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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단상(斷想), “굽은나무가 선산지킨다”
논설위원 최종동  |  boo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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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2.13  11:4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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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이란 새해의 첫날, 즉 한해를 시작하는 날이다. 즉 묵은해가 지나가고 설날을 기점으로 새로운 한해가 시작되는 데, 1년의 운수는 그 첫날에 달려있다고 믿었던 탓에 평일과는 달리 마음을 정결히 하고 행동을 조신하게 해야 한다고 여겼다.
그리고 원단(元旦), 세수(歲首), 연수(年首), 연시(年始) 등으로 불렸으며 일반적으로 ‘설’이라 하여 우리민족 최대의 명절이다. 설에 제일 먼저 떠올릴 수 있는 것은 조상숭배와 효사상에 기반을 두고 먼저 가신 조상님과 자손이 함께하는 신성한 시간이라는 의미가 있다. 자손들이 모여 조상님께 제사를 올리고 평소에 자주 볼 수 없었던 친척들과도 만나는 축제의 날이며, 세배를 하고, 떡국으로 세찬(歲饌)을 먹으며 덕담을 나누기도 한다.
고려시대에는 국가 중심의 종교인 불교의 영향으로 팔관회, 연등회 등 불교적 행사로 치렀지만, 지금은 조선시대 유교의 영향으로 제사형태로 설 차례를 지낸다.
옛날에는 대가족제도로서 한집안에 보통은 3~4대가 함께 사는 것이 보편화 되었지만, 지금은 핵가족화로 자녀들은 대부분 분가해 살고 있고 부모님들만 고향집을 지키고 있다. 그러다 설날 온 가족이 한데 모여 조상님께 제사를 올리고 부모님께 세배를 드리면서 선물이나 용돈을 드리고 자녀들에게는 세뱃돈이 주어진다.
명절에 음식을 푸짐하게 준비해 놓고 자녀들을 기다리는 부모의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조금도 다르지 않다. 젊어서는 자녀들이 부모의 그 마음을 헤아리지 못할 수도 있다. 이다음에 부모님 나이가 돼봐야 “그때 우리 부모님의 심정이 이러했구나” 하고 느끼게 될 것이다. 부모님에게 기본적인 효도란 것은 특별한 것이 아니다. 그저 부모가 자녀들을 보고 싶어 할 때 찾아뵙는 것이 최상의 효도다. 애지중지 키워놓으면 마치 제 힘으로 자란 양 부모 알기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부류들을 우리는 주변에서 흔히 보고, 또 듣는다.
내가 아는 어떤 할머니의 경우다. 아들 형제 공부시키느라 조상에게 물려받은 논밭 모두 처분해가며 뒷바라지를 했다. 덕분에 큰아들은 근교 도시에서 은행지점장까지 올랐고, 작은 아들은 서울에 있는 대기업 회사원이다. 그 두 아들을 성공시키기 위해 내 토지는 다 팔아먹고 남의 땅뙈기를 붙이며 내외가 연명하다 수년 전 할아버지는 돌아가시고 지금은 할머니 혼자 쓸쓸히 시골집을 지키며 살고 있다. 평생을 농사일에 묻혀 살아왔기에 남은 것은 거동조차 부자유스러운 허리병만 남았다. 그래서 자식 손자가 보고 싶어도 한 시간 거리에 있는 큰 아들집에도 마음대로 갈 수가 없다. 그렇다고 두 아들이 자주 찾는 것도 아니다. 그저 1년에 한두 번 부모님을 찾을까 말까다. 명절이면 아들 손자 기다린다고 며칠 전부터 동구 밖에 나가 앉아 기다린다. 멀리 산모퉁이에 자동차가 나타나면 그 차가 안보일 때까지 시선이 따라간다. 이번 설날도 이런 저런 핑계(?)로 할머니 자손들은 끝내 볼 수가 없었다.
아마 그 댁 두 아들도 세월이 더 흘러 어머니 나이가 돼야 동구 밖 남의 집 평상에 걸터앉아 자녀들 기다리는 심정을 알게 되려나?
안타까운 마음으로 그 모습을 바라보는 이웃들이 한마디씩 거든다. “굽은 나무가 선산을 지키듯이 차라리 아들 하나쯤은 못 가르치더라도 부모 밑에서 농사나 짓게 했더라면 할머니가 얼마나 행복했을까? 쯧쯧쯧” 하고 말이다.
부모에게 효도를 하려해도 부모님이 항시 그 자리에 있지 않는다는 만고불변의 이치를, 부모님 돌아가신 후에나 깨닫는다면 이미 돌이킬 수 없을 텐데…. 그거야말로 만시지탄(晩時之歎)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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