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觚不觚

子曰 觚不觚 觚哉觚哉 (雍也第二十三章)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모난 술잔 그릇이 모나지 않으면 어찌 술잔 그릇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공자께서는 세모난 술잔 고(觚)가 모가 없다면 어찌 고라 하리오, 어찌 고라 하리오. 라 탄식하셨다. 고(觚)는 옛날 중국에서 제사에 사용하던 세모난 술잔이다. 이 고는 모가 나 있으므로 제기로 사용하는데 모가 없다면 어찌 고(觚)라 할 수 있으며 제기로 사용하겠는가? 모든 사물은(事物) 일정한 형체를 갖추지 못한다면 그 본질(本質)을 잃어버린다는 말씀이다. 임금이 임금으로서의 도리를 잃으면 임금 노릇을 못하는 것이요, 신하가 그 직분을 잃으면 신하일 수 없는 것이다. 이와 같이 사람이 사람으로서의 바른 도리를 벗어나면 사람일 수 없는 것이다(人而不仁 則非人). 모든 사물은 각기 그 본질이나 직분이 따로 있다. 밥그릇은 밥그릇의 본분이 있고 국그릇은 국그릇의 직분이 따로 있는 것이다. 석가래가 대들보의 역할을 할 수 없는 것이다. 우리 인간은 이 당연한 이치를 잊어버리고 분수를 지키지 못한다. 그래서 이 세상이 소란스럽고 本과 末이 뒤바뀌고 가치관의 혼란이 초래된다. 일의 크고 작은 것이 문제가 아니라 내가 맡은 이 일을 어떻게 하였는가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의 크고 작음은 상대적이기 때문에 절대적인 평가의 기준이 될 수 없는 것이다. 바다를 본 사람은 보통 물은 물로 보이지 않는다는 뜻이다(觀於海者 難爲水). 우리는 스스로 이름에 합당하게 본분을 잃지 말고 최선을 다하자. 정치가는 정치가답게, 사업가는 사업가답게, 교육자는 교육자답게, 군인은 군인답게 말이다. 자기의 본분을 다하는 것이 사람답게 사는 길이요, 사람의 도리요, 천명(天命)이기 때문이다. 우주만물은 일정한 자연법칙에 따라 움직인다. 우리 인간도 마찬가지다. 인간의 작은 꾀로 대자연의 법칙을 거스를 수는 없는 것이다. 각자가 타고난 본분을 잃지 말고 살자. 내 이름에 알맞게 분수를 지키자.
 觚에 모가 없다면 어찌 고라 하리오, 어찌 고라 하리오(觚)!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