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밤에  봄비가 제법 내렸나 보다.
귀하게 얻어온  목화씨를 심어놓고,  제 딴에 정성을 다하여 습기를 보존하여 봄 가뭄을 견디게 하리라는 생각으로 함석 조각으로 비닐하우스 모양새를 낸 것이 밤이 깊도록 난타 연주를 해 하였었다. 새벽이 되니 선 머슴애들 모양으로 시침을 뚝 따고  맑게 개인 하늘에  부챗살 햇볕이 쏟아지고 있다. 가을 이슬도 아니련만 신발 끝단을 적셔오는 풀잎위의 물방울들이 햇빛을 받아 영롱한 보석으로 보이는 것이 산책기분을 한껏 돋우고 있다.
어느 노래 가사처럼 ‘이렇게 좋은 날에........’  왜?  습작 노트를 집에다 두고 왔을까?  후회가 몰려온다.  그렇다고 집에 되돌아가서 챙겨온다면 저 녀석들은  “나 잡아봐라..” 하면서 사라지고 말겠기에,  286 두뇌로 찍고 또 찍고 하면서 나만의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일전에  ‘솔뫼’ 선생님이 구순(九巡)의 나이도 잊었는지 열 아홉수의 시조와, 자작시를 시작(詩作) 기록형태로 첨언한  평론 글(?)  몇 수를 엮어 만든 책을 보내 왔었다. 일면식(一面識)도 없지만 글이 좋아서 글 스승으로 모신지 해가 바뀐 것인데 그 숱한 제자들 틈에 筆者를 끼워 주셨나 보다.  황송하게도.
옛 성현의 말씀에, “왕대밭에 왕대 난다.”란 말이 있다. 물론 맞는 말씀인 것 같다. 요즘은 “개천에 용 난다.”란 말은 도무지 이루어질 수 없다고들 하니 더욱 그렇게 느낌이 피부가 닭살 솟구치도록 다가온다.  보내주신 글 중에 한줄기 글이 筆者를 소스라치며 놀라게 한 구절이 있었으니, 蒼蠅附驥尾致千里(창승부기미치천리) 인데 스승님은 무엇을 깨우치게 하려고 나의 생각이 이 글에  머물게 하였을까?
직역하면, ‘연약한 파리라는 미물도 천리말(馬)의 꼬리에 붙어서 먼 길을 간다’란 말이고, 의역하면 ‘보통사람도 큰 인물을 만나 공명(功名)을 얻어 사회에 쓸모 있는 일을 한다’ 고 할 수 있다.
마침 선거철이라 公薦(공천)을 먼저 생각 할 수 있지만,  筆者는 “ 내 나이 많아 곧 갈 듯하니  제자야 빨리 공부해서 조금이라도 깨쳐라.” 하시는 듯하여 온몸이 사시나무처럼 떨려온다. 
고서(古書)에 男兒修讀五車書(남아수독오거서) 라 했었다, 인쇄술이 미약하던 시절 이야기지 지금의 젊은이들은 전자 매체를 이용하여 수 만권도 넘는 글을 읽고 부대끼면서 살아가고 있지 않는가?  그렇다면 스승님은 溫故知新(온고지신)을 말씀 하셨는가?
여하간 발끝에 녹아드는 습기가 간지럼을 전해온다. 왕대밭 언저리에서 설대(조리 만드는 대)라도 되려면, 개인 정보 유출 등등으로 말 많은 주민번호를 바꾸어서 살아야겠다. 주민번호를 진정으로 바꾸면 현행 범법자가 되거나 성전환하고 법적 절차를 거쳐야 하는 난해한 점이 있으니 바꿀 수가 없고  마음을 다잡고 노력하다보면  蠅蟲(승충)이 신세라도 될 날이 오겠지. 
막내아들 녀석도 어엿한 사회인이지만, 또 다시 어린 초등의 교정(校庭)에 적(籍)을 얹어보고 싶다.  숙제도 잘하고 발표도 열심히 하면서, 국민의 부흥을 제일목표로 힘쓰시던 영원한 민족지도자께서 그렇게 일러주셨던 ‘국민교육헌장’을 외우면서, 왕대에 못 미치는 설 대밭이라도 거닐 수 있다면 좋으련만 봄날의 午睡夢(오수몽)이겠지?.

   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