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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라
최 필 동 수필가  |  webmaster@goryeong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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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4.23  11:4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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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라’는 가수 이장희의 데뷔 50주년을 맞아 본인이 한 말이다. 그가 한 ‘나 그대에게…’는 그 전후사연은 알 길이 없지만, 내 10여 년도 더 지난 날 그때의 일이 바로 떠올랐다. 어느 날 내 지인이 한 여인을 데리고 와 노래방을 가자는 것이다. 그날 자연스레 파트너가 되었고 그 이후 서너 차례 만나기도 했다. 그 여인과 ‘로망’이라 할 만한 일은 없었지만, 우선 단정한 용모에다 패션 감각이 있는 듯 아무렇게나 입은 행장은 아니었다. 그도 김소월 시 정도는 안다는 것이다.
유유상종이 이런 건지 거기 내가 끌려가고 있던 어느 날 심중에 있는 말 꺼내다가 그가 처한 현재의 신상을 털어 놓는 것이다. 그가 방년일 때 지참금을 가지고 사업한다는 이웃집 대여섯 살 위의 청년을 만나 결혼을 하고 자녀 남매도 뒀다. 남편 하던 일이 제대로 되지 않아 고민도 좀 하더니 외도가 잦아졌다. 그러자 아내 지참금 문제로 다투는 일이 잦았고 참다못해 별거 중이라는 것이다.
얘길 듣고 나니 그 솔직함에 연민과 연모의 정을 함께 갖게 됐다. 때로는 미식가(美食家)를 찾아다니기도 하고 봄이면 여의도 벚꽃놀이도 갔었다. 그는 행동이 자유로웠지만 나는 수술 후 요양 중이어서 움직이기가 쉽지 않았지만, 그래도 그녀가 원하면 따라 주었으며 행락철엔 당일치기 관광도 했다.  그런데 한 열흘이 지나도록 전화를 안 받았으니 퍽도 궁금했다. 하지만 나로선 어쩔 수가 없던 어느 날 전화가 온 것이다. 긴한 얘기가 있으니 어디 조용한 곳에서 만나자는 것이다. 반가움보다 걱정이 앞섰다.
 이걸 잘 됐다 해야 하나, 그 반대여야 하나? 남편이 지난 일에 대해서는 사과한다 하고 재산 문제 서약서까지 내놓아, 별거 2,3년이면 충분히 앙갚음(?)이 됐을 거라 생각하고 집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아이구, 잘 됐네!’라고 했더니 내게, ‘2년여의 시간이었지만 의미 있었던 만남을 쉬 잊을 수야 있겠는가’ 하며 관계를 계속하겠다는 뜻을 슬쩍 흘렸다.
그날 나도 내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될 것이며 때에 따라선 내 ‘글감’이 될 수 있을 것이라 했고, 그녀도 역시 같은 의미로 즐거웠다며 손을 내밀었다. 내 맘 속으로는 마지막이 될 악수일 것이라 했지만, 그녀는 ‘내 몸과 마음 정리하고 또 연락하겠다’는 말로 끝 인사하는 진지함도 있었다.
그녀 집으로 가는(경기도) 지하철 입구까지 함께 걸어갔다. 그가 손 흔들며 입구로 들어가다 뒤 돌아보고 또 손 흔들었으니 나는 마음이 한결 가벼웠으며 미련은 남았지만 그게 내 본심이었다.
시간이 갈수록 잊으려 했지만 어느 땐 그래도 한때의 ‘로맨스’였었는데 그게 쉽게 잊히지 않았다. 한참이 지난 어느 날, 평소 자주 가던 그 동네 식당으로 오라고 했다. 주량이 나보다 센 그녀, 그날은 제법 많이 마시며 쌓였던 얘기 한참 나누다 오늘은 자기 집에 가자는 것이다. 남편은? 했더니 출장 중이라는 것이다.
솔직히 말해 그와 나는 女와 男이지만 우정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생뚱맞지만 좀 부풀리면 값싼 ‘플라토닉 러브’였다. 흔히들 남·여 관계라 하면 이성(理性·Logos)보다 성애(性愛·Eros)를 먼저 떠올리는, 광능적임이 세속적 행태다. 그러나 나는 순수한 이성의 만남이었다. “마음은 닿았지만 몸  닿은 것은 손잡은 것이 유일”하다. 어쩌면 내가 카사노바였다면 그러진 않았을 것이라는, 참 반편이 같은 생각도 했다. 시정잡배나 하는 소리, ‘차려준 밥상’인데 숟가락도 들지 못 했으니 말이다. 맹꽁이? 아니다. 고고한 로맨티스트이다. 너 참! 너절한 변명이다.
또 어떤 날은 강남(소문 난 맛집)에서 놀다 지하철 함께 타고 바로 옆에 앉아 집으로 가는데, 그가 갑자기 자세를 정면으로 고쳐 앉으며 손가락으로 출입구 쪽을 가리키더니 들릴락 말락 남편, 남편…! 하는 것이다. 나와 그는 생면부지인 것 같은 자세로 있다가 남편이 앉은 그 반대쪽으로 얼른 내리며 후유…! 했다. 스릴의 쾌감이었을까, 큰 숨 내어 뿜는 안도의 숨이었을까…? 드라마 아닌 코미디 한 토막이었다.
그 후도 만남을 계속하다 어느 날 전화를 했더니 번호를 바꿔버렸다. 배반감보다 먼저 너무 허무했다. 어쩌면 미련 없이 그렇게 깨끗이 헤어짐이 피차 현명할 것도 같았다. 내가 넉넉한 씀씀이(돈)가 없었음이니 자연 그럴 것이라 자위해야 할까…? 어쩌면 그럴지도 모를 일이었다. 미리 알았으면 ‘최후의 만찬’이라도 하고 작별할 걸 하는 아쉬움은 남았다.
내 꼴 같잖게 허니문(?)일 때, 시 짓고 곡도 붙였다. 얼마나 좋았으면 노래도 만들었을까. 가수 이장희의 말을 듣고 생각난 것이 내 그녀를 위해 지은  시문 “나 그대에게”이다. 참 ‘헛짓 많이 했다’도 하고 싶지만 3문(3등문사)인 내게 얻은 것도 좀 있다. 로맨스 그레이…?
  1. “나 그대 생각하며 아름다운 꿈 속을 날으네/ 그리운 마음 읊조리면 한       줄 시가 되고/ 보고 싶은 마음 그리면 꽃 그림이 되네/ 흥겨운 이내마       음 나래에 실어/ 그대 창가에 사알짝 부딪혀 보노라”
  2. “나 그대 가까이 서려 눈이 부신 구름 속을 거니네/ 즐거운 마음 흥얼       거리면 한 소절 노래가 되고/ 선율 따른 춤사위는 승무가 되네/ 하늘하       늘 이내몸 구름에 실어/ 그대 창가에 사뿐히 내려 보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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