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낱말 하나 부려 쓰는 데도
곽 흥 렬 수필가 동리목월문예 창작대학 교수  |  webmaster@goryeong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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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1.21  10:2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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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람들 가운데 낱말을 아무렇게 쓰는 이들이 너무 많은 것 같습니다. 특히 젊은 축에 속하는 이들에게서 그러한 경향이 더욱 심하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비근한 예로, 회갑연回甲宴이나 축하연祝賀宴 같은 행사에 초대를 하면서 “조촐한 자리를 마련하였사오니 부디 오셔서 축복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인사말을 합니다. 여기서 ‘조촐하다’는 표현은 칭찬의 뜻이 들어 있기 때문에 자축의 자리를 마련하는 당사자가 쓸 수 있는 말이 절대 아닙니다.
‘조촐하다’는 단어는 본래 ‘아담하고 깨끗하다.’ ‘행실이나 행동이 깔끔하고 얌전하다.’ ‘외모가 맑고 맵시가 있다’ 등의 뜻이었습니다. 이 말이 오늘날에는 ‘변변치 못하다’는 겸양의 의미로 잘못 쓰이고 있는 경우가 흔합니다. 그러다 보니 자기를 낮추려고 의도한 표현이 오히려 자신을 높여버리는 결과가 되고 맙니다.
‘조촐하다’는 표현을 쓸 수 있는 예문을 들자면, “영희네 집에서 차린 음식은 깔끔하고 조촐했으며 집안의 사는 풍모를 엿보게 했다.” 또는 “삼수는 비록 하인의 신분이지만 조촐한 용모에 말씨 또한 예의를 갖추었다.”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조촐하다’처럼 우리 주변에서 흔히 듣게 되는 잘못된 용례는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안절부절하다’, ‘절대절명’, ‘생사여탈권’ 등등, 찾아보면 셀 수 없이 많습니다. 이 낱말들은 당연히 ‘안절부절못하다’, ‘절체절명’, ‘생살여탈권’으로 표현해야 하겠지요.
그런가 하면, 반드시 ‘다르다’를 써야 할 자리에 습관적으로 ‘틀리다’를 쓰는 이들을 심심찮게 봅니다. “나는 당신과 생각이 틀린 것 같아요.”라는 말을 별 의식 없이 사용합니다. 이 경우는 ‘틀리다’는 말도 물론 틀렸지만 ‘~같아요’라는 표현도 바람직하지 못한 용례입니다.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면서 추측하는 식의 표현을 쓰는 것은 어법상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 말은 당연히 “나는 당신과 생각이 다릅니다.”라고 해야 올바른 표현이 됩니다.
‘탓이다’나 *‘너무’도 흔히 잘못 사용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들이라고 하겠습니다. 이 두 낱말은 반드시 부정어와 호응해야 하는 말이기에 긍정적인 표현에서는 절대 써서는 안 되는 단어입니다. 이를테면 “내가 시험에 떨어진 것은 노력이 부족했던 탓이다.” “너의 잘못을 남 탓으로 돌리지 마라.” “오늘 기분이 너무 나쁘다.” “네가 그런 처지에 있다니 너무 안됐구나.” “아기가 너무 못생겼다.” “그의 행동에는 너무 문제가 많다.” 이렇게 써야 올바른 표현이 됩니다. 그런데도 상당수 사람들이 ‘성실함 탓이다’ ‘능력 탓이다’라거나 ‘너무 좋다’ ‘너무 예쁘다’ ‘너무 잘됐다’ 따위를 아예 잘못된 말인 줄도 모르고 마구잡이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반면에 ‘행여나’처럼 긍정적인 뜻을 갖고 있음에도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대중가요 가사를 보면 “행여나 장가갔나 근심하였죠”라는 노랫말이 나오지요. 여기서 ‘행여나’는 마땅히 ‘혹시나’ 또는 ‘혹여나’로 써야 합니다. 물론 ‘장가갔나’도 비문법적인 표현인 것은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장가는 가는 것이 아니라 드는 것이니까요. 결국 이 노랫말은 “혹시나 장가들었나 근심하였죠.”라고 해야 올바른 표현이 됩니다.
위에서 예로 든 것들은 고작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습니다. 지금 우리말은 왜곡현상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적확한 언어 사용이야말로 사회적 약속 이행의 첫걸음일 것입니다. 따라서 평소 낱말 하나를 부려 쓰는 데도 결코 가볍게 여겨서는 아니 될 일입니다.

* 국립국어원은 표준국어대사전 2015년 2분기 수정 내용으로 ‘너무’의 긍정적 사용을 표준어에 넣었음. 하지만 이 결정은 너무 문제가 많은 졸속적인 조치로 사료됨. 이를테면 ‘너무’에서 파생된 낱말인 ‘너무하다’의 경우를 보면 결코 긍정적인 의미로 사용할 수가 없음. 따라서 ‘너무’의 긍정적 사용을 표준어로 규정한 국립국어원의 결정은 자가당착의 오류를 범하고 있기에 설득력이 부족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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