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筆者가 고운 최치원 선생이 노닐던 풍경을 소개한 籠山亭(농산정)에는 못 미치더라도 충분히 감흥을 느낄 수 있는 곳을 다녀오면서, 우리 산야는 어디나 휴양지였노라고 소개한 적이 있다. 
물론 가야산 해인사 길목의  신선이 득도(得道)하였다는 홍류동 계곡과 소릿길의 한자락을 자리 매김하고 있는 농산정에서는, 지금도 우리네 어르신들이 주말이면 신선놀음으로 詩와 唱을 하시면서 봉사활동을 하시고 계시니 손가락이 아프도록 칭찬해도(요즘은 자판으로 글을 쓰니) 과함이 없을 듯하여 대가야 후손들 삶의 터전 중에 新村(신촌)이란 마을을 노래하고자 한다.
사연이야 무수히 많겠지만, 새로운 곳에 주거지를 만들고 살기 시작하면서 명명(命名)하기를 新村, 新谷, 새나리, 새들, 그리고 최근의 ‘새마을’ 등의 이름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고령 쌍림 신촌과 합천 신촌은 거리상은 반 백리 정도 격리되어 있는데 두 마을이 모두 全氏 성의 집성촌(集姓村)이라 흥미를 유발한다.  두 마을 모두 수백년 이상의 역사가 있으니 사실은 신촌이 아니지만, 정다운 이름이라 밉상스럽지가 않고 특히나 합천댐 건설로 고향을 강제로 잃고 새 터전으로 이사한 筆者의 입장에서는 얼마나 마음이 가는지 모른다.
이 집성촌에 살고 계시는 인심 후한 촌 노파의 설명에 따르면, 수 백년 전에 조상님들이 강의 범람을 막을 요량으로 나무를 심어서 울창한 숲을 이루었는데 지금은 유원지로 관리한다고 하였지만, 筆者의 생각으로는 ‘아카시야’ 수종(樹種)이 다수 있는 것을 기준으로 짐작하면 ‘일제 강점기 전후에 조성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흔들고 지나간다.
마침 신촌유원지에서 젖잡이(유아기)를 겨우 지났을 듯한 아가가 아장걸음으로 노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세상사의 고뇌를 잠시 잊게 한다. 아가는 막무가내로 내 달리고 엄마는 즐거움과 걱정됨이 뒤범벅된 얼굴로 뒤 따르는 모습이 筆者의 가슴을 울렁이게 하여 노래 한수를 지어보게 되었고, 아직 버들가지는 게으름으로 뽀족 강아지를 감추고 있지만 바람에 춤추는 모양을 보고 누군들 노래와 춤이 나오지 않겠는가? 
모처럼 실바람을 타고 쉼 없이 오르내리고 있는 왜가리 새때와 무리지어 다니는 물고기들이 筆者를 물속에 들어와 같이 놀자고 하는 듯한 착각을 하였으며, 讀者(독자)에게도 이 아름다운 모습을 글로나마 보여 드리고, 언제고 시간이 허용하면 잠시 나들이라도 오시라고 약간 쑥스러움이 있지만 筆者의 자작시 한 수를 소개 하고자 한다.

新      春
江邊含浦末雪邱  강변은 눈 언덕 끝자락을 잡고 있고
楊柳遊戱友春風  버들은 봄바람과 벗하여  놀고 있네.
薄氷凄舞群白鳥  얇은 얼음 춤사위에  흰 새때 모였으니
不蟄競走忙漁衆  숨지 못해 도망하는 물고기들 바쁘구나.
오래전에 ‘병연’이란 방랑시인은 술 한 잔에 시 한수를 노래 했다하니, 讀者들께서도 같은 맥락에서 세상사 나른하거나 고달픔을 위로할 필요성이 있을 때 읽어 주시길 바란다. 
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