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공짜가 없다”는 말은 살아가면서 천천히 느끼는 절실한 명언이다.
“나랏돈은 먼저 보는 게 임자다” 라는 말, 또한 그다지 많이 살지 않아도 깨닫게 되는 우리나라 현실의 진리가 되어 버렸다.
지난해 말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정권존립의 위기를 느낀 나머지 새누리당과 정부는 사전에 충분한 검토 없이 0~2세 무상(無償)보육 예산을 인심 쓰듯 끼워 넣었다.
서울시를 제외한 보육비 지원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절반씩 부담하도록 되어 있어 지방정부의 재정악화는 예고된 상황이다.
사실 정부는 소득 하위 70%를 대상으로 0~2세 보육비를 지원할 계획이었으나 국회 심의 과정에서 지원대상이 전 계층으로 확대되면서 보육비 지원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특히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방의 자치단체의 반발은 당연할 수밖에 없다.
이에 정부마저 예산부족을 이유로 소득을 감안한 선별지원 방식으로 바꾸기로 밝힌데다 각 지자체의 관련 예산도 바닥이 나고 있어 시행 4개월 만에 여기저기서 갈등과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여건도 제대로 고려하지 않고 무상복지 포퓰리즘이 부른 무책임한 졸속행정으로 이제는 자기네들끼리 책임을 떠넘기는 작태를 보이고 있어 한심하기 짝이 없다.
정치적 득표 계산에만 신경 쓰는 정치인들의 책임이 무엇보다 크다.
“보육은 국가가 책임진다” 는 현 정부의 공약도 이제 폐기될 위기에 놓여 있다.
OECD권고도 그렇지만 관련 학계에서는 0~2세 아이는 가정 양육이 바람직하다는 게 중론(重論)이다.
영아보육사업은 아동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우리나라 실정에서 출산장려차원에서라도 절대적으로 필요한 사업이다.
그러나 예산규모나 대상범위, 지원기준 등 사업을 위한 총체적인 계획과 사업의 실현 가능성 등을 우선 점검하고 사전계획을 철저하게 세워야 함에도 정치적 판단을 앞세워 위기를 자초했다는 측면이 강하다.
특히 가정 양육이 가능하면서도 정부지원에 눈이 멀어 무분별하게 시설에 맡기는 등 보육정책의 헛점만 노출시켰다.
이러다 보니 실제 맞벌이 가구로서 시설보육이 꼭 필요한 부모는 정작 아이를 맡길 곳이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여성 취업율이 높아지고 있는 지금, 육아휴직, 유연근무 등을 통한 가정양육이 절대 필요하다.
따라서 소득수준에 맞는 선별적 복지를 통해 가정양육의 권리를 확대하고 지원하는 방법도 찾아야 할 때이다.
또한 어린이집 운영은 교육사업 중에서도 가장 세심한 배려와 애정이 필요하고, 사회적 봉사정신이 각별히 요구되는 자선사업 성격이 짙다.
따라서 영리목적의 사업을 위한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감독관청의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허위로 등록하거나 부정하게 나랏돈을 횡령하는 일부 어린이집의 실태도 엄격히 처벌해 정작 필요한 맞벌이 가구에 혜택이 돌아가야 한다. 오늘도 엄마 품에서 사랑과 꿈을 먹고 자라면서, 미래를 준비하는 이들에게 더 많은 지원과 관심이 그래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