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을 받으면 기분이 좋다.
누구에게나 울지 않기만 하면 주는 산타할배의 선물이라도 받고 보면 즐겁고 행복감을 만끽한다. 아주 오래전 학업 생활을 멈추고 산림녹화사업에 근로할 때 낙심하지 말고 용기를 내라고 낯모르는 어른이 주신 네잎짜리 토끼풀이 있다. 일기장에 넣어 정성을 다하여 보관하여도 녹색이 바래고 바래져서 옅은 갈색이 되더니만 이젠 흰빛조차 잃어서 겨우 흔적만 보인다.
그러나 나의 가슴에는 선명한 녹색의 웃음을 보내는 수호신으로 나의 분신 일기장 갈피 속에 자리매김하고 있다. 사십년의 세월이 토끼풀의 유기체는 앗아 가고 있지만, 바람처럼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인 筆者의 임종을 지켜줄 동반자임을 의심하지 않는다.
마음을 비우고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난 오십 중반을 넘어서면서, 네 잎 토끼풀잎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한잎 두잎 따서 모으고 있다. 벌써 수백 개의 이파리들이 코팅지 안에서 웃고 있다.
남편의 외도로 마음고생하며 부부전쟁을 할 때 오히려 못난 아들을 두둔하던 시어머니가 미워서 저 세상 가실 때도 눈물이 나지 않더니만, 이제 미움 대신 그리움만 남아서 묘지(墓地) 풀을 다듬는다는 돌00 친구의 취미이자 낙(樂)이 네 잎 토끼풀 따서 모으는 것이라 하여 筆者도 시작한 것이 벌써 수년이다.
국제통화기금관리체제(IMF)의 소용돌이 속에서 筆者를 두 번 죽이던 者들도 세월이 가니 용서되었고, 공직을 떠나가게 하였던 숱한 넥타이群團들의 횡포(橫暴)도 시계의 돌림 속에 희석되어 용서라기보다 잊힘이 되어가고 있다.
그런데 이제 새삼스레 중늙은이 筆者를 곤란스럽게 하는 부류가 나타났다. 점차 이 세상의 중추적 역할자가 될 것이란 사실 앞에 筆者가 항거하거나 역설할 것이 아니라, 이들과 순응하고 사랑해야 할 것이란 생각이 들며 아울러 삶의 가치 상승을 주는 친구들이다.
기념일이 가장 많고 가정의 달이란 이 달에, 세월호 침몰사건을 비롯한 가슴 아픈 사연이 겹쳐서 소파 방정환선생의 고귀한 [색동회 정신]이 희석될까 염려되어 지난해 요맘 때 독자들께 드렸던 ‘도덕과 양보 차이’란 글을 다시 꺼내 읽어본다.
아 가끔 단지(團地)내에 있는 놀이터 그네에 올라 앉아 세상시름도 지우고 글감을 얻고자 하면 어디서 보았는지 다람쥐처럼 달려와서 “할아버지 밀어드릴까요?”하는 내 친구 녀석들. 정말 고맙고 또한 곤란스럽다. 그렇게도 “아저씨”라 부르라 했는데, 송해 선생은 오빠라 하면서 나를 할애비란다.  고이얀 녀석들.
녀석들이 미워서(?) 열쇠고리정도로 코팅하여 만든 네 잎 토끼풀 메달을 준다. 될 수 있으면 낯설고 처음 보는 어린 친구들에게 줄려는 생각을 한다. 혹여 그중 누군가는 그 토끼풀잎이 인생의 지침서가 될 수도 있기를 기도 하면서. 사십년 전의 그분의 은혜를 생각하며.   
누군가 네잎 토끼풀잎은 행운이고, 세잎 토끼풀잎은 행복이니, 행운을 좇지 말고 행복을 추구하란 말이 있지만, 筆者는 주먹백이인 귀엽고 어린 친구들에게 줄 네 잎 토끼풀을 오늘도 찾아 모은다. 
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