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일전선통일동맹은 ‘우리들의 유일한 출로는 일본제국주의의 통치를 전복해 우리들의 독립 자유를 획득하기 위한 투쟁을 적극적으로 전개함에 있으며 당면의 제일 긴급한 일이 전선통일의 문제이다.’고 보았다.
한국대일전선통일동맹은 논의를 거듭한 끝인 1935년 7월 민족혁명당을 창당했다. 민족혁명당을 창당한 사람들은 두 번째 세계대전이 임박했다고 보고, 식민지 재분할을 위한 제국주의 전쟁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때문에 ‘지도적 중심’으로써 대통일당을 서둘러 결성해야 한다고 보았다. 왜냐하면 “중심적 조직이 확립되지 못하는 한 혁명 조류에 동요하고 있는 군중을 이끌어 정확한 승리의 길로 나아갈 수” 없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민족혁명당은 기존의 5개 단체를 모두 해산하고 개별적으로 가입하며 구성된 중앙집권적인 조직이었다.
임시정부를 옹호하던 김구 세력을 제외하고 관내지역 민족운동 세력 대부분을 망라한 단체였다.
선생은 창립 당시 김원봉이 부장으로 있는 서기부 위원으로 선출됐다. 이듬해 1월에는 17명의 중앙집행위원 가운데 한 사람으로 선출됐다. 그런데 민족혁명당은 결성 직후 상해의 한국독립당 세력이 이탈했다.
선생과 함께 만주에서 남경으로 왔던 홍진도 이탈했다. 이어 1937년 4월 이청천이 이끄는 조선혁명당 세력이 이탈했다. 김상덕은 한때 만주에서 이청천과 함께 촉성회파와 한국독립군에서 활동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김상덕은 두 번의 기회에서 모두 합류하지 않았다.
민족을 우위에 놓고 단일 세력을 형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이전부터의 생각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탈의 명분이 무엇이든 주도권 다툼과 깊은 연관이 있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1937년 7월 일본이 중일전쟁을 일으키자 민족혁명당은 남경에서 우한으로, 다시 구이린을 거쳐 중경에 도착했다. 선생도 조직을 따라 함께 이동하였는데, 그러는 와중에 간난 아기인 막내딸을 잃었다. 또한 중경에 도착하자마자 부인이 운명을 달리했다.
중일전쟁 일어나면서 중국 관내지역 민족운동 단체의 흐름도 달라졌다.
1940년 11월 조선민족전선연맹에 가입해 있던 조선민족해방동맹 소속원들이 이탈해 조직을 복원하고 중경으로 가서 임시정부에 합류했다. 중국국민당의 강력한 종용도 있고 해서 김원봉의 민족혁명당도 임시정부에 합류하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김원봉으로서는 이렇게 방향을 바꾼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유럽에서의 전쟁이었다. 즉 유럽에서의 전쟁 발발로 아시아태평양에서도 전쟁이 곧 일어날 것인데, 유럽의 열강은 프랑스망명정부를 비롯해 여러 망명정부를 승인했다.
아시아태평양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마찬가지로 망명정부들을 승인할 가능성이 높다.
대한민국임시정부가 연합국의 승인을 받게 되면 민족혁명당의 위상이 급속히 추락할 것은 너무도 명확했다.
1941년 5월 민족혁명당 제5기 중앙위원회 제7차 회의에서는 임시정부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11월에 열린 민족혁명당 제6차 전당대회에서도 임시정부를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그런데 민족혁명당이 이전부터 주장하던 통일방식과 달랐다. 임시정부에 참여해 김구 등과 함께 활동하였지만 정당을 해체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민족혁명당은 임시정부 내의 야당이었던 것이다.
더구나 민족혁명당의 군대였던 조선의용대를 그대로 한국광복군 제1지대로 개편했다. 선생은 임시의정원 보궐선거에서 경상도 대표로 당선돼 1942년 10월 26일 제34회 임시의정원에서 활동하기 시작했다.
그는 “우리 대한민국임시정부는 최단 기간 내에 중·미·영·소 등 연합 각국 정부에 향해 정식으로 우리 대한민국임시정부 승인을 요구”하자는 제안서를 제출했다.
그의 제안은 이듬해 임시의정원에서 임시정부의 승인 및 독립운동의 원조를 위해 외교 대표를 미, 영, 소 등 연합국에 파견해 상주하게 하는 법률안으로 수정돼 통과됐다.
또한 1943년 4월 10일 임시정부 국무회의는 김규식 선전부장을 비롯해 15명으로 구성된 선전부 선전위원회의 위원에 선생을 임명했다.
선생은 임시의정원에서의 지속적인 활동에 이어 1943년부터 정부에서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획득했다.
1943년 5월 25일 학무부차장에 선임돼 6월 1일부터 근무했다. 1945년 3월 19일부터는 학무부장으로서의 업무를 보기 시작했다. 임시정부의 국무위원이 된 것이다.
한편 선생은 동시에 민족혁명당에서 중책을 맡고 있었다. 중앙집행위원회의 훈련부 책임자로 활동한 것이 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