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년을 이어온 우리 상인단체 고령상무사는 조선시대 행상인 집단으로 오늘을 살아가는 전통상인 단체이다.
이 지역에서 활동했던 조선시대 행상집단 고령상무사를 다시한번 조명해 그들의 독특한 의식과 조직, 윤리규정 등을 파악해 현재의 상인문화의 변화를 모색해 본다.
본지는 이 노정을 5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 주>

조선후기 진주의 상인조직

조선후기 진주의 상인조직은 어떠 했을까? 조선시대의 상업 활동은 개항전까지 매우 부진했다. 건국 초기부터 상업을 업신여겼으며, 상업을 천한 직업으로 여기던 말업관이 사회 전반에 작용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번 기획취재를 통해 전국 각 지역 상무사 중 조선시대 때부터 보부상단의 맥을 이어오고 있는 진주상무사를 찾아 그 역사의 변천을 알아보았다.

경남 진주상무사와 상인단체의 변화

1894년 보부상단은 군국아문에서 농상아문 관할로 소속이 바뀌었으며, 갑오개혁 이후인 1895년 11월에는 상무회의소규례를 제정 공포하고 민족상인들이 조합을 결성 할 때에는 이 규례를 따르도록 했다.
이 규례는 근대적 상인단체의 결성에 준거가 된 최초의 규범이었다. 이 규례에 따라 인천과 서울 및 지방의 주요 도읍의 유사한 상인단체들은 상무회의소로 이름을 바꿨다. 그러나 상무회의소 규례는 일본의 간섭 아래 이루어진 것이라 하여 1899년 5월 12일 그 명칭을 상무사로 바꾸는 상무사 장정을 제정 공포했다.
상무사 장정은 서울에 본사를 두고 지방에 지사를 둔다는 조직 요강을 통해 일종의 연합외와 같은 성격을 띠었다. 상무사 설치의 근본 목적은 보부상단의 보호에 있었으며 또한 이미 설립된 상인단체를 통합하는 목적에서 일반 상인들의 사설단체를 엄금하는 한편 여기에 소속되지 않은 상인의 상행위를 금지했다.
상인들에게는 상무사에서 일종의 신분증인 빙표를 발급하여 보장했고, 각 지사에서 사용할 도장까지 일괄적으로 제작해 나누어 주었는데 상무사의 지방 조직은 서울에 있는 본사의 지사로 전국 13도 관찰사가 자동적으로 분사장을 겸임하도록 했으며, 목사, 부윤, 군수 등 334개 고을의 관장하는 공사원과 장무원은 중앙에서 임명하는 등 강력한 계선조직을 확립한 상인단체였다.
이 같은 상무사의 조직에 따라 당시 경상남도 도청 소재지였던 진주는 도내 각 고을의 단위 지사를 관할하는 분사장은 관찰사가 맡았으며, 진주군수가 분사무장을 맡은 상무사가 설립되어 도내에서 활동하는 보부상과 상인단체를 보호 관리했다.
이에 따라 경남도 상무사 분사장은 당시 관찰사인 조시영 이었으며, 진주상무사 분사무장은 군수인 엄주영 이었다.
같은 해 8월 24일자로 관찰사는 이지용, 군수는 윤우선으로 바꾸어 분사장과 분사무장을 겸임하였으며, 중앙에서 임명된 도장무원은 이운영 이었다.
상무사는 종전 혜상공국 시정 부상과 보상이 합쳐졌던 것을 상리국으로 개칭되면서 부상을 좌단, 보상을 우단으로 부르다가 다시 부상을 좌사, 보상을 우사로 개칭하였다.
당시 진주는 우사의 중심이 되는 보상이 주류를 이루었다.
보상은 일정한 상인자본이 일정한 장소에서 장사를 하는 정주상인을 일컬었다.
진주상무사는 이루 하나의 운명이 바람 앞에 등불 같던 대한제국 시기의 격변을 거치면서 1908년까지 활동해 오다가 상무회, 상무조합, 제국실업회 상무과 등으로 불려졌다.
상무회 경남도지부와 진주지부는 언제 설립되었는지 알 수 없으나 현재 진주 상무사에 보존되어있는 도장으로 그 존재를 확인할 수 있으며, 제국실업회 상무과는 1908년 9월 시행된 세칙으로 확인할 수 있다. 세칙에는 상무과의 관할구역과 진주지부 회장의 이름이 올려져 있기 때문이다.
세칙에 따르면 상무과의 위치는 진주이며, 관할구역은 곤양, 하동, 남해, 고성, 진남(통영), 함안, 단성, 산청, 삼가, 함양, 안의, 거창, 합천, 초계, 의령 등 17개 군을 명시하고 있다. 그리고 ‘경남 진주지부 회장 겸 상무좌우소 팔상소 도공사원 이채영’이라는 이름이 등재되어 있다.
이러한 제국실업회 상무과를 거쳐 상무조합 진주지부가 설립된 것은 1910년 4월 18일이었다.
상무사, 상무회, 제국실업회 상무과 등이 정부산하조직이었다면 상무조합은 민간에 의해 설립된 민간 조직이었다.
상무조합 설립은 당시 진주에서 발행된 경남일보가 보도하였다. 보도에 따르면 임원진은 회장 윤경팔, 총무 강선호, 회계 박영숙으로 당시 진주 상업계의 중심인물들이다. 조합원 자격요건과 임원선출에 있어서 친일인사는 철저히 배격하였다.
이밖에 동아개진교육회 상무과라는 이름이 나온다. 현재 진주상무사에 보존된 자료 가운데에는 ‘경남 진주지회 상무좌우단’에 보낸 지명서 라는 것이 있다.
1908년 4월에 보낸 것으로 나타난 지명서에는 상무사를 혁파한 뒤 상인들이 의지할 곳이 없다고 들고 동아개진교육회에 상무과를 두어 전례대로 상인들의 조직을 새롭게 상무좌우사를 좌우단으로 개칭하고 그 지소를 설치하기로 하였으며, 임원을 지명한다는 내용이나 존재 여부는 확인할 수 없다. 다만 이 지명서를 통해 1908년에 상무사가 혁파되었음을 알 수 있게 한다.
이렇듯 사전과 우도소, 상무사, 상무회, 제국실업회 상무과, 상무조합 등의 이름으로 변천을 거듭한 진주의 상인단체명은 한 해의 거름도 없이 반수와 접장, 또는 영위와 사장 등 임원을 개선하며 1938년 진주상공회의소의 설립 때까지 이어졌다.

진주상무사의 재정비

1899년 5월 12일 상무회의소의 개정 규례가 공포되고 상무사 장정이 발표되면서 상인단체는 상무사로 통합되었으나 1905년 일제에 의한 을사조약이 체결되고 1908년 상무사가 혁파된 후 상인단체에 대한 규칙과 장정이 자주 바뀌어 혼란을 불러일으켰다.
진주에서도 상무회, 제실업회 상무과, 상무조합 등의 이름으로 상인단체가 등장했으나 전통적 보부상을 중심으로 한 상인조직은 상부상조정신을 계승하면서 조직의 일관성을 유지했다.
이후 1925년 4월 경남 도청의 부산 이전으로 지역경제의 위축과 지역민의 허탈감속에 실의에 젖었으나, 1933년 1월에 이르러 진주상무사 규칙을 새로 만들고 임원도 상무사 직제로 바꾸었다.
이때 상무사는 순수 민족계 상인들로 구성된 임의단체였다.
새로이 추스른 진주상무사는 1936년 8월 진주를 휩쓴 유례없는 대홍수로 말미암아 사육이 물에 잠겨 훼손되어 다시 세우는 등 운영상의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1938년까지 6년동안 지역 상인들의 구심적 조직으로 활동하다가 1939년 1월 진주상공회의소의 등장으로 사전의 설치와 우도소 설립으로부터 54년간의 민족계 상인단체로서의 막을 내렸다.
재정비한 진주상무사의 주요사업은 상인인 사원간의 친목과 상업의 연구, 길흉사의 상문을 목적으로 설립되어 매년 1월과 10월 두 차례의 총회를 가졌으며, 임원은 평생직인 영위, 사장, 재무, 서기, 간사 각 1명과 중요 사안을 의논하는 평의원 10명, 감사 3명을 두었다.
재정비 당시 임원진은 영위에 강선호, 반수 홍경옥, 사장 소내진, 공원 이홍습, 최익수, 집사 고재기, 박명룡이었는데 매년 개선됐다.
그러나 뜻하지 않은 재난에 직면하게 됐다. 1936년 8월 27일 태풍을 동반한 폭우가 쏟아져 남강의 제방이 무너지면서 진주는 순식간에 수중도시가 되었다.
이 재난으로 인해 1887년 진주 상인이 중심이 되어 전국에 걸친 보부상들의 성금으로 지은 상무사(우도소) 사옥이 훼손되어 상인들의 보금자리를 잃었던 것이다.
이러한 사옥 피해는 물론 재산상의 심대한 피해를 무릅쓰고 상인들은 전통적 상부상조정신과 단결정신으로 사옥의 중건에 팔을 걷어 중건 자금을 모으고 95평의 대지를 마련하여 1938년 번듯한 기와집 2동의 사옥을 다시 세웠다.
그때 모금에 참여한 상인은 123명으로 모두 민족계 상인이었다. 건물은 현존하고 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