란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어느 진보 교육감은 박정희 대통령 시대의 중고교 평준화 정책까지 지지하며 그게 소신이라는 말까지 했다. 평준화, 이 문제에서만은 그 당시에는 적절했을지 몰라도 그때의 교육적 환경과 오늘의 시대사에 비춰보면 이건 분명 아니다. 당시와 평면 비교는 어불성설이란 말이다.
학교 교육 문제에서 문외한인 내가 위에 든 여러 사안에 대해 논박하고 경중을 가리자는 것은 아니다. 또한 그럴 위치에 있지도 않다. 다만 국가 백년대제의 교육 정책이 교육감이 바뀔 때마다 바뀌고 교육감 성향에 따라 바뀐다면, 정책의 혼선은 물론 조령모개식이 되어선 안 된다는 말이다. 게다가 직선제이니 우선 당선되고 보자는 이른바 포퓰리즘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정책 대결이 실종되어 더욱 안타깝다.
시대는 빠르게 변해간다. 나라 밖, 국제 시류라고 다를 것이 없다. 이럴 때 한번 수립한 정책이 국내외 시류.사조에 변하지 않고 안주할 수만은 없다. 그래서 시대사조와 흐름에 적응하고 나라를 이끌어가기 위한 인재 양성이야 말로 증차대한 일임은 아무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이에 더하여 정책의 일관성도 중요하다. 그러나 국내외적 시류 변화에 따른 능동적 대처가 더 중요할 때는 정책 일관성은 의미가 없으니 과감히 개혁적 변화도 할 수 있어야 한다. 다만, 대국적이고 전향적인 교육 개혁이야 누가 반대할까만 지나친 이념 투쟁과 정치색 일변도의 좌편향만은 경계해야 한다는 말이다.
차제에 전교조에게도 고언 한 마디 하고자 한다. 출범할 때 대다수 국민들이 환영할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길 바란다. 적어도 중학생들을 빨치산 축제에 데려가거나, 정규 수업시간에 ‘너희들은 재수 없어 이런 나라에 태어났다’고 일갈하는 교사는 없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참 서글픈 주장이다.
역사 교과서만 해도 그렇다. 역사는 부끄럽든 자랑스럽든 역사는 역사이기 때문에 사실에 기초한 검증된 역사 기술이어야 하고 차세대의 주역이 돼야할 2세 교육이니 이 범주에서 일탈할 수 없다는 말이다. 일선 교단 교육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새삼스레 지난 역사교과서 채택을 둘러싼 갈등을 생각하면 그 교과서로 배운 학생들이 이나라 주역이 됐을 때에는 교육 지형이 어떻게 변할까? 6.25는 우리가 일으켰다고 고착이 되는 것은 아닐까 심히 걱정이다.
인간사에서 생존을 위한 경쟁은 필수 불가결이다. 교육은 ‘보편적 인간’이 되기 위한 자격시험이 아니다. 공부가 학교 졸업이라는 통과의례를 위한 길도 물론 아니다. 일이 이렇게 엄중한데도 경쟁시키지 말라, 수월성도 따지지 말라, 성적 줄 세우기도 말라, 평준화만 전가의 보도인 양, 되뇌니 이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경쟁을 위한 경쟁’이 아니라 ‘자기 발전’을 위한 경쟁인데 이를 억제하라니 경쟁 치열한 이 사회를 어떻게 대처하라는 것인가?
평준화! 인간의 능력은 천차만별인데 이를 왜 평준화해야 하는가? 가진 능력을 최고조로 발휘하는 것이야말로 본인을 위해서나 사회를 위해 가장 바람직한 일인데 왜 이를 가로막는지 알 수가 없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하듯 공부 잘 하는 것과 개인이 이루려는 지향점(指向點)이 다르다는 것은 상식인데, 평준화를 반대한다고 모든 학생들을 요주신동(堯州神童)(※송나라 요주 땅에 주천석이라는 아이가 신동 과거에 급제하여 벼슬을 얻자 너도나도 너댓살만 되면 죽농(竹籠) 속에 가둬두고 잠도 재우지 않고 사서오경을 가르쳤다는 고사)으로 만들라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좀 뒤처지는 학생은 잘하게, 잘하는 학생은 더 잘하게 하는 것이 교육의 본령이 아닌가. 인간사를 종종 스포츠에 비유하기도 하는데 어떻게 잘 뛰는 놈은 좀 천천히 뛰라 할 수 있는가. 그게 교육인가?
어쨌거나 이 나라 유.초.중등 교육을 담당한 교육황제(?)(막강한 인사권과 예산집행권을 가진 교육감을 이렇게 부르는 축도 있더라)가 취임하면 그날로부터, 숫적 열세인 보수가 고군분투하는 분열과 갈등을 봐야 하니 국민 각자의 호불호를 떠나 이 나라 교육 문제가 걱정스럽다는 느낌은 나만이 가진 예단일까? 제발 내 예단이 기우이거나 또 진보의 득세가 시대적 필연이며 ‘인심이 천심’이라면 어쩔 수 없지만 그들의 제1성을 보면 결코 순탄치만은 아닐 것이라고 이 무명 글쟁이가 토로해 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