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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러브 장모님!
김 태 호 수필가 / (전)고령교육장  |  webmaster@goryeong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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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1.28  14:3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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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겐 연세가 96세인 장모님이 살아 계신다. 상주시 낙양동 명지아파트 101동101호에 28년 전 장인어른과 사별하고 지금까지 그 곳에 혼자 살고 있다. 20년 전 인공고관절 수술을 한 이후로 아직까지 아픈 곳은 없다고 한다. 잔병이야 설마 없겠는 가만은 아픈 곳이 있어도 자식들에게 폐 끼치기 싫어서 그렇게 말하는 것이리라.
장모님의 머리카락은 백발이지만, 그래도 머리숱이 성성해 다행이다. 시골에 사시다가 이 아파트로 이사 온지 30년이 넘었지만, 죽어도 여기서 죽겠다고 고집하신다. 왜냐하면 아파트가 1층이라 엘리베이터를 탈 필요도 없고, 경로당이 지척에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경로당에 제일 고참 이라서 종신 회장으로 추대 받아 이 곳을 떠날 수 없다고 한다.
1남 2녀를 둔 우리 장모님은 연세가 있어, 서울에서 처남이 모시려고 해도 극구 이곳이 좋다며 반대하신다. 3남매의 둘째인 우리 집사람은 수년 전 장모님을 대구에 모셔와 같이 살자고 했지만, 일주일도 못돼 보따리 싸서 상주로 내려 가셨다. 다행이 지금은 처형이 인근에 살면서 가끔씩 돌봐주기에 마음이 놓인다. 그런데 3남매가 매년 11월 장모님 생신 때면 상주에 모여 장모님을 모시고 식당에 가서 식사를 하는 것이 유일한 행사였다. 장모님은 우리를 만날 때마다 이제 그만 자식들이 신경 안 쓰게 조용히 눈을 감는 게 소원이란다.
그런데 요즘은 장모님이 식당에 가는 것까지도 싫어하며, 멀리서 찾아오지 말라고 엄명을 내리셨다. 아니나 다를까, 작년 생신 때부터 정신이 깜빡깜빡하시며, 했던 말을 계속 반복해 좀 이상한 생각이 들었는데, 올해 생신 때는 갑자기 건망증과 치매증상이 오는 것 같아 걱정이 앞선다. 아니 그것도 일 년 사이에 이렇게 변할 수가 있을까?
뜬금없이 나에게 “김 서방 자네 지금 어디 사는가?”하시며 엉뚱한 질문을 계속해서 반복하는 것이 아닌가?
최근에 이런 증상을 알아차린 처형과 서울에 사는 처남은 자주 찾아와 반찬도 해주고 청소도 돌보아 준다고 했다.
세월 앞에 장사 없다고 그 누가 말했던가. 
그렇게 정정하시던 장모님은 근래에 와서 치매를 앓고 계신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지금은 혹시 불이라도 내면 어쩌나 전자레인지와 가스까지 차단해 놓고 밥솥만 남겨두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서 이번 생신 때부터 처남이 서울로 모시고 가려고 했으나 극구 안가시겠다고 하셔서, 시청에 무료 돌 보미 아줌마를 신청하려 했으나 극구 반대하며, 혼자 지내겠다고 하신다.
우리 장모님은 일제 강점기 시절, 경북 선산에서 태어나 일찍이 부모님을 따라 일본에서 처녀 시절을 보냈다. 거기서 장인어른을 만나 결혼하고 귀국해 8남매의 맏종부가 돼 평생을 장인어른과 살았으며, 해마다 열 두 번의 봉제사를 모시고 시집 온 후로 손에 물마를 날이 없이 고생하며 시집살이를 한 어른이셨다. 그런 장모님은 사십대 중반부터 중풍을 앓고 계시는 시모님을 10년 간 모셨고, 8남매 시동생들의 뒷바라지까지 하느라 허리가 새우등 같이 굽었으며, 한 평생을 희생한 분으로 효부 상까지 받은 분이셨다. 오죽 시집살이를 했으면 딸 둘은 맏집으로 시집 안 보낼 것을 신조로 삼았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두 딸 모두 남의 맏이로 출가를 시킨 것은, 지금은 운명이라고 하신다. 그리고 일제 강점기 일본에서 자랐기 때문에 불의를 모르고 정직과 청렴으로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것이 몸에 배어 있다.
또한 그 밑에서 자란 우리 집사람도 그러한 장모님의 성정을 닮아 지금도 성격이나 생활방식이 붕어빵이 됐다. 나는 요즘 가끔씩 잠이 오지 않는 밤이면, 집사람이 장모님을 쏙 빼 닮아 그 전처를 밟고 있는 것 같아 빙그레 웃어보며, 현재진행형의 아내가 그렇게 고맙고, 대견스러우며 참으로 자랑스럽다.
장모님! 사랑합니다! 아이 러브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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