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봄이라기보다 여름 준비 기간이라 하는 것이 운치 있을 듯 한 계절이다.
오월은  정말 생동감 있고  성질 바쁜 꽃들이 지나가고, 우리 민족을 닮은 은근과 끈기를 나타내는 듯 한 향기와 자태를 나타내는 꽃들이 산야를 장식하는 축복 받은  절기인 것 같다. 우리네의 사회학적인 면에서도  어린이날, 어버이 날,  스승의 날, 가정의 날,  노동자의 날,  입양의 날,  발명의 날, 성년의 날, 세계인의 날, 부부의 날, 방재의 날 , 바다의 날,  초팔일 날  이 밖에도 미처 다 기록 못한 기념일이 있고 입하(立夏)와 소만(小滿)이 있으니 온통 기념일로 장식되어 있는 축복의 달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다 복잡 다양성의 극치를 이루고 있는 동창회를 비롯한 각종의 모임이 있으며 가장 주머니 사정을 당혹하게 하는 결혼식 초청을 비롯한 머리 아플 정도의 기념일 집합체의 달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기념일이 많은 까닭은 무엇일까? 처음의 사연은 알지 못하고 알고 싶지도 않지만 겨울 동안 억눌려 있던 심신이 의욕적으로 어떤 사안이라도 싶게 해결 할 듯한 넘치는 활력의 사용처를 찾기 위한 것은 아니었을까? 사회 전반적인거야 筆者가 다 알 수 없겠지만 우리 가정에도 어머님의  고향 방문이라는 큰 행사가 있었다. 이곳에서 나서 아버님을 만나 60여 년을 사셨으니 고향 방문이 아니라 여행에서 돌아오셨다는 표현이 옳을 듯하지만 연세도 높으신데 아직도 농사일을 하시겠다는 당신의 요구를 말릴 심산으로 인천과 철원을 다니시면서 지내시게 해 드린 것이니 고향 방문이라 하고 싶다.
筆者를 비롯한 우리 형제들이 못나서  보잘 것 없고 불효 생활을 하지만,  신사임당을 능가 한다고(필자의 생각에는)  자부 하는 나의 어머님께서  지난 가을에 상경 하셨다가  구정을 지나면서부터 당신의 습관처럼 농사를 하신다면서  고향으로 오시겠다는 말씀을 ‘눈이 덜 녹았다’,  ‘날씨가 차다’, ‘비가 온다’, ‘모두 바쁘다’ 등등으로 온갖 이유를 총 동원하여 노구(老軀)의 농사일을 못 하시게 하고자 했었다.
그러나 당찬 어머님의 의지를 변경하기엔 무리였는지 몸이 불편 하시다면서 단식투쟁을 하는 바람에 지난달 말경에  고향을 다녀가셨다. 우려 했던  것처럼 농사를 하셔야 한다면서 고향에 눌려 앉으시겠다는 것을 마침 우리 마을로 귀농하신 분에게 농사를 모두 드렸다는 사유로 어머님께서는 오일간의 여행을 하시고 귀경하셨다.  
언젠가 당상관(높은)의 벼슬길에 오르면 부친과 조부님까지 살아계시든 작고하셨든 관계없이 당사자 보다 한 직급 낮은 직급의 벼슬을 추증(追贈) 하였던 제도가 있었노라고 소개 한 바 있지만, 현 시대에도 형태는 약간 다르지만 후손의 출세는 가문의 영광임은 틀림이 없으련만 筆者의 모양새는 너무나 미천하여 감히 부끄러움이 넘쳐나지만 마음과 정성이라도 드리고자 이글을 적어본다.
“오빠, 도저히 이번은 엄마의 고향 방문을 말릴 수가 없을 것 같아요”
“왜? 이상한 말씀이나 행동을 하시나?”
“아니 아직 그렇지는 않지만  단식 투쟁에 들어가셨어요.  어쩌죠?”
“별 수 있나, 고향 방문을 추진 해 드리자. 다만 한 주일만 말미를 자네가 만들어 보게나”
이렇게 하여 고향 마을 어르신들에게 상의하고 부탁하여  농토를 귀농자에게 드린 양으로 입을 맞추고, 집안 대청소를 실시하면서 어머님의 관심사들을 점검해보니 ‘뭐 몇 가지만 챙기면 되겠지’ 하고 가볍게 생각 했어나 장독대며, 텃밭의 갖가지 화초며 농기구(물론 간단한 호미나 낫 정도이지만)를 점검하고 어머님의 친정 동네 소식도 물어 보실까봐 확인하던 차에 이번 고향 방문은  농사일 보다 어머님의 동생  즉 ‘외숙부님의 건강 걱정으로  오시는 것이 아닐까?’ 하는 걱정에 내 눈(眼)은 순간 소금물로 채워졌다. 정말 우애 깊은  삼남매로 지내시다 몇 년 전에  막내 외숙부가 질환으로 운명 하신 날, 어머님은 “내가 너를  업어 키웠는데 일어나라 이자석아” 하시면서 그야말로 애간장을 녹이던 울음을 멈추시지 않던 모습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체구는 가장 작지만 ‘누나’라는 중압감이 당신의 두 배도 더 될 당신의 동생 시신(屍身)을 안고 외할머님의 몫을 하려는 듯 멈추지 않던 모습은 차라리 외면하고 싶었던 것이다.
매일은 아니라도 수일에 한번은 전화로 문안을 확인하고 있지만,  집안 어른들은 아무리  불편하거나 병원에 입원하시면서도 당신들은 편안하다고 하시는 분들이라, 어머님이 오시는 전날 저녁에 이미 밤 열시가 넘어선 시각이지만 외가댁(外家宅)으로 달려가니 ‘글쎄 안 아프다고 말씀 드려도 부득불 오시겠다는구나’하시는 외숙부님의 안색이 피곤한 모습이라서 마음이 무겁기가 끝이 없었다.
어머님의 절대자 하나님의 은혜인지 두 남매의 상봉(相逢)은 무사히 치러졌고, 두 남매께옵서 서로 두 손을 꼭 잡고 해질녘의 스산한 바람을  아랑곳 않으시고  아버님의 유택(幽宅)의 잡초를 뽑는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하지만 주위가 어두워져서 자동차 전조등이라도 켤 요량으로  준비하고 있는데 “셋째야 너는 약속을 잘 지키는 놈이니까 너거 아부지 심심하지 않게 자주 와서 잡초 뽑거라. 너거 아부지는  한량(閑良)이셨으니 잡초 싫어하실 거다”
못난 이놈은 “예”하는 이 간단한 대답도 곧장 못 드리고,  어머님의 굽은 허리조차 볼 수 없었고, 농사일이 힘드실 것이란 생각만 했지 아버님을 그리워하시며 유택(幽宅)이라도 만지고 싶어 하셨다는 생각도 못 해 드렸다는 부끄러움에 얼굴을 들 수 없었다. 筆者는 부끄럽고 안타까워  높으신 그분에게 ‘제발 어머님이 당신에게 가시는 그 날까지 몸 고생, 마음고생 적게 하시도록 은혜의 장마 비 좀 달라고 중얼거릴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