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와 산사태로 50여 명의 사망·실종자가 나와 국민 가슴을 친 데다, 초교 여교사의 극단 선택 사건도 터졌으니 교육 현장이 비탄에 빠졌다. 
‘교사의 길’을 가겠다는 꽃 같은 새내기의 희망찬 출발이었지만 기대와는 다른 교육현장에 절망, 그 선택을 했을 것이라 헤아리자니 가슴만 미어진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실종자 수색 중이던 해병대 채수근 상병은 구명조끼 미착용, 실종이 됐으니 ‘주적이 없는 군대’의 당연한 결과라는 자탄도 나왔다. 
민선 교육감 시대가 열렸을 때 수적 우세인 진보 성향 교육감(진보11, 보수3으로 기억)이 교육 현장을 장악하기 시작했다. 
2011년에는 ‘학생인권조례’까지 제정해 인권을 강조하며 전교조의 활동이 두드러지기도 했지만 적잖은 파장도 있었다. 
그때부터 진보·보수로 갈린 현장은 검인정 교과서 제작부터 논란, 집필자의 성향 따라 역사관이 달라 학생들만 혼란에 빠뜨리기도 했다. 
이른바 자유민주주의의 오·남용이었다. 서울교육감(조희연)이 좌편향의 리더였으며 이후 3선을 했으니 이하는 불문가지…. 
특이한 것은 학생 체벌금지였다. 나는 처음부터 의문을 가졌다. 
꼭 물리적 훈계(체벌)를 하라는 게 아니라 정신적 선도(꾸지람)라도 하는 게 그야말로 교육적이며 ‘고유한 사제의 영역’이라 주장했다. 
구태여 ‘쉰내 나는’ 군사부일체나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마라(師影不踏)’를 말하자는 게 아니라, ‘가르치고 배우는 자세’란 어떤 것이며 이에 따르는 인격의 ‘갈고닦음’을 교육을 통해 서로 길러야 한다는 것이 ‘교육’이라는 참뜻을 말하고자 함이다. 
학생인권, 대단히 소중하다. 다만 그와 함께 교권의 소중함도 인지하고  동시에 교사의 ‘교권조례’도 제정해야 한다고, 나는 그때부터 이를 주장하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그건 ‘찻잔의 미풍’도 못 됐다.
오늘 처음 접한 학생인권조례를 보니 역시 전교조의 행태를 짐작하게도 한다. 그 조례에 사생활 보장으로 휴식권을 줘야 하고, 수업 중에도 잘 수 있는 권리와 휴대전화 사용도 자유라며, 내 맘대로 하는 게 ‘자유 평등의 개념’으로 오도(誤導)하는 것이 조례의 요지였다. 
내 딸아이(고교교사)가 생각난다. 자는 아이 깨울 수는 아예 없어 보고만 있어야 하며, ‘제발 자더라도 옆 학생 공부에 지장은 주지 말라’는 말밖에 할 수밖에 없다는 거였다. ‘조례’ 이후 학생들의 행태는 말로 다 언급하기도 어려운 충격이었다. 
의자를 던져 쓰러진 교사를 폭행하고, 강의 교사 뒤에 들어 누어 전화기를 만지작거리는 걸 봤을 때는 ‘이게 교실의 현장’인가를 생각하니 좌절감이 들어 ‘조롱하는 폭소’를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교사로부터 과목 수업과 함께 인간의 기본 품성 교육도 받아야 하는 학생이 언제부터 왜 이 지경까지 됐는지 그 전후를 보면 참담하다. 
앞서 언급한 ‘…그림자’를 말하지 않더라도 ‘물건 사고팔고’에도 상도의라는 게 있는데, 하물며 ‘가르치고 배우는’ 것이야말로 ‘교사·학생’의 최소한의 윤리가 있어야 함이 상식이다. 
그게 세상 모두에 적용되는 규범이다. 궁색한 언급인 ‘…그림자’를 말하지 않더라도 지금의 학교 현장을 보니 긴 한숨만 나온다. 
아무리 ‘조숙(早熟)의 시대’라지만 아직은 보편타당한 자유·평등인 개념을 미성숙인 청소년들에게 주입시켰으니 ‘지적 교란(攪亂)’을 부른 것이 분명하다. 오래 전의 다산(多産)시대와는 전혀 다른 오늘의 저출산 시대에는 아이들이 상대적 소중한 존재임은 두말할 것도 없다. 
그 결과 학교라는 ‘공동체 우선’보다 오로지 자기아이 교육에만 주력하는 게 아닌가라는 나의 단견(短見)이다. 
▶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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