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대가야의 축복받은 고장, 고령에 잔치가 차려 졌었다. 우리 고장을 잘 알리는 기회가 되었으며 군민의 화합의 장이되었고,  우수한 자질의 인재를 발굴하여 계승발전 하는 계기(契機)가 되는 보람찬 잔치가 되길 모두가 기원 했으니 앞으로 정말 큰 발전이 있을 것이다. 
물론 지금까지도 많은 부분에서 양성(陽性)적인 발전을  엄청 한 것은 사실이고, 지금도 세계 유일한 분단국가로  동족간에 적대시하고 있는 불행한 현상은 계속되고 있지만, 지방 자치제 실시로 각 지역의 발전 노력이나 유.무형 문화의 발굴  계승을 위한  노력은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나 독창성보다 대동소이한 문화 축제의 느낌을 받는 것이 筆者만의  생각일까? 
관광지나 명승고적 유람을 할 때 마다 느껴오던 일이지만 기념품들도  비슷하며 더욱이 경악을 금치 못하는 것은 국산이 아니라 후진외국에서 제작 된 것들이 많아서  입맛이 쓰디쓴 느낌을 받은 적이 적지 않았다.
자유경제체제라 이윤 추구를 위한 행위이니 누구를 탓할 수도 없고, 고유 문화 계승을 위한 문화제지정이나   세계문화유산에 등제 하는 등 많은 노력들이 행하여지고 있으니 꼭 비감적인 것만은 아니고, 특히 잘 지켜진 교통질서나 축제장에 쓰레기 한 조각 없이 깨끗하게 진행된 것과 각 지역 특산물을 홍보하기 위한 촌노 할머님들의 순박한 언행은 정말 흥겨웠으며 차량 운행에 수고하신 분들이나 곳곳에서 묵묵히 일한 자원봉사자들의 땀방울들이 손님들의 가슴에 곱게 아롱졌을 것이니 독창성 운운한 筆者의 생각이 기우(杞憂)일 수도 있다.
그러나 筆者는 지방자치체제에서 지역문화에 맞는 다양한 독창적인 축제가 다음에도 융성히 행하여지기를  바라면서 일전에 조문(弔問)을 하면서 본 독특한 모습을 소개 하고자 한다. 
달포 전에 또 소꼽친구의 아버님이 소천 하셨다. 초등 동기생 친구들 중에 양 부모가 다 계신 분은 없고 편부모마저 살아 계신분이 손으로 곱을 정도로 줄어들어 안타까운 마음 가눌 길 없었는데….
장례식장 문화야 전국 어느곳이나 대동소이(大同小異)하지만 이번 우리들의  그날은 남다른 면모를 보였다. 아들 육남매에 친.외 모두하여 손주가 열다섯이니 다복한 분이셨다. 장성한 손주가 증손주의 재롱을 맛보게 하셨다니 더욱이 그러한 것으로 느껴졌다.
평소에도 우리들에게 사자성어를 인용하여 훈육의 말씀을 아끼지 않으셨으며, 나름대로 고을의 향토주인이셨던 분이시니 장례식장의 복도까지 그야말로 인산인해라고 표현해도 무색하지 않은 모습이라 슬프기보다 아름답게(?) 보이는 정도였다.
요즘은 모두가 일상생활이 바쁘게 살다보니 상주의 노고에 위로와 격려를 드리고는 황급히 사라지는 조문객이 많은 시대이지만, 대다수가 밤이 깊도록 보내고 가는 모습이 돌아가신 어른이나  유족들의 인심이 후덕하였던  모양이다.
반면에 자녀나 손주들이 정치가나 재력가도 없고 평범한 사회인이었다 하더라도 그 흔한 조문 화환이 달랑 두 개 밖에 보이지 않아서 의아심을 갖게 하였고, 기독교나 천주교 등의 종교인도 아니셨는데 조문객의 조문에 곡(哭)으로 답하지도 않는 모습이며 그렇다고 기도를 하지도 않아서 약간 괴이하기도 하였다.
이렇듯 특이하면서 복잡한  중에도 유독 한 사람 만이 소리도 나지 않는 울음을 울고 있었다. 그렇다고 울음을 참는다거나 억제하여 소리를 내지 않는 것이 아니라 숫제 소리를 낼 힘이 없으신 듯한  그 할머님은 소위 미망인(未亡人)이셨고, 연세가 구순이 넘어선 관계로 아들 며느리 모두가 합심하여 할머님 앞에서는 슬픈 모습을 보이지 않기로 했다니 역시 가풍(家風)있는 집안인가 보다. 소천 하신 그분은 평소에도 지인이 찾아오면 ‘나 죽거던 찾아와서 울지 말고 조위금 내지 말게’를 항상 말씀하셨다고 넋두리와 푸념으로 하시는 미망인 할머니의 말씀 때문에 화환이나 조위금조차 받지 않는 모양이었다.
筆者의 성격상 할머님의 푸념을 주위 깊게 들어보니,  초상집 울음도 소용없는 허세이며, 화환도 내 자랑이라 양반이 할 일이 아니고, 조위금 역시 아들 손주 게으르게 한다고 못 받게 하셨다는 두 분의 약속을 지키느라고 할머님이 명령을 하신 모양이었다.
흔히 구순(九旬) 노인이면  치매라서 정신이 혼미하다면서 가볍게 보련만 모두가 할머님의 말씀에 순종하여 조용히 슬픔을 감당하고 있는 후손들이 정말 존경스럽게 보였다. 신문지상에서 간혹 고인의 유지를 받드느라고 수목장이나, 조위금을 불우이웃에 사용하거나 장학재단을 만드는 경우는 보았지만, 이렇게 장례예식장을 잔치집 분위기로 하면서, 故人 德性을 빛내는 모양은 정말 귀하게 보였다.
이렇듯 귀한 훈육을 남기고 가신 분이나 할머님의 말씀에 순종하여 실천의 효를 보이는 후손들의 노력을 정말 높이 존경하고 가슴에 심고 장례예식장을 나서면서 듣게 된 할머님의 마지막 넋두리는 정말로 지켜야 할 것인가?
“한날 한시에  같이 죽자고 하시더니 나만 남겨두고 가신 어른아  그 약속이나 지키시지….”  

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