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아파트 생활을 경비 아저씨와 함께한 것 같다. 하지만 경비실 앞을 지나칠 때 눈인사 정도 나누었을 뿐이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 했는데 대단한 인연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스친 수십 명의 경비아저씨 중 어느 누구와도 밥 한 끼 못 한 것도 도리가 아닌 듯하다. 
경비실 앞을 지나칠 때면 안을 들여다보곤 한다. 그저 아무 생각 없이 궁금해서다. 자리를 비운 때면 왜일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그분들의 성실함에 의문의 여지가 없다. 조금 떨어진 곳에 쓰레기장이 있는데 쓰레기 정리에 한창이다. 가득 찬 쓰레기통을 옮기고 새 통을 놓고, 분리수거를 하는 등 수고한 덕분에 늘 쓰레기장은 깔끔하고 재활용하기 쉽게 한다. 그래서 고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침 일찍 빗자루를 들고 주변 청소도 열심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주변에 휴지 조각이 날려 엉망이고, 특히 어린이 놀이터는 말할 것도 없다. 경비 아저씨 덕분이다.한때 회자했던 아파트경비원의 잡일에 대해 생각해 본다. 여태 겪은 경비아저씨들은 모두가 즐겁게 주민을 위한 추가 서비스를 하는 것으로 보였다. 
그런 분께 당장 잡일을 멈추고 경비업무에만 전념하게 한다면 손발을 묶는 격이 돼 근로 복지에 역행하는 것은 아닐까? 경비 업무는 경비실에 앉아서 오가는 사람을 살펴 위해 위험이 있는 사람의 출입을 막는 역할이다. 
요즘은 감시카메라만 보고 있는 경우도 있어 활동량이 현저히 줄어들기도 했다. 평소 부지런한 분들은 앉아 있기만 하면 오히려 몸살이 난다.물론 경비 업무는 주민들의 안전과 직결되기에 잡일은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경비 아저씨 스스로 짬을 내어야 하는 잡일은 권장함이 옳다. 
주민에게 추가 서비스를 자처하는 아름다운 모습이다. 대신에 주민들은 적절한 보상을 함이 마땅하다. 아파트 관리비 명세를 보면 그에 대한 보상이 없는 듯하다. 그런데도 아저씨들의 잡일 서비스는 변함이 없기에 감사할 뿐이다. 
어떤 아파트에서는 경비원들 잡일이 문제가 돼 금지했다는 소식도 있다. 정당한 요구는 마땅히 수용해야 한다. 그런데도 우리 아파트 경비원들은 잡일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경비 아저씨들은 대부분 나이 지긋한 노인분이다. 그분들은 나이 들어 일할 수 있어 좋고 그것도 주민을 위해 땀 흘리기를 좋아하는 듯하다.
그분들의 봉사 정신을 높이 사야 한다. 간혹 일부 몰지각한 주민들이 부모뻘 되는 경비 아저씨께 주인 노릇을 하는 경우가 있어 화가 난다. 
그런 사람은 몇몇뿐이고, 대다수는 그렇지 않음에도 어쩌다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면 언론에서는 기다렸다는 듯이 대서특필하는 듯하다.몇 년 전 공기업 지사장을 지낸 지인 한 분이 아파트 경비원을 한다기에 귀를 의심했다. 간혹 연락을 주고받는 사이라 그분의 마음을 이해할 수가 있었다. 
퇴직 후 모든 것을 내려놓기로 한 상태에서 거리낄 것이 없을뿐더러 친절을 베풀 수 있고, 무엇보다도 할 일이 있어서 좋다는 것이었다. 
항상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는 분이기에 주민에게 남다른 서비스를 했을 것 같다. 20년 전에 살았던 아파트에 남다른 경비원 한 분이 생각난다. 그 아파트에는 출입구마다 경비실이 있어 경비원 수도 많았다. 15층 아파트 엘리베이터 앞에 있는 경비실 아저씨는 하루 2교대로 30가구의 경비를 담당하고 있었다. 
그들 중 한 분은 아파트 정원에 손수 장만한 수십 개의 화분에 꽃을 심고 가꾸어 주민들이 사시사철 꽃을 볼 수 있도록 했다. 당시 아파트 1층에 살았기에 그 혜택을 가장 많이 받았다. 
나이도 지긋한 분이 경비 외 잡일도 많이 해 주민들께 인기가 있었다. 당시 명절 때면 조그마한 선물로 감사 표시를 했다. 여태껏 그분 이외는 감사 표시를 한 적이 없어 송구스럽다. 요즘 아파트 출입구마다 자동문과 감시카메라 등 첨단 경비 시스템이 설치돼 경비인력이 대폭 줄었다. 경비실 몇 곳에서 통합경비를 한다. 
경비인력이 줄어든 대신에 경비실 환경은 많이 개선됐다. 우리 아파트의 경우, 한여름 더위를 이기도록 에어컨을 설치했고, 가끔 휴식을 할 수 있도록 아파트 1층 공간을 활용해 아담한 휴게실도 마련했다. 어느 직장이든 고용인의 복지에 신경 써야 한다. 경비원에게는 아파트가 직장인 샘이다. 
주민이 그분들에게 더욱 좋은 근무환경과 복지혜택을 부여하면 근무 만족도가 커지고 주민을 위해 더 노력할 것이다.은퇴 5년 차인 지금 이웃을 위한 일을 해 보고 싶다. 아파트 경비원이 돼 아파트 화단에 풀을 뽑고 매일 비질을 하는 것도 보람 있는 노후생활이 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