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현 정부, 지지하진 않았지만 이른바 ‘진보’이니 조금은 새로운 정치 기풍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고 기대도 좀 했다. 그러나 심한 좌편향과 전 정부 분풀이(?)식 ‘적폐청산’이 너무 지나쳐 비판 일변도였다. 식견 있는 비판이 아니라 정확히는 ‘비판을 위한 비판’이었다는 말이기도 하다.
3등문사인 내가 ‘정치 얘기’ 하지 않으려 했지만 지금을 보니 둔필(鈍筆)이라도 다시 끼적이고 싶다. 사회주의 국가에서나 쓰는 ‘전원회의’를, 그것도 청와대에서 열었다.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를 빼고 국방백서에 ‘주적’도 없는 나라다. 북측 인사가 왔을 때 ‘불편해 하신다’고 기자 접근도 막았고, 그들이 싫어한다고 납북자도 실종자로 바꾸자는, 밸도 자존심도 없는 나라다.
여당 대표, 20년 집권하자고 소릴 높인다. 좋은 나라, 살기 좋은 나라 만들겠다면 누가 뭐랄까만, 국익보다는 개인영달과 ‘끼리끼리’의 정파적 ‘권좌’에만 혈안이 된 듯하고, 긴 안목의 ‘국가 장래’는 안중에도 없는 것 이게 문제의 요체(要諦)이다. 게다가 절치부심 ‘보수패당(적폐소굴)’을 갈아치우자는, ‘폭주’뿐이고 국민으로부터 나라 경영 위임 받았다는 겸허한 역사적 소명, 엄중한 사명감은 먼 나라 얘기다.
  통계청장 돌연 경질…, 뭐, 통상적 인사일 뿐이라고? 그 잘난 ‘소득주도성장’ 경제 정책? 최저임금 문제로 570만 자영업자가 저리도 불만 폭발인데 한가하게 ‘연말까지 기다려라’가 있는가 하면, 긍정 효과가 90%라는 ‘최고권부’의 발언도 나왔다. 법으로 규정한 엄정 중립을 지키고 정치 도구가 안 되게 심혈을 기울였다고 당사자는 심경을 토로했지만 역린(逆鱗)을 건드린 것인지 해임되고 말았다. 야당은 ‘경제에 불이 났는데 불은 끄지 않고 불났다고 소리 친 사람을 나무란 꼴’이라고 비꼰다. 여기저기 나타나는 ‘풍선효과’의 조변석개 부동산 정책, 건드리기만 하면 값만 오르는 부동산, 왜 자주 바꾸느냐고 했더니 ‘그때그때가 달라요’라 한다. 코미디가 따로 없다. 과거 노정권 때 호기롭게 ‘부동산’ 장악하겠다고 총력을 쏟았지만 결과는, ‘잠자는 사자 콧구멍’이듯 50여%의 폭등을 불렀다. 노대통령도 시인한 사안이다. 지금 이 정부는 12% 정도 인상됐다 하지 않는가. 게다가 부동산 임대차 기간을 10년으로 연장한다는데, 10년 안에는 인상할 수 없으니 아예 계약 시 미리 인상할 것이 뻔한데 이걸 대책이라고 내놓는다. 이 나라 ‘불통과 오만’이 폭주한다고 각계 원로들이 꾸짖는다.
민노총 손배소 취소 권고? 지난 정권에서, 민노총이 주도한 ‘백남기 사건’을 불법 폭력 집회라며 경찰이 민노총에게 낸 손배소 청구를 취하하라고 압력을 넣는 모양새다. 더 기가 막힌 것은, 당시 경찰청장은 정당한 공권력 행사라 했다가 퇴임하면서는, 공권력 남용이라고 시인하며 피해자에게 사과까지 했다. 보다 못해 왜 그렇게 뒤집었느냐고 했더니 ‘…지시에 따랐을 뿐’이라고 한심한 답변을 늘어놓는다.
정부 지원을 받는 재향군인회 등 14개 보훈단체는 단체 명의로 ‘태극기 집회’에 나가면 지원금도 끊고 벌금을 부과하겠다고 한다. 제정신인지 모르겠다. 이럴 때 생각나는 것은 박정권 시절 이른바 ‘블랙리스트’이다. 그때 소동을 벌인 것과 지금의 보훈처 행태와 뭐가 다른지 알 수가 없다.
비길 데 없이 고결한 이름의 보훈처! 그 이름을 누가 모독하는가. 하다하다 독립유공자를 인기투표로 선정한다는, 어릿광대 노릇을 하고 있다. 신명을 바친 유·무명의 의사, 열사가 지하에서 통곡하겠다. 기가 막혀 말문이 막힌다. 오죽했으면 이 지경이 됐냐며, ‘나라 걱정’하는 사람들이 ‘나라이되 나라 아닌 나라(國之不國)’라고 했겠는가.
우러르고 또 기려도 다 못할 독립유공자의 공훈! 듣기만 해도 가슴 먹먹해지는 엄숙과 숙연이 밀려오는데, 그 피와 땀, 비장한 눈물로 고뇌하며 목숨 바쳐 찾은 나라인데, 거룩한 선열의 혼을 ‘진세의 세속(塵世之世俗)’에 묻어 버릴 참인가. 인기투표라니! 어떻게 숭고한 구국 정신을 그렇게 ‘모욕적 행태’를 벌이는가. 한심하다. 무엄하다. 어찌 그런 ‘세속의 틀’에 묶으려 하는가. 순위에 들면 어떻고 떨어지면 어떤 의미를 부여할 건가. 순위에나 들려고 목숨 바쳤나. 탄식이 절로 나온다. 지금도 근거는 있는데 확증이 없어 예우를 받지 못하는 유공자 발굴은 왜 하지 않는가.
‘보훈’이 왜 그리도 무개념이며 경박한가. 자의인가 아니면 ‘따리경찰’ 말대로 지시에 따랐을 뿐인가. 인터넷 투표라니! ‘순국선열·애국지사’를 보는 그 국가관, 역사관의 품격에 일어나는 격정을 어쩌지 못한다. 수천수만의 호국영령 앞에 보훈처장이라는 이름이 부끄럽지도 않는가. 임명 때 ‘유리천장’ 깼다고 기대도 했는데 어쩌다 ‘이 지경이 됐나’ 하는 직격탄 비판도 있다.
전 정권 때 보훈처장, 지금 입건돼 있다. 그 이유 중의 하나, 현충일 기념식 때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 식순에 넣지 않은 것인지도 모른다. 현충일과 5·18은 근원적으로 구분해야 한다. 거룩한 이름 충훈보국의 상징 현충일 행사와 민주항쟁 5·18이 같은 맥락은 아니지 않는가. 5·18에 ‘임을 위한…’ 합창은 있을 수 있어도 제창은 할 수 없는 말이다. 결국 5·18에는 제창도 하고 합창도 하는, 어이없는 일이 일어났다. 이게 우리가 싫어도 받아들여야 할 대세이고 ‘현대사’의 맨얼굴이다. 한 마디로 참으로 서글픈 ‘좌우 충돌’이 일어나고 말았다. 아…! 탄식 밖에 나올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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