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姨母)는 친구 같은 정을 주면서 어머님 같은 자혜로움으로 보듬어 주는 가슴을 항상 주는 분이시다. 고모(姑母)는 호칭부터가 꼭 ‘고모님’해야 될 듯한 뉘앙스(nuance : 느낌의 정도)를 감지 할 수 있음은 筆者만의 생각일까?
어머님이 두 형제를 낀 삼남매 형제분이신 관계로 이모가 없음이 당연하겠지만  筆者는 이모님이 아니 이모가 너무나 많다. 연세가 칠학년 이상이면 무조건 호칭부터 불려드리고 재롱을 부리며 포근한 정을 내려 받아서 가슴에 간직하곤 한다.
합천에서 시를 노래하시다가, 달고 짙은 향을 자랑하는 사과의 고장 경산에서 정말 멋지게 활동하는 대선배님 이정애 시인님의 전화를 받았다.
이제 아장걸음을 옮기는 筆者의 글줄을 ‘모 신문에서 보았노라’하시는데, 첫 대화를 ‘이모 선배님’이라고 하였더니 면식도 없지만 흔쾌히 재롱으로 받아주신다.
이모 선배님이 활동하시는 많은 무대 중에, 대구를 중심으로 여류시인들의 모임인 “반짇고리문학” 단체가 있는데 이름부터가 정겹다.
어쩜 요즘 젊은 글벗들은 반짇고리가 무엇인가? 의아해 할지 모르지만, 본지의 독자들 중에는 벌써 향수에 젖어들어 눈 가장자리가 촉촉해 지고 있을 것 같은 느낌을 받아 이야기를 펼쳐본다.
고전수필(古典隨筆)중에 “규중칠우쟁론기”라는 작가미상의 글이 있다.
선비님들이 문방사우(文房四友)라 칭하여 종이, 붓, 벼루, 먹을 가까이 한다면, 부인네 방에는 일곱 벗이 있으니, 세요각시(바늘), 척부인(자), 교두각시(가위), 인화부인(인두), 울낭자(다리미), 청홍흑백각시(실), 감투할미(골무)가 있다고 소개 하고 있다. 옷을 한 벌 짓는데 이들이 서로 자기공이 더 지대하였다고 다투는 모양을 의인법을 사용하여 우화의 최고봉이라 할 수 있을 재미있고 교훈을 주는 이야기이다.
사실 옷을 만드는 것이 모두의 공통된 공이지 특출하게 한 분야의 공이라 하기엔 시세말로 2%가 부족할 것 같다.
이 모두를 다독거리며 규방의 상좌에 앉아있던 ‘반짇고리’를 모임의 간판으로 하여 정말 고귀하고 아름다운 시어(詩語)를 창작하여 노래하는 천사들의 모임이 서두에 소개한 이모 선배님이 속한 문학회라 한다.
삶을 언어로 빚은 옷 한 벌을 펼쳐 놓는 정성이 얼마겠는가? 글이란 결국 삶의 문자적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이 글쟁이 모임에서는 노래들이 가득차서 더 채우지 못 할 선율위에 겨울철 비집고 들어오는 바람을 노래하고 있고, 아울러 샛바람을 단속하는 문풍지처럼 큰 무게의 감동조차 다듬고 채워 넣는 작업을 노익장의 노련함으로 요리하여 “강물에게 길을 묻다”란 곱디고운 책 주머니를 만들어 놓았다.
이렇게 아름다운 감흥을 어떻게 해야 독자들께 전달할까 고민을 해보다가 두 눈이  붉게 충혈 되기 직전에 찾아낸 말이 있다.
아름다운 단풍도 멀리서 보면 감탄사를 자아내게 하지만 너무 가까이서 감상하면 찢어지고 병든 조각처럼 덜 아름답게 보이기도 하니 자연 그대로  ‘그냥 보시라’고  하고 싶었다.
조심스럽게 筆者는 우리 고장의 독자들은 모두가 시인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아니 이미 모두가 시인이 되어 있다고 믿고 싶다.
어린 시절 소먹이고 나물 뜯으면서 부르던 콧노래 곡조에 그냥 하고 싶은 말을 얹으면 시도 되고 노래도 되는 것 아닌가? 모두가 시인이 될 수 있다고 믿는 까닭은, 우리네 가슴에 흐르는 감동들이 모두 시가 아닌가?
수백년 전, 소위 갖춘 자인 양반님들이 노래 끝에 “경기 어떠하리오” 하는 후렴구를 넣어서 자기들만이 선구자인 듯 우쭐될 때, 그냥 소리 나는 모양으로 중얼거리든 노래들이 더욱 친근감으로 다가옴을 공부하면서 크게 느낀 때가 있었다.
일전에 한 독자라는 분의 전화를 받았다. “筆者의 글은 누구나 쓸 수 있을 듯한 이야기라서 당신도 한번 써보리라 마음먹고 시작했는데 잘 안되니 차이점이 무엇이냐”고 생뚱맞은 질문을 해 왔다.
筆者의 답은 “ 좋은 글 욕심 말고 독자를 사랑하는 마음부터 가져 보시죠” 했더니 웃으면서 대화를 끊었었다.
筆者가 서두에 고모보다 이모라고 노래했었다.
이는 고모와 이모의 차이점을 말함이 아니고, 한해를 갈무리 하고 또 새해를 맞으면서  피붙이가 아니라도 어려운 처지의 이웃을 생각하고 돌아볼 여유가 우리 독자들의 가슴에 샘솟아 나기를 바라는 간절한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서였다.

여하튼 새해엔 독자들의 집안에 즐거움이 넘치시길 기원하며 부족한 筆者를 사랑해 주신 은혜를 감사드립니다.
 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