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어린이의 예쁜 주먹을 쥐고 있는 손을 일러 고사리 손이라 한다. 이는 참고사릿과에 속하는 산나물이 완전히 성숙하여 포자를 퍼뜨리기 직전의 모양이 꼭 어린 주먹손을 연상하게 하는 것에서 유래하여  귀엽고 어린모양이나 성품을 나타내는 말인 것이다.
여름철의 아침 해가 비쳐지기 시작하는 시각, 그야말로 여명(黎明)의 시간에 이슬이 맺혀있는 풀잎들 사이의 고사리 순의 모양을 보고 자란 筆者는 정말 행복감을 마음껏 마셨다고 생각한다. 요즘 아침에 건강을 생각한답시고 새벽이슬을 벗하여 산에 올라 ‘야호’란 포호를 냅다 지르고 내려오면 온종일 기분이 좋다. 작업현장에서 소위 사우나를 방불케하는 땀을 흘려도 새벽녘의 기분이 온기를 남겨서인지 참을 만하다.
삼림욕을 하면 뭐가 좋고 또 뭐가 좋다 하는 정리는 학자(學者)가 하거나 하다못해 길거리 약장수들이라도  할 것이니 筆者나 우리 독자분들은 그냥 즐거움을 느끼면 된다. 
아련한 먼 옛날의 새벽에 소(牛)풀 뜯기러 가서 맞이한 아침은,  발아래 저만치에 앉아있는 우리 동네의 초가집 굴뚝에서 흰 연기가 피어나고 그 연기가  곧장 하늘로 올라가는가? 아니면 땅 바닥으로 퍼져 나가는가로 날씨를 짐작하던 아름다움의 산실이요 안식처의 고향이었다. 
일년생 식물들은  특히나 아침나절에  키자람을 한다는데, 옆에서 자연스레  그 기운을 얻어먹고 지낸  어릴적의 촌놈시절이 감사함을 무한정 표하고 싶다.  잡다한 핑계로 도시의 경쟁을 피하여 촌에 와서 구걸(?)을 하면서 생활하는 것도 낭만이라고 자위(自慰)를 하는 筆者는 역시 돈키호테적인 부분이 많겠지만  즐거움이 크다.
잠깐 눈을 돌려 기억을 다듬어 보면, 타민족과 타종의 종족들간의 이질감이 얼마나 많겠냐만 윤회사상을 근간으로 하는 종교체계를 가진 동남아의 몇몇 나라들은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하던 사람들이 퇴직 후에는 길거리에서 무보수로 대중에게 자신의 깨우친 학술적인 지식도 아낌없이 전파하여 소위 덕(德)을 쌓는다고 하였다. 물론 최근에 입국한 이민가족의 일원들에게 물어보니 다 그렇게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였지만 제법 바람직한 풍습인 듯하다.
일전에 이웃고을 초계마을에 문예기금으로 운영하는 오지 음악회를 관람하고 무척 즐거웠었다. 정부(문예기금) 차원으로 대학생들의  학업비를 보조하면서 그들이 자신들의 재능 (악기 연주와 노래 율동 등)을 산간 오지에서 발휘하여 주민들에게 귀한 즐거움을 다 함께 나누는 프로그램은 소위 선진국의 모습답다고 생각하며 자긍심을 느끼기에 충분 하였다. 물론 발달된 정보 매체에 의하여  筆者의 어린 시절보다야 쉽게 접 할 수 있겠지만 요즘도 어린 새싹들이 이런 전문적인 예술을 접하기가 그렇게 용이할까?.
연주자 중에서 타악기 연주가는 에그쉐이크(달걀모양으로 생겼고 안에 모래가 있어서 흔들어 리듬을 표현하는 악기 : 필자주역임)를 참석한 어린이 관람자들에게  나눠 주고  함께  연주하는 방법을 배워보는 시간을 베풀었는데 구경하는 筆者가 가슴이 뭉클하는 감동을 받았다. 筆者가 수년 전에 그곳에 살면서 주변 학습 여건을 간접으로 알기에 하늘에 있는 절대자에게 감사함을 표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십여 년 전 ‘김포적십자 까치봉사회’에 몸담고  주 1회씩 자원봉사 활동을 하면서 가슴 시리도록 느끼며 배운바 있는 그때 그분이 생각나서  이번에 자원봉사자 대학에 수강을 신청하였다.  어느 집단이나 리드십(leadership) 발휘 한답시고 선두에서 일 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이름 없이 빛도 없이 묵묵히 일원의 임무를 행하는 부류가 있기 마른이지만, 그 시절 筆者의 가슴을 울리고 기도하게 만들었던 사람은 당시 예순을 겨우 넘긴 듯한 남자분이셨는데  고무장갑을 끼고 식기류를 씻는 모습이 너무나 서툴렀다. 그분이 그릇을 씻으면 앞치마가 항상 다 젖어 있었다. 회장 부회장 총무 모두 여자분 들이었으며  봉사활동 후 봉사자들의 식사비용도 통상 이분들이 부담하면서 여성 특유의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갔었는데, 한번은 그 남자분이 식사비용을 감당하신다고 말씀하시고 쇠고기 파티를 하니 삼십여 명의 비용이 시세말로 장난이 아닌 관계로 筆者의 호기심이 발동하기에 충분하였다. 언제나 일은 서툴고 콧등에 땀은 맺혀있으시나, 筆者처럼 쉬운 장작 패기나 허드레 일을 하시지 않고  항상 조용히 웃으면서 그릇만 씻으시던 감투도 없던  평 회원이었으니 말이다. 
식사도중에 몇 번이나 그분에게  일어나 한 말씀 하시라고  회장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권유해도 그냥 웃으시면서 ‘많이 드십시오’만  하셔서 괴이하기까지 하였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고 기억도 나지 않지만  식사가 끝나가는 무렵에 중앙과 경기도 적십자회에서 나왔다면서 소위 ‘양복분’들이 몇 분들이 오고  간부진들의 바쁜 움직임이  요란해질 무렵, 筆者 옆에 계시던 그 남자분  앞으로  걸어오면서 환담하던 양복분들이 갑자기 “아이구 원장님이…” 라며 쓰러지듯 머리가 땅에 닿도록 인사를 하니 그때서야 그 남자분이 “어허 이사람들이…”하며 가볍게 악수를 하는 것이었다.
그 남자는 아니 그분은 수년전에 서울의 어느 법원장을 지내시다 퇴임하셨지만, 변호사 사무실이 아닌 무료 법률 상담소를 운영하며 명실공히 국선변호사 일만 하는데 그 흔한 봉사회 회장 감투도 마다한  평 봉사회원으로 앞치마를 입으셨던 것이다.
아 이번 가을에 꿈에서라도  그분을 뵙고  닮아 가기를 기도하고 싶다. 
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