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갖춘 것이 많으면 좋을 것이다. 즐겁고 신명나며 행복할 것이다. 더욱이 다른 이들보다 많으며 사용하고 잉여분이 있으면 정말 좋을 것이다. 옳은 말인 것 같다.
정말 그럴까? 아니 질문의 방향을 변화시켜 중복 질문을 하자면 모든 경우가 다 그럴까?
이 물음의 답은 독자님들의 몫으로 두고, 오늘은 내 것이지만 나보다 상대에게 더욱 많이 필요한 것에 대하여 이야기하기로 한다. 이름, 직함, 소속 등등.  이것들은 나의 것이지만 남들이 많이 사용하고 있지만 누구도 이상하게 생각하거나 허탈감을 느끼지 않는 것이다.
筆者의 어린 시절엔 사장(社長)님이란 호칭이 상당히 선두그룹의 대명사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배가 약간 나오고, 얼굴에 기름기가 흐르며, 양복차림으로 앞 단추가 다섯 개 있는 조끼에 굵은 넥타이로 주위 시선을 잡으며, 조금 두터운 지갑을 왼편 가슴 속 주머니에 넣어서 볼륨감을 주는 사장님이 부와 출세의 상징물처럼 보이든 때가 있었던 것 같다. 지금은 고도(高度) 비만이라고  주의를 받을 모양새를 말이다.
그리고 남정네들 사이에서는 주사(主事)라는 호칭을 많이 사용하였다고 보는데, 이는 관공서 직급 중에 있어서 사농공상(士農工商) 사상에 의하여 상대방을 높여서 부르는 의도가 굳어진 것이라 본다. 筆者가 이런 말씀을 드림은 갑오경장(甲午更張)이나 동학혁명(東學革命)을 전후하여 양반들의 전유물이었던 상여(喪輿)가 평민이나 소위 천민이었던 분들이 사용하게 되었으며, 그 전에는 극소수 몇 사람들이 천민신분을 가지고도 온갖 수단을 총 동원하여 족보를 지니고 있었다는 기록물로 보면 主事라는 호칭은 상당히 구미가 당기는 것이다. 특히나 일제강점기시절 경찰 앞잡이를 통칭(通稱)으로 主事라 했으니 그러했을 것이란 추측이 된다.
이런 맥락에서 마침 명절 절기에 맞추어 조상님들의 호칭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기로 한다. 어머님들이 소위 “용왕먹이기”를 할 때 사용하는 “대주”는, 대감(大監)의 변형된 말이라 본다면 대감이란 뜻은 무엇이며, 부인네들이 영감(令監)하고 남편이나 가까운 남정네를 부를 때 사용하는데 무슨 뜻을 품고 있을까?
원래 영감은 정2품이나 종3품 관원을 부르는 말로 혹 비문에는 영공(令公)이라 적기도 하였고, 대감은 이보다 높은 정2품 이상의 당상관(堂上官)을 부르는 말이었으며, 이들을 혹여 합하(閤下)라고도 호칭하다가 특이한 지위의 흥선대원군을 합하라고도 하였었다.
요즘 사극(史劇)을 보면 ‘나으리’ ‘나리’가 난무하는데,  나으리는 나리가 잘못 전해진 것이고  “나리‘는 왕자를 높여 부르던 말이었으나 점차로 세월이 흐르면서 정3품 이하의 당하관(堂下官)을 높여서 부르는 말로 되었는데 이는 왕자들과 세자(世子)를 구분하기 위한 것이란 주장도 있지만 여하튼 일반 백성들이 사용하였다가는 역적으로 몰려 삼족지멸(三族之滅) 당할 판이었지만 이 역시 그냥 나보다 높은 지위의 평범한 존칭어로 변화되어 사용되어 오고 있다.
정초(正初)라 조금 걱정되지만 전하(殿下)와 폐하(陛下)를 알아보자면, 삼국시대나 고려조 초에는 황제나 황후에 대한 존경어로 폐하(陛下)를 사용하였으나 몽골지배로 격이 낮추어져 전하(殿下)로 되면서  왕위 계승자도 태자(太子)에서 세자(世子)로 되었고 조선조에 와서도 몽골의 지배권은 벗어 나기는 했으나 명(明)에 대한 사대정책으로 굳어졌고, 세자는전하보다 낮은 저하(低下)로 불렸던 것이다.
반면에 “마담‘ 이란 호칭은 유럽에서 오랫동안 귀족(공작. 남작. 자작. 후작,백작)들의 부인들에게 사용하던 존칭어를, 한국전쟁 전후하여 외국 군인들이 들어와 그들과 접촉이 많던 젊은 여인들을 호칭하다가 굳어진 것이란 주장이 있다.
   이처럼  호칭은 사용하는 사람보다 호칭 당하는 사람에 맞추어지는 격식이다.  요즘처럼 말의 경제성이 심하여 (카톡을 비롯한 문자 메시지 탓?) 그야말로 낯선 호칭이 난무 하지만, 사용하는 사람의 품격의 측도가 되기도 하니 될 수 있는 한 존칭어를 사용함이 좋을 듯하여 설날에 드립니다.   복 많이 누리십시오.   
             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