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을 잃은 부모의 심정은 경험해본 사람만이 알 수 있지요” “생떼같이 채 피어보지도 못하고 세월호 참사로 잃은 부모의 심정이야 오죽하겠나”라며 요즈음 우리나라 분위기를 전하는 신임 김영옥(59) 유족회 회장.
고령군보훈단체로는 국가를 위해 일하다 가족을 잃은 유족회를 비롯해, 남편을 잃은 미망인회, 상이용사회 등이 있다.
김영옥 회장은 초.중.고등학교를 지역에서 졸업했고, 경주김씨 후손으로 고령(모산골)을 떠난 적이 없다. 새마을금고 이사를 24년여 역임했고, JC특우회장, 그리고 제5대 군의회의원을 역임한 순수 고령 토박이다.
이번에 김기수 회장에 이어 4년 임기의 유족회장을 맡은 김 회장은 10여 년 전 군대에 보냈던 장남이 서울 한강에서 도하작전 훈련 중 보트 전복으로 순직한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다. 국립현충원에 안장된 아들을 앞세운 기억은 하고 싶지도 않지만 ‘세월이 약’이라더니 이제는 담담하게 현실을 받아들이고 있다고 한다. 그저 먼저 간 아들이 몹시도 보고 싶을 땐 현충원으로 달려가서 묘비를 쓰다듬는 것을 위로로 삼을 뿐이라며 인터뷰 내내 감정이 복받치는 표정이었다.
당시 심정이야 지금의 세월호 참사 부모들의 심정과 조금도 다를 게 없지만, 그 때 김 회장이 앞장서 “이미 당한 일이니 다른 세 유족에게 원만한 사고 수습에 협조하자”고 권유한 것이 주효해 사건이 잘 처리됐다고 한다.
“시대가 변해 대부분 아들딸 하나만 두고 있는 요즈음의 현실에서 이번 참사로 자녀를 잃은 부모의 심정이야 얼마나 억장이 무너지겠나. 이번 사고에서 총체적 안전 불감증으로 초기대응 미숙이 적나라하게 노출됐지만 어쩌겠나, 마지막 실종자를 빨리 찾을 수 있기를 기원할 따름이다” 이번 사고 후 마침 유족회 회장을 맡았으니 임기동안 유족을 대변하고 권익보호에 앞장 설 각오를 밝힌다.
새마을금고 이사, JC특우회장 등 오랜 세월 지역사회 활동이 참작돼 5대 군의원에 당선돼 임기를 마쳤지만, 한 번 더 지역봉사 기회를 얻기 위해 이번 선거의 군의원 출마를 준비하던 중 갑자기 부인이 뇌출혈로 쓰러지고 말았다. 청천벽력이어서 출마를 접고 아내 병간호를 했지만, 끝내 아내는 회복하지 못하고 100여일의 투병 끝에 장남 곁으로 보내고 말았다.
고령신문 창간 당시부터 이사로 활동하는 김 회장은 현재 1남 2녀와 살고 있다. 아들은 조그만 사업을 시작했고, 장녀는 방사선사로 현재 병원근무 중이며, 막내딸은 중학교 3학년 재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