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 전 공직생활에 첫발을 디딘 강원도 인제군 농촌지도소(현, 농업기술센터)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세월이 화살처럼 흘러 이제는 그 시절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아련한 추억들로 되살아나곤 합니다.
당시 농촌지도직 공무원은 국가공무원인데, 강원도에는 합격자가 적어서 타 시.도 합격자들이 강원도로 배치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나도 그 행렬에 합류해 고향을 등지고 머나먼 타향에서 22세의 젊은 나이에 객지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서울역과 마장동 시외버스터미널, 그리고 인제군으로 가는 강원여객에 몸을 싣고 한없이, 지겹도록 가야했던 옛 시절이 힘들었던 추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첫봉급 6만8천원에 하숙비가 2만8천원, 고령군 다산면에 계시는 부모님께 1만5천원 송금하고 나면 남은 돈 2만5천원으로 힘겹게 살아야 했든 어려웠던 시절이었습니다. 군복무 마치고 복직하고 보니 홍천군 농촌지도소에 발령이 났습니다. 홍천은 거리가 너무 멀기도 했지만, 외로운 객지생활이 지겹고 너무 힘들어 그만두어야 했던 아픈 기억이 아련히 떠오르곤 합니다.
그 후 5급을류(현, 9급)지방공무원 행정직 시험에 합격하여 고령군 다산면에 첫 발령받던 날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해 오월의 하늘이 어찌나 아름다웠던지 고향냄새에 흠뻑 도취되어 하늘을 날듯이 기쁨에 도취되었던 생각이 납니다.
전입시험 결과 다산면에서 고령군으로, 또다시 경북도청으로 발령받아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경북도청에서 22년을 근무하고 마지막 봉사를 고향에서 하고 싶었는데, 때마침 고령군으로 전입, 고령군의회 전문위원으로 근무하다 작년 7월 고령군 성산면장으로 발령받았습니다.
공직생활의 경험과 열정을 바탕으로 성산면민께 봉사하는 주인의식과 자부심에 대해 몇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면민을 섬기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민선시대에 군수님을 보필하려면 면민의 곁에 다가가서 정성을 다해야 하고 불가능한 것은 사유를 충분히 설명해야 하며 이해를 구해야 하고 내 가족 내형제처럼 대하다보면 교감이 생겨 공직자로서 보람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둘째, 공직자로서 주인의식을 가져야 하겠습니다.
공적예산과 자금이 우리집 가계경제라고 여긴다면 마구 사용하지 않을 것이며, 불요불급한 곳은 배제하고 합법적이고 타당성 있게 예산을 집행해야 할 것입니다. 면 청사를 비롯한 복지회관과 구, 중대본부 등 공공건물을 자기 집처럼 애착을 가지고 관리한다면 탈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셋째, 솔선수범하고 현장행정을 해야 하겠습니다.
탁상공론으로 현실감각과 동떨어진 행정은 곤란하며 주민밀착형 현장행정이야말로 면사무소에서는 꼭 필요하며, 찾아오는 민원인에 대한 미소와 친절로 대하고 열과 성을 다해서 행정을 수행한다면 공직자로서의 백점 만점에 90점 이상을 받을 것이라 사료됩니다.
마지막으로 공직자의 기본자세가 철판이 되지 말고 찰흙이 되자는 것입니다.
사회단체가 많고, 민원이 많아서 마찰과 갈등이 있기 때문에 튕기는 철판보다 모든 걸 흡수하는 찰흙이 되어 업무가 원만하게 처리되어야 하겠습니다.
이상 몇 가지가 공직생활을 통해 얻어진 경험과 축적된 기본적인 노하우라 생각되어 몇 자 적어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