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팽목항…!
아, 아…! 이걸 어쩌나? 어쩌다 이 지경이….
오, 오…! 채 펴보지도 못한 저 꽃들을 어찌 할꼬…!
기가 막히고 말문이 막혀 차마 쓸 수가 없다.
총체적 부실, 어디서부터 어떻게 고쳐나갈까.
누굴 탓할까.
너무 참담함에 더는 붓이 나가지 않는다.

온 나라가 슬픔에 빠졌다. 가슴마다 통한에 짓눌려 소리 없는 탄식만 할 뿐 이어갈 말을 찾지 못한다. 너무 참혹하여 섣불리 ‘참사’도 ‘처절’도 쓸 수가 없다.

이제 조금 정신을 차리고 비통에만 빠져 있을 게 아님을 말한다. 나름으로 진단한다. 그야말로 백가쟁명(百家爭鳴)이다.

‘먹고 사는 것이 제일’이라고, 경제가 최우선이라고, 소득이 제일이라고 하다가 ‘사람 됨됨이 교육’이 뒤로 밀려 났다.
정법(正法)이 편법 앞에서 고개 숙이고, 비정상이 정상을 밀어내고, 부정.비리가 판치는 오늘의 우리들, 관행과 악습이 일상화 돼버린 우리들, 검은 유착이라고 하더니 산피아, 해피아, 관피아까지 나왔다. 나올 것은 다 나왔다. 후안무치, 부도덕 운운은 오히려 미급(未及)한 질책이 될 뿐이다.

경영의 귀재, 이재(理財)의 화신? 종교의 가면을 쓴 기업인, 기업을 빙자한 종교인? 유병언, 주식 한 주도 갖고 있지 않으면서 자식과 측근을 내세워 계열사 모두를 장악하는 이른바 ‘천민적 재벌경영’에서는 그 교사(巧詐)함에 말문이 막힌다.

오만과 탐욕의 끝은 어디일까? 뭐, 세상을 초월한다고 세월(世越)? 야회(yahweh)의 변형인 아해(兒孩)가 여호아? 가증을 넘어 간특(奸慝)함에 진저리가 쳐진다. 선장과 선원들 그들이 어찌 사람인가. 금수도 위난에 처하면 목숨 걸고 새끼 보호하는데, 하물며 사람이…. 세상은 그들을 일러 무뇌아(無腦兒)라 질타한다.

비리의 커넥션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일까.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라야 할까. 캐면 캘수록 더욱 미궁이다. 분명한 것은 인맥 학맥에다 혼맥까지 무소불위로 휘둘렀다는 사실이다.

사후약방문이듯 적폐(積弊)를 뜯어고친다고? 수십 년 쌓였는데 그게 그렇게 쉽겠는가. 원천을 찾아야, 근원을 찾아야 한다. 어느 것 하나도 성한 것 없는 부실사회이니, 부실건축물이니 기초부터, 초석부터 새로 다져야 한다. 이 와중에 웬 ‘기초질서(?)’ 하겠지만 그길 밖에 없다. 하루아침에 고칠 수는 없다. 적어도 장기계획이어야 한다. 만시지탄이지만 경제논리에 밀려버린 인성교육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 -초등학생과 어른이 버스에 오르려 줄을 섰다. 어른이 내린다. 초등생이 “어! 여기는 타는 문인데…” 민망한 어른이 황급히 사라진다-. 이것이 오늘의 우리들이다. 50여 년 전,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5.16’이후 새로운 나라를 건설하려 내세웠던 ‘인간개조론’이 다시 살아난다.

경제 10위권의 나라! 부끄러운 현실이다. 풍요의 그늘에 가리었는가. ‘한강의 기적’에 너무 취해 있는 사이 그 기적에 압사하고 말았는가? 이제 와서 누굴 탓하기보다는 우리 모두의 허물임이 분명하다.

다이빙벨? 그 얼치기에 모두들 속았다. 기업하는 사람으로서 좋은 기회였다고? 그 뻔뻔함에 치가 떨린다. 오도(誤導)된 인간의 본성에 비애를 곱씹게 한다. 무력감이 밀려온다.

채 펴보지도 못하고 사라져간 저 꽃봉오리들을 어찌할꼬? 애간장 다 녹여버린 어머니 아버지는 또 어찌할꼬? 학생을 먼저 구하고 산화해버린 박지영님과 단원고 교사 남윤철님! 살신성인의 그 위대한 가르침 앞에 옷깃을 여미는 것이 살아있는 우리들이 해야 할 일이라면 너무 무기력하지 않을까요? 이대로 근신(勤愼)만 하는 것이 오늘의 우리들이 해야 할 일이 이것뿐이라면 너무 공허하지 않을까요?

이제는 정말 바른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소리도 곳곳서 용출(湧出)하고 있다. ‘돈보다 안전이다’, ‘돈보다 사람이다’도 나온다. 더디더라도 고쳐가며 온전한 나라를 만들자! 권리만 앞세우고 책임과 의무는 뒤로 하는 이 병폐, 값진 대가를 치르더라도 과감히 척결하자. 뼈를 깎는 아픔도 감내하며 바로 세우자고 감히 주장해 본다. 성취(成就)는 그저 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