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복잡하고 어지러운 세상사와는 무관하게 절기에 발맞추어 피는 꽃들을 보며 “참 속도 좋다”하고 열없게 웃어본다.
봄비가 밤새 소리 없이 내린 화단에 수수꽃다리 꽃이 피어있다.
특히나 구름처럼 흐드러지게 피는 벚꽃이 너무나 많은 사랑을 독차지하면서 이목을 받는 끝자락인 이 아침에. 수숫대에 수수꽃처럼 꽃송이가 달려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하니 정겹기가 한량없는 녀석이 이슬비 같은 봄비를 맞으며 시집온 새색시처럼 다소곳이 고개 숙인 모습이 정겹다.
이제 막 꽃망울을 열기 시작하는 연보라색 꽃잎들마다 물기를 머금어 더욱 영롱한 빛을 보인다. 꽃잎을 타고 흐르는 빗물 방울들을 손바닥으로 받아서 코끝에 대어보니 진한 향기가 온 가슴을 휩싸 앉는다.
꽃 색이 옅은 자주색이기도하고 연보라 혹은 보랏빛과 흰색이 섞어있는 이 녀석의 이름이 영어로는 “라일락”이라 하고,  프랑스 말로는 “리라꽃”이라 하며, 한자어로는 자정향목(紫丁香木)이라고도 하는데 꽃이 피기 시작하면 그 향기가 진하게 멀리멀리 흩어지니 사랑받기 충분한 꽃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녀석은 무심히 피었다가 봄이 깊어지면 훌쩍 떠나간다. 어쩜 筆者처럼 방랑벽이 있는 것인가?  이름은 시골 마당가에 피는 수수한 꽃 이름 같지만 그 향기는 전혀 딴판이니, 요염하고 역마살 있는 집시족 꽃이라 본다.
꽃말도 “사랑이 싹이 트다”  “아름다운 맹세” “첫사랑의 감동” 등이니 아마도 젊은 청춘을 상징하는 꽃 같다.  문득  천안함 사건으로 고귀한 희생을 한 용사를 비롯한 젊은 꽃들에게 어울리는 느낌이 든다.
국민가수 현인 선생님이 불렀던 “Besame  mucho”라는 노래가 그야말로  많은 사람들의 애창곡이었다고 본다. 엄청 슬픈 사연을 품고 있는 노래인데, 우리는 이국적인 멋은 취해보지만 슬픔보다 오히려 사랑하는 정서로 불러지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筆者의 오해일까? 
아주 오래전 외국에서 시집온 다문화 가정에 전도(傳道)방문 갔을 때, ‘단장의 미아리 고개’의 “철사 줄로 두 손 꽁꽁 묶인 채로”를 “hand in the chain” 이라고 하니,  노예로 팔려 가느냐? 고 묻던 것이 생각나는데 이방민족이 자국민처럼 의식 일치 할 수 없음이 당연한 것 아니겠는가? 
원곡은 멕시코의 어느 여가수가  리라꽃에 얽힌 아픈 사랑이야기를 “나에게 키스해 주세요: 베샤메뮤쵸”라고 노래했는데, 내일이면 피치 못할 사정에 의하여 아주 멀리 떠나가야 하니까 사랑하는 사람에게 오늘밤 많이 키스해 달라는 간절하고도 애절함이 극치를 보이는 곡을 말이다.
멀리 떠나가면서, “잃어 버릴까봐,  사랑하는 당신을 나의 눈에 담아가려고 하니 많은 키스를 해 주세요” 하는 노래 말이,  봄 가뭄을 해결하는 고마움과 함께 조국의 평화를 위해 산화한 젊은피들의 향기로 기억되길 암시하는 것 같아 가슴 한편이 먹먹하다.
봄이 가면서 아쉬운 것이 리라뿐일까? 목련은? 벚꽃은? 진달래는 지는 것이 아쉽지 않을까? 
그러나 筆者는 풍요 속에서 오히려 상대적 빈곤으로 인한 인간성 상실을 아쉬워하며,  신문지상에서 국회의원의 대다수가 일 년 사이에 수억 이상의 재산증식이 있었다는 보도나,  단돈 5만원어치 음식물을 훔친 죄로 구속 수감되는 사람과 하루 5억원 일당을 받는 사람이 공존하는 이 사회를 이해할 수 없음이 더욱 아쉽다.

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