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이름값 하느라고 7월들어 비를 뿌리고 있다.
고양이가 어린 쥐를  장난질(弄)하듯  비 오다가 햇살 폈다를 불규칙하게 하니  일도 못하고  그렇다고 산행(山行)도 못하며,  게으른 선비가 집에 손님 와서  쉬는 모양으로  어정쩡한 휴일을 보내고 있었다.  그래서  筆者는  조그마한 배낭에  이온음료와  간단한 음식물을 준비하고 떠나던 습관에 우장(雨裝)을 첨가하여  적중(합천군소재)으로 길을 나서 보았다. 일전에 소개한 바와 같이 나이 드신 어머님과 당일 코스의 여행을 하였지만 놓친 곳이 이곳이었고,  금년은  어머님께옵서 상경하신 후라서 홀가분하게 사색을 할 수 있을 듯한 곳을 찾을 양으로 이곳을 택하여 보았다.
언제 비가 쏟아질지 모르니, 햇살이 제법 따갑지만 비교적 짧은  산행 길을 택하였다. 마을은 있으되 노인네 한 두명 만이 보이는 동네를 택하여  걸어가노라니 그래도 즐겁기가 한량없다. 내 중얼거림을 받아 줄 친구 한 사람 있었으면 좋으련만, 머슴애는 모두 술고래라서 싫고  가수나들은 단 둘이 산행을 하기엔 아직 젊은 나이인지라 차라리 혼자하는 편이 바람직할 듯하여 생긴 버릇이었다.
우리가 상당히 잘 사는 나라인 모양인지 마을길과 주택이 모두 잘 꾸며져 있고 일상 생활의 시설물들이 筆者 어릴 때의 향수를 느끼게 하는 것은 눈을 휘돌려 보아도 없고,  역시 효도를 근본으로 삶는 나라답게, 객지(도회지)에 생활터전을 두고 있는 형편이라 부모님을 직접 모시지는 못 하지만 자녀들이 부모님들께서들 편히 사시라고  온갖 좋은 것은 다 갖춰 드렸다 할 만큼,  보는 筆者의 마음을  즐겁게 하고 있었다.
마을을 벗어나 상당한 거리의 한 곳에 조그마한 못(湺)이 보여 다리도 쉴 겸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자연스레 생겼거나 수천년 지난 모양이 아니라 분명 인공(人工) 못이며  못 위는 밭(田)이었던 흔적이 있고 그 아래로는 수 천평은 족히 될 듯한  잡초 우거진 논(沓)의 모양새가 보이니,  한세월 이 지방을 떵떵 거리던 토호가(土豪家)가 당시로서는  선진농법으로 만든 듯하였다.  筆者의 고개가 절로  숙여지며 후손(後孫)의 복락을 위하여 희생을 당연시 하시던 우리네 조상님들의 고마움을 가슴에 담을 수 있었다. 
날씨도 날씨지만 꼭 산 정상을  밟을 의미도 없는 산행이라 이곳을 오늘의 목적지로 정하였다. 혹여 뱀이나 독충이라도 있을까 염려하며 돗자리를 던지니, 향긋한 과일 냄새가 筆者를‘천상을 거니는 환상속으로 안내를 한다. 
잠시 콧노래를 부르며, 옛날 선비들이 벗하였던 문방사우(文房四友:종이,붓,벼루,먹)는 못 갖추었지만 글 한줄 쓸려고 나 아닌 내가 되는 시간을 가져 보았다. 솔향기가 나를 흔들더니 아카시아 냄새가 나를 눈 감으라하고 심지어는 못에 놀던 물방개가‘바보야 정신 챙겨라’하면서 뱅뱅 돌고 있다.
‘누가 우리 동무 될라 카나?’하면서 마음씨 넓어 보이는  토종 산개구리가 낮술이라도 하였는지 얼굴이 불그레해 가지고 나를 처다 보고 있어서 갈대가 말리지 않았다면 이태백 시인처럼 연못에 빠져 들어갔으리라.
‘도심(都心)에서도 뒤처지며  이곳에서도 진정한 동무가 못 되는구나’하는 서운함이 엄습해 오지만, 오늘 하루 ‘자연의 친구’되었음을 위안으로 삼고 돌아서려는데 파이프 오르간 음악보다 커고 낮은 노래가 절규처럼 나의 가슴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주인은 나를 버리고 갔어도  나 자두는  붉게 익어 가고 있어요.”        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