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도 안 난다. 이 말의 참 뜻을 생각해 보면, ‘극한 상항에 도달했다. 더 이상의 참담함은 없다’인 모양이다. 오늘 아침은 그렇다. 아니 이번 달은 눈물도 흘릴 수 없이 슬프고 참담한 마음을 가눌 수 없다. 사람은 한번 태어나고 또 그렇게 이 세상을 이별하고 미지의 세상으로 가는 것이 정해져 있는 것이란 말을 읽고 쓰기 수 없이 하였지만 이렇게 가슴으로 고개 숙여 보기는 흔치 않은 일이었다.
筆者는 한국동란 후세대이며, 월남파병 선배님들 뒤를 이어 입대하였던 비교적 젊은 세대라 이렇게 큰 슬픔을 맛본 기억이 드물다. 물론 天崩(천붕)도 당해 보았고, 대구역 사건, 이리역 폭발사건, 슈퍼컴퓨터를 동원해야 될 정도의 신문 사회면을 뒤덮었던 기억들이 있지만, 이제 두 아들이 어엿이 사회 일원을 담당하고 있는 나이가 되고 보니 이번 참사는 정말 가슴이 미어진다.
가슴속에 묻어둔다는 아들의 이별에 무슨 말로 위로가 되겠냐마는, 정말 조심스레, 그래도 마음을 추스르시고 못 다 피어보고 간 아들.딸들의 남겨둔 꿈들을, 부모의 입장에서 어른들의 입장에서 마저 피어 주는 것이 그나마 바람직한 일일 것이란 말씀을 살며시 드린다.
큰 강물이 흘리가면서 낮은 곳으로 가는 것이 일반상식이며 진리이지 않은가? 멀리서 보면 그렇다. 그러나 가까이 서서 보면 바위를 만나 소용돌이로 휘돌아 흐르기도 하고, 굽이도 치고, 흙탕물도 보듬고 온갖 이물질도 안았다가 달래면서 정화시켜 주고 묵묵히 흘려가는 것이 아닌가?
옛 성현 말씀에 大道無門(대도무문)이란 글귀가 있다. 배우고 깨친 이들 나름으로 해석하는 방법이 많이 있지만, 筆者는 이글을 ‘큰 흐름의 도리가 행해짐에는 얽매임이 없어야 한다’라고 하고 싶다. 시세말로 열손가락의 길이가 제각각이듯 모두가 동일할 수 없고 조그마한 돌담을 쌓는 곳에도 모양도 크기도 색깔이 다른 조각들이 모여 하나의 울타리를 만드는 것이다.
너무나 큰 그야말로 억장이 무너지는 참사를 그려 보려니 글이 사형천(蛇形川)을 만들 듯 빗났습니다만  다시 바로잡고. 큰 슬픔의 뒤안길에도 자원봉사자들의 땀방울 향기가 있었고, 카톡을 비롯한 무수한 통신 매체가 쉴 틈 없이 그 나름으로 구조방법을 제시하기도 하고, 초조함으로 분통을 내지러기도하는 모습과, 그야말로 셀 수 없을 만큼의 나라밖 이웃들의 애도와 조의가 있었다.
세계화의 표현이며 우리나라의 위상 측도이기도 하다고 본다.
여기서 筆者는 節制(절제)라는 화두(話頭)를 던지고 싶다. 정부 고위관리자들의 사고 현장 주변에서의 경우 없는 행동들과 애도를 빙자한 선거지지 호소하는 출마예정자들의 작태를 비롯한 차마 눈 뜨고 보기 민망한 모습들도 적지 않았다.
이제 우리는 소위 먹고 살만한 민족이 아닌가? 한발 뒤로 물러나서 생각하고 배려하는 여유를 슬며시 보여 볼 정도는 될 수 없겠는가?  이번 참사의 중앙에 있는 유가족분의 가슴 아픔을 나누고 싶은 마음에 보잘 것 없는 筆者는 다음과 같은 글을 드리며 끝을 맺고자 한다.
훈련도중에 불의의 사고로 생을 마감한 한 병사(兵士)의 어머니께서 영안실 안에서 혼절하셨는데 옆에 있던 그 병사의 부친이 당시 위생병으로 근무 중인 筆者에게 주셨던 말씀을 일기장에서 발췌해 본다.
“여보 우리 이러지 말아요. 영호(아들이름)가 더 힘들거야. 한 병장, 우리 영호 비급한 죽음 아니지요 ?.  건강하게 근무 끝내고 고향 가서 어머님 안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