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默而識之
子曰 默而識之 學而不厭 誨人不倦 何有於我哉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묵묵히 새겨두고 기억하며 배우는데 싫어하지 않으며 남을 깨우치기에 게을리 하지 않는 것(他書). 이 중에 어느 것이 나에게 있겠는가(이전 일들은 나에게 쉬운 일이다).
요즈음 사람들은 끊임없이 자기 스스로를 선전하고 산다. 소위 말하는 자기 PR시대에 살고 있다. 조금만 남보다 우수하다 싶으면 자기가 제일이라 자랑하고 자기를 과시하려하니 말이 많아지고 말이 많아지니 말재주를 부리게 되고 좋은 말로 꾸미게 된다. 꾸며서 하는 말에는 믿음이 가지 않는다. 우리는 여기에서 默而識之하는 공자의 인품에서 큰 교훈을 얻어야한다.
默而識之란 남의 말 참뜻을 알아듣고 마음속에서 묵묵히 새겨두는 것을 말한다. 반대로 남의 말을 듣고 그 자리에서 바로 옮겨버리는 것을 道聽塗說이라 한다. 길에서 들은 말을 길에서 남에게 옮겨버리는 경박한 행위를 말한다. 공자께서는 이런 경박한 짓을 덕을 버리는(德之棄也)것이라해 배격했다. 군자는 무게가 없으면 위엄이 서지 않는다(不重則不威)하시고 장부는 말한마디에 천금의 무게를 실어라했다.
말뿐만 아니라 학문에 있어서도 큰 도(仁道)를 밝혔으나 높은 긍지를 갖되 결코 자만하지 않고 겸손했다. 귀한 보석은 스스로 빛을 내는 것이다.
사람의 인품도 스스로 뽐내지 않아도 자기가 닦고 쌓은 이 밝은 빛과 그윽한 향내를 풍기기 마련이다. 길에서 들은 말을 길에서 옮겨버리거나 마치 작은 냄비에 물을 끓듯 금방 짜르르하고 금방 식어버리는 경박한 사람은 덕을 지니지 못하고 스스로 버리는 소인배다.
높은 덕을 갖고도 默而識之하는 참다운 지혜를 배워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