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번영회, 학부모회 등 해당 학교 항의 방문
최근 지역의 K중학교가 졸업생앨범을 외지 사진업자에게 맡겨, 지역 업자는 물론이고 상가번영회.학교운영위원회.학부모회 등에서 강하게 반발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지역에도 사진업자가 두 곳이 있지만, 지역제한을 없앤다며 작년 포항에 외주를 줄 때는 그나마 지역 업자에게 연락을 주더니, 올해 성주 업자에게 맡길 때는 아무런 사전 연락도 없었다.
지난 5월 14일 상가번영회가 이 문제 해결을 위해 긴급이사회를 열고 어려운 지역경제를 감안해 이의 시정을 요구하는 학교 항의방문을 결정했으며, 학부모회에서도 뜻을 같이 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지난 5월15일 상가번영회장(현재 학교운영위원장)을 비롯해 번영회 전 회장, 이사 대표, 학부모회 회장과 대표 등 10여 명이 군민의 정서와 현재의 분위기를 전하기 위해 학교장을 방문했다.
이날 항의 방문 자리에서 학교운영위원장 겸 상가번영회장은 “고령이 전국에서도 가장 작은 군에 속하는데, 인구는 점점 줄고 지역경제가 바닥”이라며 “졸업생 앨범까지 외부에 맡겨야만 하는지 관심 있는 군민들의 불만이 폭발 직전”이라고 말하며 이유를 설명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학교장은 먼저 “사전 연락도 없이 여러 사람이 함께 방문해 당황스럽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학교장은 “앨범 수주건은 경상북도 교육청 공문 안내에 따라 외부 사업자에게 맡겼으니 법적으로 하자가 없다”고 항변하면서 “왜 교육문제를 지역경제와 연결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상가번영회 B 전 회장은 “그것이 불법이라고 말하진 않았다”며 “다만 정당한 절차로 외주를 주었다고 하지만, 군민의 정서와는 거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이유로 어려운 지역경제를 살려보겠다고 군민들은 지방세를 내고, 교육발전기금을 내고, 또 전국 각지에 흩어져 사는 출향인들의 고령시장보기 등 군민들이 지역경제를 살려보겠다는 절박한 실정을 감안해 달라는 것” 이라고 했다. 또 B 전 회장은 “이 문제는 법으로만 따질 사안이 아니다”며 지역정서와는 상반되는 자신의 주장만을 내세우는 학교장을 강하게 질타했다.
K 학부모회장은 “지난해 포항에서 만든 앨범은 그 전에 지역에서 만든 앨범에 비해 너무 조잡하고 볼품없다고 학부모들 간에 불만이 많다”며 분위기를 전하고, “학부모들 주머니돈으로 만드는 앨범을 왜 학교에서 지역민심을 거스르며 까지 깊이 관여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으며, 참석자들도 이구동성으로 지역정서를 무시한 학교의 처사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한 참석자는 “이 문제는 법으로만 따질 일이 아니다”며 “지역 업자에게 맡기면 첫째 제작이 미흡하면 즉시 항의가 가능하고, 또 긴급히 학생들이 증명사진이라도 필요하면 가까운 곳에서 바로 해결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지역경제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지난해처럼 포항 같은 먼 거리인 외부에 맡기면 그 업자가 앨범 한 권을 만들려고 최소한 10여 번은 학교를 들락거려야 할 텐데, 그 비용이 원가에 포함되면 앨범이 부실할 수밖에 없다”고 질타했다.
이 문제에 대해 지역 사진업자인 P사장은 “경상북도 교육청이 앨범조합 회원 가입업체를 이용하라는 공문에 의했다고 하지만, 직접 교육청 K계약담당자에게 문의한 결과 ‘강제성은 절대 아니고 그저 이런 방법도 있다는 단순히 안내권고일 뿐’이라는 대답을 들었다”면서, “사진앨범인쇄협동조합은 이익단체로서 반드시 가입해야 하는 것은 아니어서 실제 일부 업자만 가입해 그 숫자가 많지 않다”고 주장하며 강제조항은 절대 아니라고 했다.
또 P사장은 몇 년 전 남녀중학교가 분리되었을 때는 졸업생 숫자가 적어서 앨범으로 이익을 남길 수 없었지만, 지역이고 모교이기 때문에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정성을 다 해 만들었는데, 정작 학교가 통합하여 학생 숫자가 많아지니까 일감을 외부로 빼앗긴 듯해서 울화가 치민다고 성토했다.
특히 이 사업자는 “고령에서 사업하는 지역 업자들이 타 지역에서 입찰할 경우 지역제한으로 응찰조차 불가능한데, 유독 고령만 지역제한을 해제해야 하느냐”고 분통을 터트리면서, “그것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연속적으로 지역 사업자를 배제하고 외부에 맡기는 학교의 처사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날 항의 방문 참석자들은 이번 앨범 문제는 이미 결정된 사안이지만 지금이라도 지역민의 정서와 지역경제를 감안해 학교에서 지정한 업자에게 지역분위기를 전하며 철회를 요청하는 길만이 해결책이라고 입을 모았다. 또한 사업비를 보더라도 1천만 원 미만이어서 학교의 재량으로 얼마든지 지역 업자에게 맡겨도 결코 불법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고 성토했다. 특히 이날 참석자들은 이번의 이 문제가 원만히 해결되지 않는다면 교육청을 항의 방문할 태세여서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편 몇일 전 이 학교 졸업생이기도 한 기자가 이 건을 제보 받고,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 학교장을 방문했을 당시 학교장은 “넓은 의미에서 대구.경북도 우리의 고향이지 않느냐?”고 항변했다. “이 지역만 감싸다가 내가 여기를 떠나 포항으로 전근 갔다고 가정해서 거기서 홀대를 받아도 좋단 말이냐”고 항변해 지역정서와는 너무 동떨어진 답변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주민들은 “좁은 고령지역에서 이 문제가 일파만파로 전파돼 여론이 들끓는 것은 학교나 군민에게 결코 도움이 될 수 없을 것이며, 다른 분야에서도 지역경제를 외면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