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고령향교(高靈鄕校) 강당에서 가진 향교 원로회원 및 장의 회의에서 박달규(朴達奎) 전교(典校)가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임기가 내년 4월로 아직 10여개월이 남았지만, 이날 갑작스런 사의 표명으로 여기저기서 장의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L장의는 발언권을 얻어 “갑작스럽게 사의를 표명하게 된 것이 자의인지 타의에 의한 것인지”를 신랄하게 따지면서 뭔가 석연치 않는 것이 작용한 것이 아닌지를 물었다. 이에 대해 박달규 전교는 “그런 것은 따지지 말고 후임 인선 방법을 논의하자”고 말했다.
그러나 분위기는 진정되지 않고 여러 회원들의 발언이 이어지면서 일촉즉발의 분위기가 됐다.
이날 원로회원 13명 중 8명과 장의 18명이 참석했는데, 전교 사퇴수리 여부와 후임 선출 방법에서 의견을 보이며 논란이 벌어진 것이다.
원로회원들은 이미 회의가 소집되었으니 “오늘 후임을 결정짓자”는 분위기고, 장의들의 주장은 “전교 선임권은 장의들만 가지고 있어서 원로회원은 의결권이 없으니 퇴장하고 장의들만의 논의로 사퇴를 받아들일 것인지? 또 후임 전교를 어떻게 선출할 것인지”를 논의하자고 했다.
이에 대해 “원로 회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논의하라”는 원로 회원들의 강한 주장에 장의들은 “원로회원은 자문역할만 하라”며 한때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이날 회의는 결국 결론을 내지 못하고 차후 따로 일자를 정해 장의회의를 소집해 전교 사퇴 건과 후임을 논의하기로 하고 회의를 마쳤다.
향교 운영규정에 전교 선임은 장의의 추천을 받아 유림총회의 추인을 받도록 돼 있으며, 후보자가 단수일 때는 ‘추대’ 형식을 갖지만 후보가 복수일 때는 ‘투표’를 거치도록 돼 있다고 한다. 이러한 절차를 밟아 선임된 전교는 성균관에 상신, 추인을 받도록 돼있는데, 최소 1개월여의 공백 기간 해소를 위해 차기 전교 확정시까지 수석장의가 직무를 대행토록 규정돼 있다는 것이다.
또 전임 전교의 잔여임기가 1년 이상일 때는 후임은 잔여임기로 하지만, 잔여임기가 1년이 넘을 때는 새로 3년 임기로 출발한다는 것이다.
이날 회의의 분위기는 박 전교의 사의 표명으로 특정인을 마음에 두고 ‘추대’ 하자는 측과 ‘장의들만의 논의로 결정하자’는 주장이 맞서고 있는 형국이다.
이웃군의 경우 전교는 존경받는 인물을 추대형식으로 선출한다는데, 고령은 지난 두 차례 투표를 거쳐 전교를 선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