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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치면 죽고 흩어져야 사는 세상
곽 흥 렬 수필가 / 동리목월문예 창작대학 교수  |  webmaster@goryeong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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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7.22  16:3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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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가 세상을 뒤흔들어 놓았다. 처음 중국의 한 도시에서 생겨난 전대미문의 이 괴질로 온 지구촌이 공포의 도가니에 휩싸였다.
그로부터 반 년 남짓, 코로나 19는 마치 도깨비불처럼 종잡을 수 없이 날아다니며 이곳저곳에다 병원균을 퍼뜨리고 있다. 연일 수많은 확진자가 쏟아져 나오고 사망자들이 줄줄이 이어진다. 엄청난 전염성으로 인해 쉽사리 종식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아니, 종식은커녕 오히려 날로 확산에 확산을 거듭해 간다. 어느 한 곳도 안전지대가 없으니 피할 곳도, 숨을 데도 마땅치 않다. 지구촌은 지금 범죄와의 전쟁이 아닌 코로나 괴질과의 전쟁을 치르는 중이다.
워낙 빠른 전파속도 탓에 신풍속도가 생겨났다. 이른바 ‘사회적 거리 두기’라는 이름의 따로따로 떨어지기다. 확산을 막기 위해 가능한 한 사람과 사람 사이의 대면접촉을 피하다 보니 희한한 장면들이 연출된다.
버스나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이며 전시관, 극장 따위의 문화공간에서 좌석을 한 칸씩 비워 멀찍멀찍 떨어져 앉은 모습이 마치 무슨 상황극이라도 펼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처음 한동안은 전에 없던 광경이어서 무척이나 어색하게 여겨지더니, 겨우 몇 달밖에 흐르지 않았건만 그새 어느 정도 눈에 익어서인지 지금은 그리 낯설지도 않게 됐다. 일찍이 미국 건국의 아버지라 불리는 벤자민 프랭클린이 독립선언문에 서명하면서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라고 하는 명언을 남겼었다. 그로부터 두 세기가 넘는 시간이 지나오는 동안 이 말은 지금껏 의심의 여지 없이 하나의 진리처럼 통했다.
2020년 초입에 들어서면서 느닷없이 생겨난 코로나 19로 인해 철옹성 같았던 그의 명언이 하루아침에 완전히 거꾸로 뒤집혀 버렸다. 이제는 사람들끼리 서로 뭉치면 죽고 흩어져야만 사는 새로운 세상, 새로운 패러다임이 도래한 것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는 멀리 마음은 가까이’ 행정 당국에서는 사회적 거리 두기 구호가 적힌 현수막을 길거리 요소요소에 내걸었다. 거기다 행동으로 실천을 호소하는 문자메시지를 시시각각으로 보내온다. 이런 일련의 상황으로 미루어 보면, 사태가 얼마나 심각하고 다급한지 충분히 짐작이 가고도 남을 것 같다. 사실 말이 쉬워 ‘물리적 거리는 멀리 마음은 가깝게’가 가능할지 몰라도,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따라 멀어질 수밖에 없게끔 돼 있다. 이것이 세상사 필연의 이치이거늘, 거리가 먼데 어떻게 마음이 가까울 수 있단 말인가.
친구 사이의 사귐만 해도 그렇다. 우정은 숲 속에 난 오솔길과 같아서 자주 오고가지 않으면 금세 풀이 우거지게 마련이라고 했다. 아니, 이것이 어디 우정에서뿐이겠는가. 무릇 모든 인간관계가 다 마찬가지 아닐까. 그런데 감염병 예방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하지 않으면 아니 되는 형편이고 보면, 서로 간에 마음마저 성글어질까 싶어 저어된다. 아, 이 인생사의 아이러니라니! 코로나 괴질은 여태까지의 사회적 가치관을 일순간에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 우리는 지금 인류 역사상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요상한 세상과 맞닥뜨려 있다. 하루 속히 이 비정상 상황이 끝나고 지난날의 평범했던 일상으로 돌아와야 할 텐데…….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게 되었던 그때 그 시절로 회귀할 수 있는 날의 도래를 손꼽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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