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앞날을 잘 모른다고  한다.
아니 전혀 예측 할 수 없다.
다만 잘 될 것이란  희망의 마음과 무엇인가에 의지하는 본능으로 살아가고 있다. 가볍게 미신이라고 치부하는 토속신앙도 본인보다 강(强)한 무엇인가에 의지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자연 발생적이거나 선행자(先行者)의 행동을 답습하면서 굳어진 행위가 아닐까?
지난달 끝자락의 어느 날,한맥문학가 협회에서 筆者의 고향인 합천해인사를 위시한 일원을 여름 세미나 하려 왔었다.
비교적 대단위이며 합천 문인들의 관심이 많은 단체 중의 하나인 글쟁이 단체라서 그야말로 없는 시간을 만들어서 회장님의 여러모로 부족한 수행자가 되었었다. 특히 [합천, 그 선비정신과 문학]이란 주제로 대 선배이신 김송배님이 주제를 발표하신다니 눈도장이라도 찍어야 할 요량이었다 해도 우리 독자들은 미소로 이해하시리라.
행사 진행이야 모두가 비슷하니 여러분들의 상상에 저축해 두어야 맛이 날듯해 생략하고, 시(詩) 낭송 부분이 있었고 모두 네 분의 낭송이 있었는데 모두가 시의 참맛을 살리느라고 혼신의 힘을 그야말로 아기 탄생만큼이나 힘을 쏟고 있었다. 
세 번째 낭송자는, 흰모시 저고리와 치마 아랫단 전폭을 연초록 연꽃잎에 붉은 연꽃을 드문드문 그려놓은 것이 상당히 고품격으로 그려져 있고 어깨에 두른  덧 수건은 승무라도 출 것 같은 그윽한 분위기이고  배경음악조차 여름밤을 장식하기에 제격인 듯하였다. 특별히 감정이입을 하느라고 수고하심이 눈에 확연히 들어와 서유기의 손오공만큼이나 호기심 많은 筆者는 괜스레 그 여인과 통성명이라도 하고 문우(文友)라도 되고 싶었다. (평소에는 수줍어 말도 잘 못하고 특히 문학에는 의욕만 있지 전혀 기초조차 다 못 갖춘 筆者가) 큰 용기를 내어서  시세말로 작업(?)을 시작하니 어허 이 여인네는 내 나이 또래는 된 것 같은데 꼭 고교생 같은 모습으로 순순히 전화와 e-maill를 전해 주는 것이 아닌가?.  
제사보다 잿밥에 관심 있다던 스님처럼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주고 받다보니 늦은 저녁 시간이 되어 돌아오게 되었다. 내일의 작업 현장을 위해 잠을 자야하고, 무엇보다 수행한 회장님이 계시니 말을 하여 무엇 하겠는가?
여름의 끝자락을 단도리하는 날씨는 작업장 바닥에 나의 땀방울을 뿌리게 만들고 있고, 아무리 내가 택한 일이라지만 내 자신이 가엾기가 한량없어 눈물까지는 아니라도 가벼운 한숨 날 정도의 짜증나는 날씨라서 오후의 작업은 너무나 힘들었다. 집에 돌아 와도 귀여운 아들들(강아지 두 마리)뿐이니 이놈들 밥 챙겨주고 나니 식사 생각도 없어져 버렸다. 땀을 너무 많이 흘렸나보다.
바둑이나 둘까하다가 무념무상으로 그 여인네의 e-maill를 열어보았다. 역시 서울 가까운 동네 살아서인지 세련되고 아름다운 블록을 살펴보니 시와 동양화 한시를 넘나들며 소위 한량(閑良?)기질을 한껏 발휘하고 있는 중견작가 냄새가 무심한 컴퓨터 녀석을 통해 번져 나오고 있었다. 몇 번인가 메일을 보내고 받다보니 초등학교 아니 유치원 교사처럼 매우 자상하게 설명을 하는, 선배 글쟁이로서는 보기 드문 배려를 하는 것이 그날 차라도 한 잔 따로 드리지 못함이 미안해졌다.
평소 습성으로라면 커피 그림이라도 한 장 보내련만 그분의 생각을 모르니, 대학입시를 코앞에 둔 수험생처럼 열심히 듣고 답하는 것으로 일관 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얼굴에 철판을 두르는 심정으로  筆者의 자작 한시(漢詩) 한 편을 서로 공유(共惟)하면서 의견을 주고  받으니 역시 상당한 영역의 배울점이 있어서 오늘 낮의 피곤함이 모두 사라져갔다. 모 회사의 머리 두통약을 먹었을 때처럼 말이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했던가? 
일상생활을 하면서 그렇게 또 며칠이 지나고 난 어느 날, 습관처럼 e-maill을 열어보니 “야이 머슴애야 머하노?  니 정신 머리가 그리 없나?”하고 경상도 가스나들의 말투(語套)로 제법 긴 문장의 글이 와 있었다.
‘그것 참  재미있네  누가 이렇게 정겹게 보냈는고?’ 하고 쓰윽 훑어보다가 상당히 기분이 언짢았다. 충격을 받았다. 이 글의 주인공이 그렇게 우아함의 극치를 보이던 그분 아니 그 여인네였더란 말인가? 그렇게 조신하게 참한 말씀과 글을 보내던 바로 그 여인네가 이렇게 심한 말을 할 수 있을까? 아무리 글이라지만 말이다. 당장 “머꼬 으잉” 할려다가 나이도 있으니 꾹 참고 “아무개 선생님 더운 날씨에 잘 지내셨습니까?”하고 메일을 보내니 이런 문장이 왔다. 
그래서 나는 정말 놀라서  할 말을 잃었다.
“머슴아야 내가 고등학교 시절 한집에서 자취했던 000아니가 안 죽으니 보네. 필명이라 못 알아보았지?”   
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