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할 기록이 많은 이는 복될 것이다.  그중 하나가 비석문(碑石文)이다.
유교정신에 겸양이 중요 덕목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자랑을 직접 함이 어색하니 이웃의 덕망 있는 사람의 갈찬(碣讚)을 돌에 기록하여 조상(祖上)자랑도 하고 본받을 지표(指標)로 삼았던 것이다.
이 돌 기록을 비(碑)라 하는데   묘비, 능비, 신도비, 기적비, 기념비, 순수비, 정려비, 송덕비, 애민비, 영세불망비, 유허비 등 종류가 무수히 많다.
요즘 연일 가슴 아픈 대형사건이 터지는데 이웃사랑의 일환으로 살신성인의 희생을 하는 고귀한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이런 고품격의 내용을 돌에 새겨서 칭송하고 본받으면 정말 바람직 하지만. 일제 강점기 시절 왜경 앞잡이 짓거리를 하며 자민족을 괴롭히던 부류들이 미 군정기의 혼란을 틈타 요직을 차지하고 그의 후손들이 엄청난 부와 권력을 강탈하여 정말로 정의(正意)가 무엇인지 혼돈하게 만드는 작태를 보아왔다.
가슴 아픈 세월호 침몰사건의 소용돌이 곁에서 국가의 고위 관료들이 유치원생도 하지 않을 못난 모습을 보이고도, 시간이 지나고 조용해지면 또 빛나는 훈장과 표창을 나누워 가지면서 국난극복의 유공자라고 자랑들을 할 것이다.
흙탕물로 기세등등하던 홍수(洪水)도 일주일 전후면 맑아지는데, 우리네 얼룩은 몇 천 년이 지나야 모두가 수긍하는 웃음의 기록이 될까? 외침(外侵)은 막으면 되지만 안에서 곪아 터짐은 호환마마보다 무서운 것이다.
경기도 과천의 남태령에 있다는 옛날의 송덕비(頌德碑) 이야기다. 송덕이란 고을을 잘 관리하고 떠나는 사람의 은혜를 기록함을 말함이다.
이곳에 부임한 관리들이, 세금 징수가 많기 때문에 탐관오리로 변하여 재물을 모아 상납하고 조정의 좋은 자리로 영전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어느 과천 현감이 한양으로 영전하는데 아전들이 송덕비문을 문의하니, 소위 ‘알아서 해라’였기로 아전이 今日送此盜(금일송차도)하니, 이를 본 현감이 웃으며 明日來他賊(명일래타적)이라고 적어주고 가니 기가 찰 노릇이라,  아전이 다시  此盜來不盡(차도래부진)하고 쓴 것을 보고  행인이 擧世皆爲盜 (거세개위도)라 첨언했다. 해석하면 ‘오늘 도둑님 보내노라’ ‘내일 또 다른 도둑이 올 걸’ ‘도둑님들만 끊임없이 오누나’ ‘세상이 모두 도둑님뿐이로세’라 그냥 웃기엔 시세말로 2%가 모자라는 송덕비 내용이다.
사랑하는 독자여러분  하지만 희망적인 비문도 있습니다.
조선시대 3대 청백리(황희,맹사성,박수량)중 한분인 박수량(1491~15554)어르신의 경우는, 청렴하기로 소문이 높아 죽고 나서도, ‘칭송 글을 비문에 써서 세우는 것은 오히려 고인의 고결한 성품을 더럽힌다고 하여 글 없는 백비(白碑)를 명종 임금이 하사하여 지금도 전라도 장성에 있다 하니 그나마 살아 볼 가치가 있다고도 할 수 있지요.
조선 후기 실학자 정약용의 哀絶陽 詩 (애절양 시)에는, 너무나 무거운 세금징수를 견디다 못해 자식을 낳지 않아야 이 고통을 후손에게 물려주지 않겠다고 三代獨子가 자기의 생식기를 잘랐다는 애달픔이 적혀있는데, 무거운 교육비와 생명유지비 상승률이 소득상승률을 능가하여 저 출산 아니 자녀 출산포기라는 극단의 양상을 보면서 ‘복지분배’가 절대 필요함을 느끼며, 이번 선거에 다는 아니라도 극소수 인원이라도 인간성 넘치는 “마중물 인물”이 선출되기를 기대한다.

  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