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동물 이야기’ 책에서 우리와 가까이 살고 있는 동물 소, 개구리, 홍학, 악어, 호랑이여우꼬리원숭이 등이 있었으며 특히 놀라운 것은 그림에서만 본 ‘대왕고래’는 몸무게 130톤, 혀 무게만 3톤이 된다는 것이다. 이들 모두가 ‘기상 변화’의 원인으로 멸종이거나 변종이 돼간다는 사실이었다. 동물 얘기는 내게는 벅찬 일이니 내 가장 가까이 있는 반려 식물(화분) 얘기나 해야겠다.
지난여름 아내가 다듬고 남은 콩나물머리를, 썩어 거름이나 되라고 화분에 버렸더니 비온 다음 날 싹이 올라오는 것이 아닌가. 그것도 쌍 잎인 콩이 한 쪽이 떨어지고 없는 외 잎에서 새싹을 틔워 잎을 키우고 있었으니 이게 바로 생명의 경외(敬畏)인가 싶어 은연중에 놀랐다. 
온전한 콩도 아닌 반쪽짜리 콩에서 싹을 틔워 살아가다니, 비유하기도 민망한 마치 장애인이 아기를 낳은 형국이었다. 그것도, 선인장목의 그라비올라만 자라기도 비좁은 그 화분 옆에서 ‘나도 공생하자’며 어깃장을 부리듯 비집고 자라고 있었으니 말이다.
비록 가냘프고 왜소하긴 했지만 그래도 그라비올라를 숙주 삼아 자라는  그 몰골은 애틋하기도 하고, 그 좁은 화분 귀퉁이에서 삶을 향한 눈물의 사투(?)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도 하게 했다. 더구나 초췌(憔悴)하고 가냘프기만 해 슬쩍 건드리기만 해도 쓰러질 것만 같았지만, 그래도 끈질긴 생명력이 장하고 안쓰럽기도 했다. 그것도 잠시, 그 좁은 공간에서 제대로의 삶을 영위할 수 없을 것 같아 그것으로 곧 형해화(形骸化)할 줄 알았다. 차라리 척박(瘠薄)한 삶보다는 스스로 생을 마감하면 어떨까 하는, 야멸찬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으니 저절로 내 관심으로부터 멀어지기 시작했다.
내 본의 아닌 홀대는 자연 시야에서도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게 앙심(怏心)이 돼 성장을 멈추게 했는지 큰 변화도 볼 수 없었던 어느 날 지나치다 슬쩍 보니 이게 웬 일인가! 정말 깜짝 놀랄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그저 한 뼘이나 될 듯 말듯하게 자라 마디는커녕 가지도 없는 외줄기 끝에 콩이 달린 것이다. 어, 이게 웬 일인가! 그라비올라 화분에서 셋방살이로 시작한 삶인데, 겨우 그 콩 하나 맺으려 얼마나 애를 썼을까를 생각하니 ‘생명의 경이로움’에 마냥 웃을 수만은 없었다.
반쪽 콩나물머리에서, 비록 가냘프지만 잎 피고 줄기 자라 열매를 맺다니 이게 자연의 신비함과 끈질긴 생명력의 표상(表象)이라는 ‘숙연’함이 먼저 떠올랐다. 온전한 몸뚱이도 아니니 더욱 그랬으며 그 숙연함은 함박웃음으로 표변했으니 누가 보면 실성한 듯이 보였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 콩나물 반쪽머리도 콩 열매를 맺는데 그 수박은 어떨까 해 씨앗 하나를, 이번에는 독립 화분에 묻었다. 한여름이니 금방 촉이 트고 덩굴이 자라던 어느 날 깜찍한 수박 한 놈이 삐죽이 얼굴을 내미는 것이다. 너무 신기해 내가 혼절할 만한 놀라움이었다. 밤톨 만하게 자라더니 그만 성장이 멈추는 것이다. 그게 추석이 되도록 그대로였다. 하도 더 자라지 않아 덩굴을 들췄더니 수박 생김새는 꼭지를 중심으로 한 비대칭이었다. 비틀어진 ‘장애수박’이었으니 그(…수박) 앞에서 민망하게도 폭소가 터지는 것이다.  
반쪽 장애 콩나물머리는 자라서 비록 딱 한 꼬투리일망정 성한 콩을 키웠는데, 온전한 수박씨의 열매는 왜 비대칭 장애수박을 낳았을까. 그 수박을 보고 폭소를 터뜨리다 보니, 뭔가 차마 비유하기 죄송한 일까지 자꾸 또 떠오르니 이를 어쩌나…? 물론 내가 심은 콩과 수박은 볕이 제대로 들지 않는 응달이기 때문인 것을 알지 못한 내 미련함에 그 콩과 수박에 미안하기도 했다. 그때서야 위대한 ‘생명 신비’를 새삼 알게 했다. 내 만각(晩覺)의 아둔함이 부끄러웠으며 비대칭 수박 나무란 것이 더 그랬다.
기상 이변이 온다는 얘기는 한참 전부터 있었다. 주적이 온실가스 배출이다. 거기다 플라스틱 과용으로 인한 자연을 혹사하는 인간의 행태는 130억  년이나 유지돼 온 자연의 질서를 변용시켰다. 자연의 ‘순질서’를 ‘역질서’로 바꿔가고 있었다. 
그로 말미암아 지구 연평균 기온이 1도씩 높아지고 온대 열대 구분도 없이 아열대 기후가 된다고 했으며, 우리나라는 소나무가 멸종이 돼간다고도 해 식목일도 3월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인간의 활동과 자연 현상이 지구 파괴의 원형이 된다고 경고하는 지구과학자도 있으니,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지구를 살리게 하는 이른바 ‘인류세’를 당당히 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시 말해 현재 편리함만을 추구하는 ‘인류생활 향유’에만 취하지 말고 죽어가는 지구를 살리는 데에도 투자를 해야 한다는 말이었다.
기온 상승으로 빙하가 녹아 태풍과 홍수의 기록을 깨기도 하고 서두에 언급한 동식물의 변종이 나타나기도 한다. 일전에는 호주에서 기록적 1천mm의 폭우가 내려 60년 만에 최악의 홍수 사태를 겪더니, 어제는 미국에서 초강력 토네이도가 발생하니 이게 바로 ‘지구 살리라!’의 경종은 아닐까 한다. 
내 20살 전후 농사지을 때와 오늘의 변화해버린 기상을 체감하기 어렵지 않다. 황사와 미세먼지가 우리들 건강을 위협한 지도 한참 됐으니 말이다. 청청 밤하늘에 금싸라기를 뿌린 듯하던 은하수의 신비함과, 청정의 땅·하늘·강·바다가 몹시도 그리워지는 오늘이다. 그 낭만은 어디로 갔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