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흉사를 비롯한 마을의 대소사를 챙긴 세월이 어느새 21년이 되었네요. 이제는 봉사를 할 만큼 했으니 후임자에게 넘겼으면 좋겠지만 마을에 젊은 사람이 없어서 선뜻 나서는 후임자가 없네요” 하며 활짝 웃는 전용수(70) 신촌리 이장의 첫 마디다.
전용수 이장은 올해로 칠순을 맞았다.
사람 좋아 보이는 밝은 인상에다 단단해 보이는 체구 때문에 나이보다 훨씬 젊어 보인다.
특수작물인 딸기농사 1천여 평에다 3천여 평의 벼농사를 지으면서 틈틈이 마을 일을 보고 있다는 전 이장은 힘든 내색은 조금도 보이지 않는다.
신촌리는 세나루와 송정 두 마을에 4개 반 57가구가 살고 있다. 주민들 주작물이 벼농사지만 특작으로 딸기나 마늘, 양파를 재배하고 있다.
1993년부터 마을 일을 보게 되었으니 봉사 정신과 사명감이 없었다면 아마도 벌써 그만두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농촌 마을에 사는 게 다 거기서 거기겠지만 밤이고 낮이고 가릴 것 없이 급한 일이면 이장을 찾는다고 한다. 
길흉사는 기본이고 농로를 비롯한 마을길, 배수로나 제방 등 이장으로서 신경 쓸 곳이 한두 곳이 아니다. 여름이면 행락객들이 몰리는 신촌숲을 끼고 있어서 때로는 신촌숲도 관리해야 한다. 행정관서인 군청뿐만 아니라 정부의 17개 부서에서 하달되는 농사와 관련된 정보를 주민들에게 전달하고 때로는 건의하는 것도 이장의 몫이다.
정부의 각 부처를 상대하다보니 장관들만 상대하는 것이 이장이라며 활짝 웃는다. 말하자면 국정이나 도정, 군정의 돌아가는 사정을 안방에 전달하는 역할과 때로는 경로당을 자주 방문해서 어르신들의 안위도 걱정하면서 동고동락해야 한다.
초창기 이장 때는 야간에 마을에 응급환자가 생기면 내차로 모시고 병원으로 달려가기도 했지만, 요즘은 119가 있어서 그나마 좋아졌다.
보수는 얼마나 받느냐는 질문에 “돈 생각하면 이장 못하지요. 정부에서 주는 식대 포함 한 달에 24만원이 전부”라며 “농사 등 생업에 지장을 줘 가면서 오로지 주민 단합과 복리증진에 기여하는 이장들의 처우가 조금은 개선되었으면 하는 것이 나 혼자 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라고 말한다.
전 이장의 가족으로는 부인 배무순(66) 여사와 슬하에 아들 3형제를 두고 있는데, 도시에서 자영업을 하고 있고, 현재 두 분이서 오붓하게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