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0년대 전국 최고의 품질로 인정받으면서 전성기를 구가했던 고령딸기는 2000년대 접어들면서 각종 문제점이 도출되었고 서서히 후발지역에 그 명성을 내주게 된다.
이처럼 고령딸기의 경쟁력이 약화되면서 시장에서의 가격 또한 후발지역인 산청, 담양 등지에 크게 떨어졌고 자연히 농가소득도 떨어지는 결과를 가져왔다.
고령군의 한 관계자는 “최근 몇 년 사이 농산물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고령딸기의 가격이 경쟁지역인 산청·담양지역 생산 딸기의 절반밖에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많은 우려를 하고 있다”면서 “이대로라면 고령딸기의 기반이 무너지지 않을까라는 걱정이 앞서는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산청.담양 등 경쟁지역의 경우 일교차가 큰 특유의 자연조건과 새로운 재배법의 지속적인 보급과 접목을 통해 기존 재배지역을 경쟁력에서 앞서면서 주도권을 잡아가고 있는 현실이다.
산청군의 한 관계자는 “지난 1990년대에는 산청지역에서 고령군 등에 딸기 재배기술을 배우기 위해 현지견학을 자주 다녔지만 최근 들어서는 딸기 견학을 위해 산청지역으로 들어오는 경우가 크게 늘고 있다”고 말해 현실을 잘 전해주고 있다.

속박이,
고령딸기 전체 이미지 손상

고령딸기의 경쟁력 약화의 한 원인으로 지목되어온 것 가운데 하나는 딸기 용기의 보이지 않는 부분에 품질이 떨어지는 딸기를 끼워 파는 일명 ‘속박이’ 문제다.
특히 2000년대 들어 쌍림면 안림리 국도변에 딸기농가들의 현장 판매점이 속속 들어섰고 도로를 이용하는 방문객들이 이 현장 판매점을 이용해 고령딸기를 농가에서 직접 구매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 같은 현장 판매를 통해 농가들 또한 적잖은 수입을 올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일부 농가에서 속박이를 섞는 현상이 나타났고 이는 곧 고령딸기 전체에 대한 이미지 추락으로 이어졌다.
또한 공동선별을 통한 출하가 정착되기 이전 공동출하를 하던 영농조합 등에서도 이 같은 문제점이 일부 발생하면서 문제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최근 들어서는 투명용기 사용 등을 통해 이 같은 문제점이 많이 해소됐지만 공동선별을 통한 철저한 품질관리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연작 피해 등으로 인한 품질 저하

지난 70년대 초부터 시작된 고령딸기는 40년이란 장기간 동안 특정 토지에서 재배를 하면서 지력이 갈수록 약화되고 이는 곧 품질저하로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고령딸기의 주산지인 쌍림지역의 경우 지하수의 고갈로 인한 농업용수의 부족이 겹치면서 고품질 딸기 재배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이와 더불어 대다수 농가에서 연작피해를 줄일 수 있는 후작을 하지 않아 앞으로도 연작으로 인한 피해는 갈수록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다.
고령군 관계자는 “관내 딸기농가들 대다수가 후작을 하지 않는 것은 딸기농사 자체가 일손이 많이 가는 농사이다 보니 굳이 힘들여 후작을 해야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품질저하로 인한 고령딸기의 경쟁력 약화 현상은 고령군의 관련 자료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지난 2008년 12월 발간된 고령군 농업발전 육성방향 최종보고서 가운데 고령딸기에 대한 시장조사 및 주요 관계자 인터뷰 결과에 따르면 물러지는 현상 발생과 물량의 불규칙한 생산 및 가격경쟁력과 브랜드인지도의 약화, 상품 개발노력 부족 등이 문제점으로 분석됐다.

현실에 안주하려는 소극적 태도

이 같이 고령딸기의 각종 문제점으로 인한 경쟁력 약화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지만 이를 극복하려는 농가와 관련기관의 적극적인 대처 노력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고령 관내 한 딸기농가는 “고령지역의 상당수 딸기농가 가운데 특히 장기간 딸기를 재배해온 농가를 중심으로 새로운 기술을 배워 접목하려는 노력이 부족한 현실”이라며 “특히 일부 농가의 경우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농법을 지나치게 과신하는 경향으로 인해 시대적 흐름에 뒤쳐지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초기 시설비용 부담이 높지만 최근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새로운 재배기술로 부상하고 있는 고설재배법의 경우를 살펴보면 이 같은 문제점이 잘 드러난다.
고령군과 산청군은 지난 2004년 처음으로 딸기농가에 대한 고설재배 시설지원을 실시했으나, 산청군이 현재 전체 재배면적의 약 13%에서 고설재배가 이루어지고 있는 반면, 고령군은 2004년 당시 8농가를 대상으로 고설재배에 시설을 지원했지만 현재 단 한 농가만이 체험용으로 시설을 유지하고 있는 실정으로 결국 고설재배에 실패한 셈이다.
이와 관련 고령군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고령군에서도 지난 2004년 고설재배 보급을 위해 시설지원을 실시했지만 이와 관련한 교육이나 컨설팅과 같은 소프트웨어적인 부분에 소홀해 결국 경험 부족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새로운 기술을 위한 시설을 지원할 경우에는 반드시 그에 따른 교육과 컨설팅 등의 소프트웨어도 함께 접목되어야 한다는 것을 절실히 느낀 경우였다”고 밝혔다.
반면 산청군 관계자에 따르면 산청군의 경우 올해 군내 딸기농가들의 고설재배에 22억4천만원의 시설지원을 하는 등 적극적인 행정지원도 뒤따르고 있으며, 인근 합천, 거창 등지에서도 고설재배법이 점차 확산되는 추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올해만 하고 딸기농사를 접는다?
-고령화의 그늘

딸기농가의 고령화는 변화에 대한 소극적 태도로 드러나고 있고 이는 곳 재배기술의 정체로 이어져 경쟁력 약화의 원인이 되고 있다.
고령군의 한 관계자는 “관내 노령화된 딸기재배농가에게 새로운 재배기술 교육이나 시설을 권하면 적잖은 농가에서 ‘올해만 농사를 짓고 그만둘 생각인데 굳이 새로운 기술이나 시설을 할 필요가 있느냐’라는 반응을 보인다”면서 “하지만 그런 말을 하던 농가 상당수가 수  년이 지난 지금도 농사를 계속하고 있는 것이 지금 현실”이라고 전했다.
딸기 재배농가가 급속히 고령화되다 보니 새로운 변화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실이다 보니 인근 농가가 경쟁자이던 초기 딸기재배 시절과 달리 재배지역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 고령딸기 전체의 경쟁력이 갈수록 떨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