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월은 모춘이라/ 청명 곡우 절기로다/ 춘일이 재양해/ 만물이 화창하니/ 백화는 난만하고/ 새소리 각색이라/  당전의 쌍 제비는/ 옛집을 찾아오고  화간의 범나비는/ 분분히 날고 기니/ 미물도 득시해/ 자약함이 사랑홉다.’
 이 가사는 조선조 헌종 때 ‘정학유’가 지은 ‘농가월령가’의 3월령 일부이다. 농가의 행사를 월별로 나누어 교훈을 섞어가며 농촌 풍습과 권농을 노래한 것으로 당시의 풍속과 옛말 연구의 귀중한 자료다.
머리노래까지 모두 13장이나 되는 장편가사로 한 해 동안 힘써야할 농사일과 세시풍속 및 예의  범절을 월령체로 작가의 정서에 맞게 정경 묘사한 작품이다.
이 가사는 교훈적 계몽적 성격을 띤 것으로 달과 절후에 따른 농가의 일과 풍속을 노래했다는 것에 주제를 찾을 수 있다.
이 작품에서 농촌생활과 관련된 구체적 어휘가 풍부하게 나타내었고, 우리말 노래로서 농업기술의 보급을 처음 시도한 농사 지침서란 점이 특징이다.
당시 실학파의 한 사람인 작가 정학유는 다산 정약용의 둘째 아들로 문인으로서 일생을 보냈다.
당시 많이 배우지 못한 농민들에게 일 년 농사를 알기 쉽게 노래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해야 할 것이다.
 
글머리의 가사를 풀이해 보자. 
3월은 늦봄이니 청명 곡우 절기로다. 봄날이 따뜻해져 만물이 생동하니 온갖 꽃 피어나고 새소리 갖가지라.
대청 앞 쌍 재비는 옛 집을 찾아오고 꽃밭에 범나비는 분주히 날고 기니, 벌레도 때를 만나 즐거움이 사랑스럽다.
이 얼마나 정감이 가고 알기 쉽게 노래한 가사인가. 농사를 짓고 사는 당시의 농민들은 이 가사만 보아도 일 년 농사를 어떻게 지어야 할 것인가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이어 ‘정월령’ 가사의 일부를 풀이해 보면, 일 년 농사는 봄에 달렸으니 모든 일 미리 하라. 봄에 만일, 때 놓치면 한 해 농사 망치니, 농기구 정비하고 일할 소도 보살피고, 재거름 재워놓고 한 쪽으로 실어내어, 보리밭에 오줌주기 작년보다 힘써 해라.
늙은이 힘이 부쳐 힘든 일 못해도, 낮에는 이엉 엮고 밤에는 세끼 꼬아, 때 맞게 집 이으면 큰 근심 덜리로다. 과일나무 버곳 깎고, 가지 사이 돌 끼우기, 초하루 새벽에 시험 삼아 해 보자. 며느리는 잊지 말고 좋은 술 밑 해라. 온갖 꽃이 피어나면 꽃밭에서 취해보자. 정월 보름달을 보고 가뭄 장마 안다하니, 늙은 농부 경험으로 대강은 짐작한다.
이 가사를 농주 한 잔 마셔가며 읊조려 보노라면 어깨춤이 덩실덩실 나올 것만 같지 않은가. 그리고 농업기술을 운율에 맞추어 흥겹게 노래로 부를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농업기술의 보급상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민속학 연구에도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농민이 직접 쓴 글이 아니라는 것과 너무도 교훈적인 것이 많다는 점이 아쉽다. 또 지은이는 지시와 교훈을 내리는 입장에 서 있는 인물이다. 좀 더 농촌 현실을 사실적으로 들어내기보다 지켜야할 예의범절이나 풍속을 중심으로 노래하고 있다는 점도 옥의 티라고 할 수 있겠다.
해간 시대적으로 조선 후기에 지어진 이 농가월령가는 농민들의 농사지침서가 됐다는 것과 농민들의 근면, 성실을 권장하게 하는 실용적인 문학 사상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