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3일 동아일보 1면 TOP기사로 보도된 인문사회분야 논문 영향력 분석에서 행정학분야 1위를 차지한 명지대 박천오(59) 행정학 교수 인터뷰를 위해 연구실을 찾았다. 박 교수는 자랑스러운 고령 덕곡 출향인으로 前 재경고령향우회 박태원(고령중 1회) 회장의 3남2녀 중 장남이다.
동아일보가 2004년부터 10년간 한국학술지인용색인(KCI)에 등재된 인문사회 분야의 논문 데이터베이스를 한국연구재단 및 소셜미디어 분석업체 트리움과 공동으로 분석한 결과 박 교수가 행정학분야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해 화제의 인물로 부각되고 있다. 연구능력 1위학자로 선정된 소감과 근황에 대해 궁금한 사항을 들어본다.                                                                   대담 / 한석순 시민기자

▶‘1위학자’로 선정된 소감과 비결은 무엇입니까?
우선 오랜 기간 학술연구의 결과라고 생각되어 기쁩니다. 그리고 저는 다른 학자들도 궁금할 것 같은 주제를 다룬 것이 비법이라면 비법입니다.
젊은 학자들은 좁은 주제를 중심으로 한 계량적인 접근에 치중한 반면, 연세 드신 학자들은 거시적인 주제 위주로 연구를 한다고 봅니다. 그런데 저는 그 중간정도의 수준에서 우리 행정현실을 조명하고 개선방안을 모색하는 내용을 비교적 쉽게 쓰다 보니 다른 연구에서 자주 인용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중학교 몇 회이며 현재 교류중인 고향친구는?
고령중학교 20회 졸업생입니다. 서울에는 동기회가 활성화 되고 있어서 1년에 한 두 번은 꼭 참석합니다.
정기창 국민권익위원회 상임위원을 비롯해 전병일 대우인터내셔널 사장, 서상식 전 향우회 사무총장 등이 중학교 동기동창입니다.

▶요즘 근황과 고향에 얽힌 추억담이 있다면?
그간 청와대와 여러 정부부처에서 자문위원으로 활동했고, 각종 국가고시 출제위원과 타 대학 특강도 간혹 나가고 있습니다. 현재는 안전행정부와 서울시 등에 자문을 하고 있습니다.
학창시절 덕곡에서 고령중학교까지 4~5km 거리를 걸어서 다니기도 했고, 고모댁에서 생활하기도 했습니다. 농번기에는 농사일도 거들면서 소도 먹이고 다른 친구들처럼 농촌생활을 경험했습니다.
비교적 짧은 시골 생활이었지만 80년대 초 미국 유학시절과 함께 저에게는 가장 인상 깊은 기간으로 기억됩니다.

▶만약 고령이 타군과 지역통합이 불가피한 상황이 온다면?
지방자치제가 점차 광역화 되면서 지역통합이 많이 생겨나고 있는데, 긴 안목에서 발전과 잘 살아야하는 것이 정부 방침이라면 우리 고향이라고 통합을 마냥 반대할 수만은 없다고 봅니다. 혹시 지역통합이 불가피한 상황이 오더라도 고령의 정체성을 살리며 대가야의 역사와 문화유적을 계속 보전해나갈 수 있는 방안을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행정구역도 중요하지만 문화와 정신을 이어가려는 의지가 더 중요할 수 있고, 요즘 각 지자체마다 다양한 문화행사를 하는 것이 트렌드인데 삶의 질이 나아지고 향토문화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공유하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고향과의 교량역할을 하고 있는 향우회 모임에서도 이 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것이 저의 바람입니다.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요?
집이 한강변이라 하루에 4km씩 걷고 또 30분 정도 헬스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녁모임은 되도록 피하고, 밤에 주로 연구하며 잠자기 전 머리를 식히기 위해 30분 정도 오락프로를 보는 것 외에는 TV를 거의 안보는 편입니다. 시간이 나는 대로 역사책을 즐겨 읽습니다.
저의 전공인 행정학이 좀 딱딱한 학문이다 보니 쉴 틈을 이용해 차 한 잔 하면서 유럽사, 중국사, 일본사, 중동사 등을 읽다보면 소설보다 더 흥미롭다는 걸 느낍니다. 예를 들면 이슬람문화는 사원문화로 사원의 각종 문양이 매우 아름답고 사람의 형체는 전혀 새겨져 있지 않습니다. 이슬람에서는 사람이나 생명체는 신(神)만의 영역에 속하므로 함부로 그려서는 안 된다고 믿습니다.
친한 친구를 만나면 서로 읽었던 책 소개도 하고 차를 마시곤 합니다. 현재 헌법재판관으로 있는 친구와는 주말에 특별한 일이 없으면 서울 근교 산책을 함께 다니고 있습니다.
그리고 2~3주에 한 번씩 양수리 주말농장에 나가 재미삼아 밭일도 하며 건전하게 살려고 노력합니다. 술은 7~8년 전부터 안마십니다.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지요?
70년대 중반에 가톨릭에서 영세를 받았으나 오랜 기간 신앙생활을 충실히 하지 못하고 있다가 몇 년 전부터 주일미사에는 빠지지 않고 규칙적으로 나가고 있습니다.
형식에 충실해야 그 다음에 내용이 깃든다고 생각하여 성경도 열심히 읽고 성당에 꾸준히 나가다 보면 신앙심도 깊어진다고 믿고 있습니다. 고해성사는 1년에 1~2회 의무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현재 명지대학에서 인사행정, 정책학 등을 가르치고 있는 박천오 교수는 26년째 재직하고 있고, 그간 사회과학대학장과 사회복지대학장 등 주요 보직을 맡기도 했다.
책꽂이에는 본인이 집필한 여러 권의 책과 최근 10년 동안 최우수연구실적상(학술상)을 세 차례나 받은 상패가 나란히 놓여있어 실력과 명성을 겸비한 교수임을 짐작케 한다.
가족으로는 부인 한수련 여사와 슬하에 아들하나를 두었다. 부인은 서양화가로서 대학 겸임교수로 활동하고 있으며, 아들은 올해 32세로 미국에서 행정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연구실 벽에 부인이 그린 그림과 박사모를 쓴 아들의 사진이 나란히 걸려있는 모습에서 박 교수가 대단히 가정적임을 알게 했다. 그리고 부인의 영향을 받아 박 교수가 직접 취미로 그렸다는 한 폭의 그림이 걸려 있는데, 기자의 눈에는 상당한 수준급으로 보였다.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아성이 탄탄한 중견학자, 행정학 분야에서 1위에 오른 박천오 교수는 직접 인용된 횟수만 따지는 누적 순위에서도 2위를 차지했다. 중견 학자가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박 교수 혼자서 양쪽 모두 최상위권을 차지하기는 쉽지 않다고 극찬하면서, 주목할 만한 학자라고 해 고령을 빛낸 인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