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축제, 관광객유치 ‘굴뚝없는 산업’
언제나 셀레임과 푸근한 마음의 고향
어느 시인은 4월을 ‘잔인한 달’이라고 했다.
편안한 겨울잠에 빠져 있는 온갖 생명들을 깨워 부활의 몸부림을 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아마 시인은 봄의 생동감을 역설적으로 잔인함으로 노래한 것 같다.
하지만 필자에게 4월은 세상을 그지없이 아름답게 해 주고 있다.
산천을 초록과 형형색색의 꽃들로 가득 채워 주고 마음까지 산뜻함으로 치장해 주기 때문이다.
필자는 해마다 이맘때면 언제나 셀레는 마음으로 고향(고령)을 찾는다. .
대가야 후손들의 한마당 잔치인 대가야체험축제를 구경하고 반가운 고향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서다.
올해도 손꼽아 기다리든 축제(장)를 다녀왔다.
대구 도심의 답답한 빌딩 숲을 벗어나 고향으로 향하는 들녘은 온통 싱그러운 청보리 향기로 넘쳐 났다. 투박한 흙내음은 정겨움으로 가슴을 파고들었다.
다행히도 고향이 지척인 관계로 자주 찾는 편이지만 고향 길은 언제나 마음이 설렌다.
금산재 터널을 빠져 나오자 대가야국의 번창했던 기상처럼 힘차게 나부끼는 축제 깃발이 필자를 반갑게 맞아 주었다. 축제장으로 가는 길도 갈수록 말끔히 정비돼 마음이 한결 편했다. 특히 자원봉사자들의 친절한 안내는 고마움으로 다가왔다. 이들의 숨은 노력이 행사 성공의 주춧돌이 된다는 생각을 갖게 했다.
축제장은 주말을 맞아 가족 단위의 방문객들로 넘쳐 났고 동심의 어린 고사리들은 각종 체험에 푹 빠져 시간가는 줄 몰랐다.
때마침 대구에서 자녀들과 함께 축제장을 찾은 지인을 만났다. 그는 “프로그램이 교육적이고 다양하며 특히 오래 기다리지 않고 체험을 즐길 수 있어서 매우 좋다”고 만족스러워 했다. 어쩐지 나도 으쓱한 기분이 들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행사를 준비한 고령군, 축제추진위원회, 군민 모두에게 고령의 가치를 높이는 일에 고생이 많았다는 찬사를 보냈다.
특히 축제추진위원회가 지난해부터 행사 기획과 운영을 외부 전문기관에 맡기지 않고 직접 챙기고 있다는 관계자의 말을 듣고 지금까지의 축제 경험이 고령의 큰 자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개가 절로 숙여졌다.
대가야체험축제는 2005년 ‘신비의 왕국 대가야’를 시작으로 올해 ‘대가야의 산성’까지 9번째 행사가 성공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필자도 고마운 마음으로 몇 가지 체험 행사에 참가했다. 하지만 동심들에게 방해꾼이라는 생각이 들어 뒤에서 지켜보는 것으로 즐거움을 대신했다. 산성루트체험, 금화발굴체험, 장신구.금관.투구.갑옷.가야금 등 대가야유물체험, 복식 및 순장 체험….
매년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딸기수확체험 코너에도 여전이 사람들이 많이 몰렸다. 축제의 부대행사인 가얏고음악제와 악성 우륵추모제, 매운당 이조년선생 추모 백일장 등도 함께 열려 축제의 다채로움과 품격을 더욱 높였다.
읍면별 체험행사 및 고령의 특산물 판매 코너도 빼놓지 않았고 찾았다.
시간 관계상 참여하지 못한 프로그램은 설명이나 홍보 책자로 대신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대가야체험축제는 국내 어느 축제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대한민국 대표 체험축제로 성큼 성장했다. 올해 축제기간 4일동안 32만명이 찾은 것이 그를 대변해 준다 할 수 있겠다.
원래 축제는 하늘의 신을 섬기고 제사를 지내는 의미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축제를 통해 지역 주민들의 억눌린 마음을 풀어주고 희망적인 미래를 갈구하는 공감대를 형성해 보자는 뜻도 담겨져 있었다. 그래서 제(祭)를 올리고 춤과 노래를 통해 지금까지 생산한 것을 잘 나누어 가지는 의식을 갖는다. 이런 축제가 오늘날에 와서는 지역의 독특한 문화유산을 계승 발전시킴은 물론 지역경제 활성화 전략으로 개발되고 있다.
대가야체험축제도 그런 맥락의 하나다. 대가야축제는 우리 조상들의 찬란한 문화유산을 후대들이 체험을 통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한 모범적인 축제로 손꼽히고 있다. 특히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각광을 받고 있어 발전 가능성 또한 주목받고 있다. 이 때문에 올해 지정되었지만 문화체육관광부 지정 대한민국 우수축제로 확고히 자리매김했다.  
외국의 유명 축제를 보면 지역의 문화 축제를 통해 관광객을 유치하고 굴뚝 없는 산업으로 특화시켜 나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브라질의 ‘리오 카니발축제’ 캐나다의 빅토리아 ‘꽃송이 세기 축제’ 홍콩의 ‘등불 카니발’ 등이 있다. 이들은 하나같이 지역의 문화 자산으로 주민 일체감 조성과 함께 삶의 질 향상, 경제적.관광적 효과를 최대로 끌어 올리고 있다.
대가야체험축제도 대가야의 도읍지인 고령만이 갖는 전통과 특성을 잘 담아내는 세계적인 축제로 승화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들의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우선 예산의 낭비적 요소를 최대한 줄이면서도 다른 축제에서는 체험할 수 없는 대가야축제만의 브랜드를 개발해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축제의 프로그램이 백화점식 나열보다는 독창성 확보가 중요하다고 여겨진다. 입장권을 통한 고령 상품 구입 등 지역산업과 연계한 직간접적인 마케팅 전략도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 대가야가 520년간 삼남(충청도, 전라도, 경상도) 일대의 맹주로서 호령했던 것처럼 고령의 정기가 새로운 500년, 1000년을 향해 다시금 웅비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대가야체험축제가 그 도약대가 될 수 있도록 4만 군민과 출향인이 다함께 지혜와 노력을 짜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