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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시험 유감(有感)
최 필 동 수필가  |  webmaster@goryeong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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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2.27  15:5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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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을 앞두고 전에 없던 신풍속도도 생겼다. 물론 내겐 고3아이가 없었을 땐 모를 수도 있었지만, 고3이 있는 가정은 그 부모의 직장에서부터 가까운 친구들이 시험 잘 보라고 격려 메시지와 선물을 보낸다고 한다. 직장에서 고3입시생이 있는지를 무슨 호구조사를 하는지 용케 알고 보낸다고 한다. 내 딸도 현직 교사여서 좀 받았다 한다.
좀 과장하면 온 나라가 ‘수능’에 함몰돼 있는 듯하다. 사실 전엔 남의 일보듯 했지만 막상 내가 당하고 보니 그 실상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었다. 자식 키우는 사람으로선 그 수능이 얼마나 큰, 중대한 과업(?)이기에 온 식구가 나서야 하는 일인지 우선은 잘 몰랐다. 그런데 그게 오래 가지 않았다.
금년은 너무 어려워 ‘불수능’이라고 한다. 특히 국어는 국어선생님도 풀기 힘 든다고 했고, 영어圈 나라의 입시생도 영어가 어려웠다고 한다. ‘망’, ‘폭망’이라는 조어가 난무한다. 내 식견 탓이지만 나도 질점(質點)이라는 단어를 처음 듣고 보니 그 난도(難度)를 짐작케 한다. 아무리 봐도 이게 어떻게 고3년생이 알아야 할 문제인지 나로선 도저히 판단하기 어려웠다.
박학(薄學)인 나야 그렇다 하더라도 입장을 바꿔 긍정적으로 본다면, 이 정도 난도는 능히 풀 수 있어야 깊은 학문의 길에 들어설 때를 대비할 수도 있고, 이 경쟁 치열하고 갈수록 거쳐야 할 여정이 첩첩임을 생각하면 응당 그럴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더구나 글로벌시대, 4차 사업혁명 시대를 생각하면 더욱 개연성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이르기도 한다. 그래서 앞서 말한 자식 대학 가는데 온 식구가 나서야 하는 이유를 알게 되기까지 오래 가지 않았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건 너무 심하다 싶었다. ‘문제’의 문제 국어31번 ‘질점’은 이게 우주공학인지 만유인력법칙인지, 아니면 석사과정의 교재인지 알 수가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국어사전에 나온 질점의 의미는, ‘역학(力學)에 있어서 질량(質量)을 가지는 점’이라고 풀이하고, 더 장황한 풀이도 있기는 하지만 내겐 그게 더 미궁(迷宮)이었다. 심하게는 이게 출제위원을 위한 문제인지, 수험생을 위한 문제인지 헷갈리게 한다고도 하고, 출제위원의 ‘지적 과시’가 아닌가 하는 격한 논자도 있다.
70년대 초 당시 중학교는 전국 동시 공동출제였다. 그때 나도 손글씨 유인(油印)작업 필경사로 참여해 1주일간 연금(?)된 일이 있다. 출제는 내 영역 밖이지만 그때 들은 얘기로, 네댓 교사가 출제위원이 돼 각각 예비문제를 만들어 삼독(三讀)을 거치고 그 중 심층 논의해 한 문제를 택일 한다고 했다. 이번 수능출제는 한 교수가 다 했는지 문외한으로서는 그것도 알고 싶고, 최종 문제로 낙점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도 궁금했다.
  지금 이 나라는 말하기도 민망한 청년백수가 얼마이며, 대학 졸업을 미뤄가며 노량진을 배회하는 공시족을 생각하면 그 어렵게 대학 입학·졸업해도 ‘캉가루족…’ 어쩌고저쩌고 하는 세상인데, 그래도 대학은 이수를 해야 한다니 거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대학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게 6·25 후의 내 초교 때이다. 당시로서는 중학생 되는 게 꿈이었는데 대학생이라곤 어쩌다 동네 한 명 정도가 있긴 있었다. 각 도에 국립대만 있을 시절이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어쩌다 대학생이 대학정복에다 사각모 쓰고 길에 나타나면, ‘야, 저기 대학생 간다!’라며 그야말로 아동주졸(兒童走卒)의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70여 년 전 까마득한 지난 일을 기억하는 것이 오늘에 와서 무슨 의미가 있을까만, 어쨌거나 내 딸애 말마따나 이제 시작인데 부디 큰 욕심 내지 말고 능력껏 희망하는 학교에 들어갔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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