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나에겐 고모, 숙모, 장모님 세 분이 살아 계신다. 올해 나이로 고모와 숙모님은 동갑인 90세이고, 장모님은 97세이다. 이 세 분의 나이를 합치면 277세가 된다. 고모와 숙모님은 대구의 우리 집 가까운 곳에 살고, 장모님은 상주에 살며, 세 분 다 아파트에 혼자 산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나는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이 세 어르신을 부모님 못지않게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다. 고모와 숙모님은 일 년에 명절 때와 어버이 날, 세 번 찾아뵙고, 장모님은 생신 때와 어버이 날 등 두 번 정도 찾아보는데, 작년부터 치매 증상이 보여 금년부터는 한 달에 한 번씩 찾아뵙기로 했다.
올해 90세의 고모님은 오래 전부터 무릎 관절이 닳아 동네 경로당출입만 하시고, 30년 전부터 아들이 의사이지만 인공관절 수술을 권해도 극구 반대해 지팡이를 짚고 다니신다.
금년 90세의 숙모님도 고모와 같은 동네에 살고 있지만 허리가 좋지 않아 유모차를 끌고 같은 경로당까지만 출입하는 실정이다.
금년 97세인 장모님도 허리가 아파 꼬부랑 할머니가 된지 수십 년이 넘었다. 서울에 사는 처남이 오래 전부터 서울로 모셔가려고 설득해 보지만 자식들에게 짐이 된다면서 극구 반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세 분 모두 자식들 고생 안 시키고 밤새 소리 없이 눈을 감는 것이 소원이라고 한다.

세월 앞에 장사 없다고 했던가. 2남3녀를 두신 우리 할머니는 세 명의 고모를 두셨는데, 두 분 고모님은 일찍 돌아가시고 지금 살아계시는 막내고모님은 내가 어릴 적 나를 업어 키웠던 고모이시다. 친정 조카들을 친 아들 못지않게
사랑해주시는 고모님은 내가 오늘이 있기까지 든든한 버팀목으로 남아 계시니, 나 또한 부모님과 같이 생각하며 잘 해드려야겠다고 마음먹고 있다.
이제 내 나이도 고희를 넘겼으니 세월의 수레바퀴는 돌고 돌아 지금 나에겐 세 분의 어머니를 모시며 산다고 볼 수 있겠다. 다행이 집사람이 나보다 명절이나 생신 때면 자주 찾아보라며 맛있는 음식과 용돈을 챙겨 주는 마음이 하도 대견스러워 앞으로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장모님은 용돈을 주어도 쓸데가 없다면서 받지 않아 요즘은 맛있는 음식이나 반찬을 해서 냉장고에 넣어두곤 한다. 그런데 고모님과 숙모님은 시청에서 지원하는 도우미 아줌마를 하루 세 시간씩 청소와 빨래를 하도록 쓰고 있지만, 장모님은 극구 반대해서 우리 집사람 3남매가 금년부터 교대로 1주일에 한 번씩 방문해 목욕과 청소를 맡아하도록 역할분담을 약속하고 실천에 옮기고 있다.
옛말에 ‘인생 칠십 고래희’라 했다. 지금은 의술이 발달해 백세시대에 살고 있으니, 참으로 좋은 세상이라 여겨진다.
문득 옛 시조가 생각난다. 조선시대 박인로라는 정승은 부모님을 일찍 여의고, 친구 집에 갔을 때 접시에 담긴 홍시를 보고, 부모님 생각이 나서 이 시를 지었다고 한다.
반중 조홍감이 고와도 보이 나다
유자이 아니라도 품음 즉 하다 마는
품어가 반길이 없으니 글로 설워 하노라.

내 나이도 칠십을 넘겼지만, 지금 살아계신 세 분의 어머니를 모시고, 옛날 돌아가신 어머니께 못 다한 효도를 다하며 남은 인생 살아가리라!
나의 쓰리-마더, 고모님, 숙모님, 장모님 사랑합니다. 아이 러브 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