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의 짙은 햇살이 적의를 뿜어대는 토요일이다. 더위를 피해 자전거를 타고 신천을 나왔다. 느티나무 그늘에 좀 쉬어 가려는데 어디서 기타반주와 리듬 밴드에 맞추어 청아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가까이 가보니 동촌중학교 음악밴드 동아리 팀의 연습이 한창이다. 김광석 거리 야외 공연장이다. 
중 1, 2학년으로 구성된 음악밴드 동아리는 매주 토요일 오후 2시에 이곳에서 공연하는데 오전부터 무대 현장에서 리허설을 하는 모양이다. 공휴일이라 많은 관광객이 연습하는 학생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모여든다. 
그런데 한 가지 특이한 것은 총지휘하는 밴드 마스터는 앞을 못 보는 삼십 대 가량의 총각 선생님이었다. 가까이 가서 같이 온 학생에게 물었더니 그 학교 영어 선생님이라고 했다. 나는 당연히 음악 선생님이라고 생각했는데 영어 선생님이이란 이야기를 듣고 호기심이 발동했다. 보컬은 가냘픈 청바지 차림의 여학생 두 명이 번갈아 가며 노래를 부르고, 선생님은 기타리스트이며 총지휘를 맡고 유려한 연주를 하고 있었다. 더욱 놀란 것은 무대 앞에는 지휘 선생님의 맹인견이 엎드려 고개를 끄덕이며 음악에 맞춰 청취를 하는 것이 아닌가. 
맹인견은 가죽 벨트를 차고 선생님 사진과 명함을 등에 달고 열렬한 팬이 돼 응원하고 있었다. 반려견이다. 어떻게 말 못하는 짐승이지만 길을 안내하고 같이 숙식을 하며 배우자 역할까지 거뜬히 해내는 것을 보고 잔잔한 감동을 받았다. 
사람은 누구나 한 가지 재능을 가지고 태어나는가보다. 비록 앞을 못 보는 맹인이지만 음악적 재능을 가지고 태어나 기타리스트로 연주단의 지휘를 하는 것을 보고 신이 주신 선물인 것 같아 내 머릿속에 상상이 꼬리를 물고 일어난다. 우리는 길거리에서 맹인이 기타를 치거나 색소폰을 부는 장면을 간혹 본다. 어떻게 악보도 없이 연주하는 모습을 보면, 신은 장애를 가진 자에게 그 보상으로 보통 사람들보다 탁월한, 한 가지 재능을 선물로 주는 것 같다. 
TV에 가끔 보면 앞을 못 보는 장애인이 피아노를 유려하게 치는 것이며, 과거에 ‘이용복’이란 맹인 가수는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러 10대 가수왕을 차지한 사실도 보았다. 
그뿐인가. 두 팔이 없는 장애인이 발가락에 붓을 끼워 글씨를 쓰는가 하면, 붓을 입에 물고 글씨를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화가를 볼 때면 신이 인간에게 준 특별한 선물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장애는 보통 사람들 보다 조금 불편할 뿐이지 그 기능은 큰 차이가 나지 않은 것을 보면, 사람은 공평한 재능을 부여하게 되는가 보다. 
오래전 교단에 있을 때 지적 장애인을 가르친 일이 있다. 다윈 증후군을 앓고 있는 아이들은 얼굴 모양이 거의 비슷해 누군지 잘 구분이 안 되는 아이도 있었다. 인지능력은 조금 떨어져도 언제나 싱글벙글 웃는 모습은 하늘나라의 천사를 보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흡사 몽고인을 닮았다고 일명 몽고증 환자라고 부르는 다윈 증후군은 발육이 늦고 말이 좀 어눌하며 수명이 짧아 사십 대에 사망하는 수가 많다고 한다. 
요즘 나는 뒤늦게 배운 파크 골프에 거의 하루를 보내고 있다. 젊은 시절 테니스를 많이 해 무릎연골이 닳아 조금 아프지만 잔디밭을 하루 팔천 보 이상 걷는다. 이 운동을 함으로써 맑은 공기를 마시며 잔디밭을 걸으면 무릎에 충격이 덜해 건강에도 좋은 것 같다. 그런데 그곳에 가면 장애인들도 많이 와서 같이 즐기고 있다. 목발을 짚거나 휠체어를 타고 잔디밭을 누비며 한쪽 팔을 가지고도 공을 치는 것을 보면 두 팔을 사용하는 우리보다 더 잘 치는 것을 볼 때면 대견스러워지고 보기에도 좋다. 
현재 우리나라는 장애인들에게 불편을 해소하는데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아직 선진국 수준에는 못 미치지만 소외당하는 이들에게 복지정책을 한층 더 높여나가야 할 것이다. 4년마다 열리는 장애인 올림픽에 참가해 불굴의 의지로 메달을 따오는 것을 보면 퍽 대견한 생각이 든다. 
오늘날 사람들은 장애의 크고 작음에 차이는 있지만, 누구나 조금은 장애를 가지고 산다. 시력이 나빠서 안경을 쓴다거나 소리가 잘 안 들려 보청기를 끼는 사람들도 장애인에 속한다고 보면 온전한 사람은 하나도 없다고 볼 수 있다. 음식물을 많이 섭취하고 운동 부족으로 비만증에 걸린 사람 또한 장애인으로 취급하는 시대에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다시 무대 위에서 땀을 흘리며 연습하는 모습을 바라본다. 비록 어린 중학생들이지만 공휴일 날 같은 취미를 가지고 무대 위에서 열심히 공연 준비에 바쁜 동촌중학교 음악동아리 연주단에게 힘찬 박수를 보낸다. 
특히 앞을 못 보는 밴드 마스터 선생님께도 존경하는 마음으로 한 곡이 끝날 때마다 나도 큰 박수로 화답을 했다. 선생님 또한 신이 나서 더욱더 열성을 가지고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었다. 
비록 앞을 못 보는 장애인이지만 남다른 열정을 다해 노력하는 교단의 천사가 오늘따라 우러러 보이는 것은 왜일까. 참으로 행복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