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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수컷
수필가 김태호  |  boo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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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1.03  10:3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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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릇 이 세상에 수컷들은 조물주가 빚어낸 천치 바보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종족보존을 위한 살신공양(殺身供養)의 전유물일 게다. 천지창조주가 오묘한 요술을 부려 암컷과 수컷이라는 짝을 지어줄 때, 수컷보다 암컷에 더 큰 비중을 실어 주었으리라.
민물에 ‘살신성어(殺身成魚)’인 가시고기가 있다면, 바다에는 ‘뚝치’라는 가시고기가 그러하다. 도칫과 생선인 뚝치는 심퉁맞게 생겼다고 ‘심퉁이’라 불린다. 그렇게 못생겼어도 수컷은 횟감으로, 암컷은 알 탕으로 인기가 있다. 산란철에 암컷이 알을 낳고 떠나면 수컷은 40일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고 알을 지킨다.
풍선 같은 배를 뒤집고서 알량한 지느러미를 흔들어 알에 산소부채질을 한다. 그리고 새끼들이 부화하면 기력이 다한 수컷은 몸이 너덜너덜 해진 채 생을 마감한다.
곤충이나 물고기 중엔 암컷에게 먹이를 선물로 바쳐 환심을 사는 수컷이 많다. 나아가 제 몸까지 바치기도 한다.
베짱이와 귀뚜라미는 두툼한 날갯살을 암컷이 뜯어 먹게 하고, 사마귀는 교미 후 머리부터 온몸을 통째로 선물한다.
통계에 의하면 수컷을 잡아먹은 암컷의 새끼가 더 건강하고, 더 큰 알을 낳으며 오래 산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수컷의 희생이 새끼들의 영양소가 되며 번식 성공률을 높이고 종(種)의 번식에도 유익하다는 얘기다. 한 가지 더 재미있는 것은 귀뚜라미 수컷은 짝짓기 한 뒤 암컷을 지겹게 따라다니며 감시한다는 것이다.
암컷 몸에 넣은 정자주머니를 다른 수컷이 빼내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란다. 또 수컷이 스토킹 하는 암컷은 천적인 새와 쥐의 공격에서 살아남는 확률이 홀몸 암컷보다 여섯 배나 높다고 한다.
바다의 해마는 수컷이 새끼를 낳는 대리모가 된다. 이것을 역천현상(逆天現像)이라 하는 데, 암컷이 수컷의 배에 알을 낳으면 수컷은 알주머니를 배에 보관했다가 부화시켜 새끼를 낳는다는 것이다.
꿀벌의 수컷은 일생에 단 한 번 여왕벌과 교미 후 죽게 되며, 다른 수벌들은 무위도식자가 되어 천덕꾸러기가 된다.
미물인 곤충들도 이러할 진데 하물며 인간세계 또한 다를 바가 있으랴. 젊어서는 사랑하기 위해서 살고, 늙어서는 살기 위해서 사랑을 해야 하는 그 사랑의 원형질도 엄밀하게 분석해 보면, 수컷들의 종족 보존의 본능인 섹스에서 출발한다고 볼 수 있다.
사춘기부터 청년기까지는 짝을 찾기 위해 살고, 결혼 후에는 대를 잇기 위해 살아간다. 동물세계에서 힘이 세고 강한 자 만이 암컷을 차지하듯이, 남자도 강하고 능력 있는 자가 미인을 차지하는 것은 하나도 다를 바가 없다.
또한, 연애는 인간세계의 생존경쟁에서 수단과 방법이지 목적은 아닐 것이다.
옛날 왕이나 족장들은 수컷들끼리 싸워서 승리한 자 만이 미인을 독차지했다.
아프리카 밀림의 맹수들도 강한 자 만이 암컷들을 거느리고 산다. 이것은 모든 동물에서 수컷이 암컷보다 훨씬 더 치열한 경쟁을 겪으며 살아가고 있기에 슬픈 것이다.
인간세계 또한 남성들은 직장에서 잘릴까 눈치보고, 집에선 손님처럼 겉돌고, 마누라에겐 눈칫밥을 먹는 신세가 아닌가. 남자들 처지가 갈수록 초라해지면서 ‘사면처가(四面妻家)’(?)라는 말까지 나오는 오늘의 시대다. 오늘 날 불쌍하도록 처절한 수컷들의 세계가 남의 얘기 같지 않다.
이 세상의 슬픈 수컷들이여! 기죽지 말고 종족보존의 거룩한 법칙을 다시 한 번 새겨 볼 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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