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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도 명예도 사랑도 다 싫다
곽 흥 렬 수필가 전)동리목월문예 창작대학 교수  |  webmaster@goryeong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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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4.03.14  11: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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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도 지나치면 독이 되는가 보다.
지독히도 아들을 사랑한 한 중년의 여인을 나는 알고 있다. 그녀는 아들을 사랑하는 방법이 서툴렀다. 
아낌없이 돈만 주면서 무조건 닦달하는 것을 사랑이라고 여겼다. 자나 깨나 ‘공부’, ‘공부’를 입에 달고 살았다. 그러면서 공부만을 인생의 전부로 알았다. 
아들은 어머니의 지나친 기대로 인한 정신적 중압감에 시달렸고, 그 마음의 짐을 감당하지 못해 괴로워했다. 그렇게 하루 이틀, 한 달 두 달, 한 해 두 해……, 견디다 견디다 마침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하고 말았다. 
생떼같이 건장하던 자식을 가슴에 묻어야 했던 여인은 내 아들을 살려내라며 허공에다 대고 절규한다. 그 절규가 꼭 내 일만 같아서 마음 언저리에 찌르르 파문을 일으킨다. 그녀는 세상에 돈이 최고고, 해서 모든 것을 돈으로 해결해 줄 수 있다고 믿었다. 
그것이 돌이킬 수 없는 착각이었음을 상황이 종료되고 나서야 뒤미처 깨달았으나, 기차 떠나고 난 뒤에 손드는 격이었다. 
자식을 잃고 나면 돈에 대한 가치 관념도 달라지는 모양이다. 그토록 소중하게 여겨지던 돈이 한낱 허공의 뜬구름에 지나지 않아 보인다. 돈이면 무엇이든 다 된다는 생각이 얼마나 어리석은 판단이었는지 가슴을 치며 뉘우친다. 
그러면서 세상에는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것이 있다는 사실을 비로소 뼈저리게 깨닫는다. 하지만 때는 이미 늦은 것이다. 죽은 자식 불알 아무리 만져 봐야 다시 살아날 일이 만무하지 않은가. 
이전에는 눈에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고 귀에 들리지 않던 것이 들린다. 마음의 눈이 떠지고 마음의 귀가 열리는 것이다. 세상 그 무엇이든 자신의 경험과 합치될 때 의미롭게 다가온다. “돈도 명예도 사랑도 다 싫다”, 그녀에게는 지난날 예사로이 듣던 윤심덕의 ‘사의 찬미’라는 이 대중가요 가사가 더욱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꼭 자기를 위해 지어 둔 노랫말 같다. 
일제 치하 시절, 일본 유학생으로 서로가 서로에게 애정의 포로가 돼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으로 괴로워했던 두 사람 김우진金祐鎭과 윤심덕尹心悳, 한 사람은 목포 대지주의 장남이었고 또 한 사람은 우리나라 최초의 소프라노 여가수로서 만인의 우러름을 받던 존재였다. 둘은 관부연락선을 타고 귀국하는 뱃머리에서 서로 부둥켜안은 채 ‘사의 찬미’를 부르며 현해탄에 함께 몸을 날리고 만다. 유부남과 처녀의 맺어질 수 없는 애절한 사랑 이야기가 가슴에 아릿한 통증으로 전해져 온다.
‘스토킹’이라는 말이 생각난다. 굳이 싫다는 상대를 끝까지 물고 늘어지며 놓아주지 않는 행위가 스토킹 아니던가. 스토킹에 빠지는 사람은 이것을 사랑이라고 여긴다. 착각도 엄청난 착각이 아닐 수 없다. 이 착각이, 스토킹을 가하는 사람이나 당하는 사람이나 서로를 힘들고 지치게 만든다. 
붙들고 늘어지는 것은 이미 사랑이 아니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집착일 따름이다. 집착은 끝내 파멸로 이어지는 속성을 지녔다. 
예의 이 어머니도, 두 남녀도 결국 집착이 부른 불행으로 파멸에 이른 경우들이 아닐는지……. 사랑은 얽어매는 것이 아니라 놓아 주는 것이다. 상대의 뜻을 존중해 주는 것이다.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진다는, 어쩌면 자기변명 같은 역설도, 그래서 단순히 억지 논리라고 할 수만은 없는 것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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