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대통령이 취임한지 채 1년이 되지 않았는데 임기 말이 된 것만큼이나 너무 어수선하다. 앞으로 4년을 어떻게 채울까….
혹시 헌정중단?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신혼에도 밀월이 있듯 대통령도 취임 초엔 밀월로 가는 줄 알았는데 그게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대선 결과는 극히 일부를 제외하곤 대체로 승복하는 분위기였으며, 그 많은 공약이 이행되면 금방 좋은 나라가 될 것 같았는데 여기저기 파열음이 나기 시작했다. 여당 야당은 만나기만 하면 대립하고, 국민들은 보수로 진보로, 이도 모자라 세대로 계층으로 편을 가르고, 나만 선이고 상대는 악이고, 가장 순정(純正)해야 할 종교의 성소(聖所)에서 대통령을 향해 힐책(詰責)하듯 회개하고 거듭나야 한다는 나라가 이 나라이다.
국민의 뜻으로 나라 경영을 맡겼으면 일단은 일 할 수 있도록 해 줘야 할 것 아닌가. 선거는 왜 하는가. 대화와 타협은 정치권의 특허용어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끝내 타협점을 못 찾으면 다수결이라는 최후 보루가 있지 않는가. 그러면 또 다수의 횡포라고 성토하고 폭거라고까지 한다.
전기톱이 등장하고 이도 모자라 최루탄까지 동원한다. 국민이 따갑게 질타하니 부랴부랴 국회선진화법을 급조하였고 이 또한 폐해가 드러나기 시작하니 다시 개정하자는 논의도 나온다.
그럼 어떻게 해야 국정운영이 제대로 되겠는가?
선거를 민주주의의 꽃이라 한다. 꼭 주권재민이라고 하지 않아도 국민들은 다 안다. 선출직은 왜 임기가 있는가.
임기 동안 잘 못하면 다음 낙선시키면 되지 않는가. 폭군이거나 매국노가 아니면 한 번 맡겼으면 제대로 뜻을 펼 수 있도록 해 줘야 할 것 아닌가. 지금이 어느 때인가. 불만 세력은 언제나 있는 것, 대다수 국민을 무시한 일방적 국정이 아니면 일단은 지켜봐야 하지 않겠는가.
지나치게 발목만 잡으니, 이런 나라라면 차라리 정치적 엄혹은 했지만 일사불란 나라 발전에 총력을 기울일 수 있었던 ‘유신시대’가 좋았다는 자조가 나오는 것도 어쩌면 이유 있는 항변일 지도 모르겠다.
과거 어느 정부 때는 우리 헌정사에 볼 수 없었던 초유의 대통력 탄핵 사건도 있었다.
다행이 각하는 되었지만 역사의 큰 오점을 남기기도 했다. 그런 격랑을 겪었는가 하면 현직 대통령을 끝내 인정하지 않는 정치 세력도 있었다. 어떤 신문은 대통령이라는 칭호도 없이 (의도적으로)그 성씨만 쓰는 경우도 있었다. 이를 두고 민주화를 완성해가는 한 과정이라고 말하기엔 치른 대가가 너무 큰 불편한 진실이다.
이런 정치 풍토는 지금이라고 더 나아지지도 않는다.
오히려 더 심화되었다가 정확할 지도 모르겠다. 도저히 대통령한테 쓸 말이 아닌 비칭을 쓰는가 하면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막말을 넘어 귀태 등 저주 수준의 말을 예사로 한다.
문제는 이들이 장삼이사의 ‘보통사람’이 아니라는 데 있다. 한 장관 경력자는 북한의 ‘장성택 사건’과 ‘통진당 사태’를 같은 맥락이라고 희화화하는 현실이 슬프다 못해 분노를 자아내게 한다.
이에 더하여 ‘나꼼수’는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처럼 거칠 것 없이 육두문자를 마구 쏟아 낸다. 그의 입을 시궁창이라 하면 말하는 내 입부터 더러워지지만 이럴 땐 내가 감수할 수밖에 없다.
너무 어처구니가 없는지 이 막가는 자동차를 아무도 제어에 나서지도 않는다. 않는 것인지 못하는 것인지 분명치도 않다.
지나치다고 힐책하면 반격하는 것은 언필칭 그 알량한 ‘표현의 자유’이다.
어른도 없고 원로도 없는 나라, 존경할 인물이 없는 나라, 아니 존경할 인물을 만들지 않는 나라, 이 나라를 지키려 평생 오직 군인의 길을 걸어온 9순의 4성장군을 향해 민족반역자라고 거침없이 내뱉는 30대의 초선 국회의원이 있는 나라, 온 국민의 사랑을 받던 시인이 정치에 몸을 담더니 심금을 울리던 시어(詩語)의 품격을 스스로 위선임을 자인하는지 직설화법으로 천박한 말을 마구 쏟아내는 이 나라, 이래서야 국가 지향점을 어디에 둬야 할까. 어쩌다 이렇게 됐는가?
선거에 지면 깨끗이 승복하고 견제와 균형으로 집권세력에 협력해야 하며 국가 발전의 목표는 같아야 하지 않는가. 그것이 민주주의의 기본이 아닌가?
국책사업 하나 제대로 못하는 나라, 무법.떼법이 판치는 나라, 경찰이 폭행당하는 나라, 이념 갈등을 넘어 나라 망하기를 부추기는 세력이 있는가 하면 애국가도 인정치 않는 정치 집단이 버젓이 국회 의석을 차지하고 더 큰 소리치는 나라가 이 나라이니 이를 어쩌랴! 국보법이 무력화 되더니 이른바 종북좌파가 발호(跋扈)하고 종북 좀 하면 어떠냐 하는 세력이 늘어만 간다. 이러다간 광화문 네거리에서 ‘김정은 위원장 만세!’ 나올 것 같다고 개탄의 목소리도 나온 지 오래다.
오로지 진영이기주의에 함몰되어 ‘국익최우선’은 사어가 된지 오래고 시대변화에 따른 필요불가결한 개혁은 커녕 기득권 사수에 혈안이 된 나라, 남을 헐 뜯어 끌어내려야 내가 올라가는 나라, 여야가 바뀌는 정권교체도 해 봤지만 그럴 때마다 이렇게 싸워서야 어떻게 제대로 된 나라라 하겠는가.
누가 더 진정한 나라의 지도자인지, 누가 더 철학과 소신이 있는지, 누가 더 상대적 우위에 있는지, 국민으로부터 선택받으려 함이 선거의 본질이 아닌가.
지지 받기 위해 치열함을 지나 격렬하도록 쟁투를 벌여도 좋다. 다만, 공정한 경쟁에서 승부가 갈리면, 그것이 대세라면, 한때는 치열하게 경쟁했지만 끝나면 이념과 정책은 좀 달라도 나라 발전이라는 대명제에서는 같아야 하지 않겠는가. 승자도 패자도 한 배를 탄 공동 운명이니 이 나라 발전에 기여해야 하지 않겠는가.
승자는 소명의식(召命意識)의 경륜을 펴는 것으로, 패자는 소아를 버리고 대승적으로 견제와 감시로 나라 발전에 임해야 한다. 그게 정당정치의 본령이 아닌가?
나라 정체성을 뒤집는 말을 예사로 하는 나라, 내 뜻이 관철되지 않았다고 두고두고 아집과 독선을 굽힐 줄 모르는 나라, 승복과 포용도 할 줄 모르는 나라, 찬성과 반대로 그리고 승자와 패자는 항상 있는 것, 패자의 승자를 향한 분노와 적개심으로 가득한 나라 이런 나라에 누가 대통령 하겠다고 선뜻 나서겠는가. 누가 된들 반대가 없겠는가.
여당은 언제나 여당이고 야당은 언제나 야당만 할 것인가?
선거는 끝났어도 끝내 결과에 승복할 줄 모르고 적대감으로 밤낮을 지새는 정치판을 향해 누가 말했다. 차라리 “공동대통령제를 채택해야겠다”고.
오죽했으면 이런 냉소와 조롱을 내뱉겠는가, 참으로 개탄할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