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우리 엄마는 자식들에게 등불과도 같은 존재이다. 엄마는 양천 허씨의 1남2녀의 장녀로서 소싯적에 어머니를 여의고, 두 동생들을 업어 키우셨던 억척스러운 여장부셨다고 한다. 
꽃다운 18세에 중매로 3살 연상의 아버지에게 시집을 오셔서 3남1녀를 두시고, 금년 5월에 아버지 작고하실 때까지 73년을 함께 하셨다. 실로 모진 세월의 더깨를 같이 지고 오셨다. 존경과 사랑을 듬뿍 받으셔야 할 충분한 이유이기도 하다.  
아가페적 사랑의 대표적인 실례라면,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이다. 그래서 흔히들 내리사랑이라고 하는 것 같다. 
특히, 나는 3남1녀의 막내로서 많은 내리사랑을 받으면서 성장을 했다. 중학교 진학할 때쯤, 가세가 기울었고, 집안을 일으켜야 하겠다는 자각을 했다. 국가에서 먹여주고 재워주며 공부시켜주는 곳을 찾게 됐다. 그 후로 금오공고, 해군사관학교를 거쳐서 두 곳의 대학원 및 해외유학까지 장학금 또는 국비로 다닐 수 있었다. 
자랑스러운 해군장교로 임관부터 40세가 되는 2002년에 전역 할 때까지, 오직 인터내셔널 잰틀맨으로서 소양과 자세를 견지하였고, 명예를 생명처럼 소중한 가치로 여기며 근무했다. 
그 후의 인생 2막은 다양한 사업 분야의 책임자로서 성공과 실패를 거듭한 굴곡의 역사였다. 나 자신에 대한 유불리 또는 이익을 기준으로 살았다면, 경제적으로는 좀 더 풍족했을지 모르겠으나 지금과 같은 정신적인 자유와 건전한 사상을 유지하지는 못했을지 모르겠다. 
한 갑자를 순환한 지금도 사관생도시절의 풋풋한 심성과 강건한 육체를 가지고 있다고 자부하면서 살고 있다. 
인생 3막에 대해서는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출발했다. 경기도 연천에서 우리고장 마을공동체 연구소인“두레와 나눔”을 설립해 지역사회와 함께 다양한 농촌 공동체 발전을 위한 활동을 했다. 
그러던 중에 아버지께서 작고를 하시고, 우리 엄마만이 홀로 남게 됐다. 우리 4남매에게는 엄마 케어라는 현실적인 문제가 대두된 것이다. 
그때, 엄마를 뫼시기에 여건이 가장 좋은 자식이 막내인 나라는 것을 인지했다.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엄마가 사시는 아파트 가까운 곳으로 이사할 집을 찾던 중에 같은 아파트 1층의 빈집으로 이사를 하고, 엄마와의 동거를 시작하게 됐다. 아버지 삼일장 치르고, 가족묘원에 안장한 이후 곧 바로,..
엄마와 동거한다는 것의 의미를 충분하게 숙고하고 내린 결정은 아니었다. 다만, 내가 엄마를 뫼시면서 케어 하는 것이 여건상 바른 길이라는 생각뿐이었다. 
물론, 이 결정에 대해 후회는 추호도 없다. 중학교를 졸업한 17살 이후에 45년 만에 다시 엄마와 동거하게 된 것이다. 고령이신 엄마는 약 10여년 전에 뇌졸중으로 쓰러지진 적이 있다.  그 후유증인지 고령으로 인한 자연적인 기억상실 현상인지는 모르겠으나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장기요양등급 5등급을 인정받게 됐다. 지금 엄마는 보은주간보호센타에 등원하신다. 소위 말하는 노치원이다. 우리 엄마는 학교를 다니신 적이 없으셔서 글자를 읽고 쓰지를 못하신다. 그러나, 타고난 총명함으로 자식에게 지식이 아닌 지혜를 가르쳐 주셨고, 타인에게 한없이 너그러운 관용과 포용심을 발휘하시는 분이다. 
치매 끼가 조금 있으신 엄마가 일상생활을 영위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다. 나 또한 늘그막에 많은 복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