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 고픈 슬픔보다 더한 고통은 없다.
자타가 공인하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동남아의 어느 시인은, 자서전 첫 머리에  “주여 저들이 고픈 기억을 잊게 하여 주소서”하고 절규의 글귀를 올린 것을 보고 ‘정말로 큰 스승이며 인류의 바람직한 모습’이라고 잠시 고개 숙여서 그분의 편안을 기도 올린 때가 있었다.
지금 우리는 경제력을 비롯한 몇 부분에서는 이 지구상에서 상당히 선진 부류라고 자긍심을 가질 수도 있지만, 과연 이 세상의 소풍을 마치고 미지의 다른 세상으로 갈 때 본인 스스로가 생각해도 잘 살았고 모범적이었다고 위안을 하면서 갈 수 있을까?
筆者는 직업상 비교적 안락한 생의 마감인 임종모습을 많이 보았다. 소위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도 있었고, 명성을 얻어서 장례식장을 가득 메우는 화환의 환송을 받으면서 화장터로 가는 주검도 숱하게 보았다. 
상주의 손을 잡고 “너무 아까워 말이 안 나오네” 하면서, 이미 염(殮)을 하여 나무 운송구에 안치된 고인을, 시신이라도 보고 싶다며 부탁하는 조문객을 본 기억이 아주 오래된 기억이다. 요즘 조문객들은 내일의 일상사를 위하여 바삐 떠나간다. 위로랍시고 내미는 얼마의 지폐 납부로 조문의 의무는 끝난 것처럼 썰물의 그림자를 타고들 있다.
옛말에 ‘남의 제사에 밤 대추’ 란 말도 있지만 진정어린 위로를 받으면서 고인을 떠나보내는 유족은 그나마 복된 것이라 생각된다.
최고 통치자께서 조문하며 고개 숙인 모습을 보며 ‘저분의 잘못이 무엇일까?’를 생각하다가, 그분의 아버님이자 내가 존경하는 민족의 지도자이신 먼저 가신 분의 장례행렬 녹화 비디오를 보았다.
흑백이고 화질이 맑지 않았지만, 대형 버스를 국화(菊花)로 장식하고 동작동 현충원을 들어서면서 진행된 장면 가운데, 지금의 통치자께서 남동생의 눈자위를 닦아주시는 모습은 차라리 고개를 돌리고 싶을 만큼 슬픔을 안고 계셨다. 애끓는 얼굴이시지만 맏이로서의 위엄을 지키시느라고 얼굴근육이 경련으로 굳어있음을 보았다.
사십여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의 통치자의 조문 모습에서는, 인생 뒤안길을 돌아 거울 앞에선 중후한 모습보다 이모의 모습이셨다.  筆者는 자식처럼 애지중지 키운 조카의 죽음을 마주한 슬픔과 미안함을 그리는 이모가 언니 비석 앞에서 말을 잊고 아미(蛾眉)근육의 떨림으로 사죄를 구하고 있는 것 같은 진정된 느낌을 읽을 수 있었다.
대중 소식통들은 하고 싶은 말들을 마구 쏟아 내고 있다.
얼마나 하고 싶은 말들이 많겠는가?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자네가 잘못했어요”만 난무하고 “제가 잘못 했습니다”란 한 줄의 말이 나오지 않아서 이제 지쳐간다.
어릴 때 우리 동네에서는 가뭄이 심하여 모두가 자기 논에 물을 넣느라고 소위 물고싸움을 하다가도 연장자이신 어른이 “모두 멈추시게. 내가 불민하여 이 지경이니 내일 기우제라도 지내보세” 하면 싸움이 끝나곤 했었다.
배운 것 많아 잘살고 있다면서, 이 지구를 가지고 놀만큼 우수한 민족이라면서, 지식이 많아서 생명도 늘리고 있다면서, 구식이라고 뒤안길로 밀쳐둔 그 노인네들보다 무엇이 모자라서 “내가 불민하여…”를 못할까?. 우리의 갖춘 자들은.

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